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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 일본’의 쌍검, 고이즈미·마에하라

‘비정의 정치’·‘존엄한 일본’이 협연하는 ‘개헌 전주곡’

  • 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skim@donga.com

‘우경화 일본’의 쌍검, 고이즈미·마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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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11일 일본 중의원선거. ‘고이즈미 쿠데타’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집권 자민당의 승리였다. 그 여파로 새 야당대표가 된 43세의 청년 정치인 마에하라 세이지 또한 만만찮은 ‘매파’다. 구 정치인들과는 달리 별다른 파벌도 없이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홀로 성장한 두 사람은, 주변국에 대한 도발적인 외교자세와 ‘개헌과 무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일본의 자존심’을 말하며 기염을 토한다. 과연 이들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우경화 일본’의 쌍검,   고이즈미·마에하라
“국회의원이되었으니 요정에도 가보고 싶다” “국회의원의 세비(歲費)가 2500만엔이라고 하던데 BMW를 사야겠다” “고속전철 신칸센 탑승도 공짜라고 한다. 그것도 특석으로.”

마치 로또복권이 당첨되듯 국회의원을 따낸 이 사람, 스기무라 다이죠. 올해 스물여섯 일본 청년의 소갈머리 없는 발언이 열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의원직을 ‘주운’ 과정부터가 재미있다. 자민당은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으로 후보를 공모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아예 공천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당내 반대파(이른바 개혁저항세력)를 축출해 후보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새 인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고육책이었다. 거기 스기무라도 지원서를 냈다.

대학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겨우 외국계 증권회사에 자리잡은 터였다. 그는 운좋게도 지역의 비례대표 후보가 되었다. 번호는 35번. 보통 때 라면 도저히 당선될 수 없는 하위순번이다. 그런데 자민당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생각지 못한 당선을 거머쥔 것이다.

스기무라는 자신의 당선이 “인류역사상 가난한 평사원의 최특급 신분상승”이라고 으스댔다.

9·11 일본 중의원선거의 한 단면이다. 자민당 싹쓸이는 이런 졸부(卒富) 아닌 ‘졸귀(卒貴)’의원을 낳았다.

“국내정치를 위한 국제정치”

이번 선거 결과 집권 자민당은 단독으로 모든 상임위원회의 과반과 위원장을 차지, 중의원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전체 480의석 가운데 절대안정의석(269석)을 크게 웃도는 296석 확보. 특히 31석을 얻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치면 자민-공명 여당은 개헌발의선인 3분의 2(320석)를 넘는 327석을 획득, 개헌 추진에 큰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전략을 ‘우정민영화 찬성이냐 반대냐’ ‘개혁 대 반개혁’의 단일구호로 몰고 간 것이 적중한 결과였다. 그의 ‘솔직한 외곬’ ‘한국, 중국에 과감히 맞서 야스쿠니에 가는 내셔널리스트’ ‘개혁을 위해 저항세력(파벌)과 싸우는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먹혀든 결과였다.

이로써 고이즈미 총리는 내년 4월5일로 6년 임기를 채우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1806일을 넘어 사토 에이사쿠,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에 이어 전후 세 번째 장수 총리가 된다. 위대한 정객(政客)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일본의 우경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보여준다. 일본의 대외자세 또한 ‘미국 중시(重視),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경시(輕視)’ 노선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외교평론가인 ‘아사히신문’의 칼럼니스트 후나바시 요이치씨는, ‘고이즈미 태풍’은 “중국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국민의 반중(反中) 감정에 편승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을 들어보자.

“이번 총선은 사실상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였다. 고이즈미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산 한 원인은 그가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한 데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그의 이번 총선압승은 일본과 중국 관계에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외교정책이 쟁점이 되지는 않았으나, 나는 중국요소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였다고 생각한다.”

후나바시씨는 이번 선거와 한국의 관계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향후 고이즈미 외교의 ‘탈아입미(脫亞入美·아시아를 버리고 미국을 택하기)’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런 까닭에 일본인의 보수 우경화나 아시아(한국 혹은 중국)와의 대립에 대해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대립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일본의 선전포고로 일어난 태평양전쟁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한 문제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태평양전쟁을 ‘일본군에 의한 침략전쟁이자 아시아를 살상의 참화로 몰아넣은 범죄’라고 본다. 그러나 일본인은 “일본의 민간인(군인 제외)이 군부지도자의 잘못으로 희생된 전쟁”으로 기억한다. 일본 대중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들의 처지에서 보면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섬나라 일본의 폐쇄적인 시야에서는 ‘일본인 피해자론’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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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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