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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아파트 왕국’ 우방, 5년 만에 부활의 노래

1조원 공사 수주, ‘유쉘’ 브랜드로 정상 재등극 시동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무너진 ‘아파트 왕국’ 우방, 5년 만에 부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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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베이 평면, 지하주차장 최초 도입

-우방이 1990년대 당시 첨단 주거문화를 선도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방은 1997년 대우경제연구소 조사에서 ‘인적자산가치 1위 기업’에 선정됐습니다. 그만큼 인재와 기술력의 확보를 중요시했습니다. 그 결과로 우방의 아파트 건설 기술력이 당시 국내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요즘 중소형 아파트에서 3베이(안방과 거실, 작은방을 앞쪽 베란다에 나란히 배치하는 구조) 평면설계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중소형 아파트의 3베이 평면 설계는 1990년대에 이미 우방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를 시도한 기술입니다.

또 최근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을 녹지로 조성하고 지하에 주차장을 두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쾌적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입주민도 이런 구조를 선호합니다. 이 같은 지하주차장 구조도 우방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입니다.



현관과 로비를 호텔식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요즘의 트렌드인데, 우방은 이미 1990년대에 국내 처음으로 이런 호텔식 현관, 로비를 상용화했습니다.

요즘 들어 일부 대기업 건설사들이 시도하는 맞춤형 혹은 주문형 아파트도 우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방은 소비자의 주거문화 트렌드 변화에 가장 빨리, 가장 민감하게 발맞춘 기업입니다. 무엇보다 우방 아파트의 장점은 탄탄하게 지어 건물의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에 있습니다.

분양 제도 면에서도 우방은 중도금 무이자 대출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요즘은 이 제도가 보편화됐지만 당시로선 소비자에게서 큰 호응을 얻은, 매우 참신한 발상이었습니다. DM 발송, CRM(고객 마케팅) 등 요즘은 일반화된 마케팅 기법도 우방이 개발했습니다. 우방이 부도를 맞지 않았다면 지금의 국내 아파트업계 판도는 확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변재신 사장의 말 대로라면 우방은 정점(頂點)에서 추락한 셈이다. 그만큼 우방의 부도는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연고 지역에도 충격을 줬다. 우방의 부도는 외환위기 사태로 인해 대구의 3600개 기업이 줄도산하는 시점과 일치해 ‘대구경제 추락’의 상징이 됐다. 당시 우방은 청구·보성과 함께 대구 건설업체 3인방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청구·보성도 비슷한 시기에 몰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몰락, 뜨거운 성원

-2000년 8월28일 우방이 부도를 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표면적으로는 외환위기 사태로 급상승한 금리, 그로 인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부도가 났습니다. 우방 부도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 얘기가 있습니다. 당시 우방은 자산도 많았고 인지도도 꽤 높았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 외적인 부분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자금 경색이 왔고, 이것이 외환위기 당시의 고금리 환경과 겹치면서 부도라는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부도 이후 우방은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신규 사업은 대폭 중단되고 매출은 급락했다. 우방이 차지하고 있던 아파트 시장은 다른 건설사들의 몫이 됐다. 그런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구의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경제계, 학계 인사가 모여 2000년 12월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우방 회생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6개월간 105만명의 대구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A4용지 23박스 분량의 서명지는 청와대에 전달됐다. 당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이것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방 회생에 관심을 표명했다.

변 사장은 “특정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대규모 시민운동이 일어난 것은 뜻밖이었다. 우방이 ‘초일류’를 지향하며 지방기업의 발전모델이 되어왔다는 점, 지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으며 사회 봉사활동을 꾸준히 펴왔다는 점을 대구시민이 높이 산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우방이 기업 해체가 아니라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채권단과 법원이 이 같은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에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부도가 나기 전 우방은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자체 자원봉사단체를 중심으로 장애인 및 저소득층 지원사업, 환경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 ‘대한민국 기업문화상’ ‘자원봉사 대축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방 살리기 시민운동본부는 2005년 현재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

법정관리 기간 중인 2004년 11월 ‘쎄븐마운틴 그룹’은 (주)우방 인수합병을 위한 3359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2월2일 우방은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이날 우방은 ‘쎄븐마운틴 그룹’의 계열사로서 2000년 8월 이래 지루하게 계속된 부도·법정관리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당시 쎄븐마운틴 그룹은 세양선박(주), (주)한리버랜드, (주)진도, 황해훼리(주), 필그림해운(주), KC라인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해양물류전문그룹으로 수출 사업에 치우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수업종인 건설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쎄븐마운틴 그룹 임병석(林炳石·45) 회장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출신으로 1995년 쎄븐마운틴해운을 설립하면서 그룹을 일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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