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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일본의 괴짜들

해군대위 사쿠마 쓰토무 ‘투수왕’ 노모 히데오

‘열혈남아’가 보여준 끈기와 오기

  • 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 yacho@hanmire.com

해군대위 사쿠마 쓰토무 ‘투수왕’ 노모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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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짜는 이인(異人), 기인(奇人)이다. 범상치 않다. 파격이다. 하지만 그들의 파격은 ‘격(格)’의 토대 위에서 나왔다. 결코 근본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 같은 괴짜 정신은 세상살이를 즐겁게 만든다. 모두의 삶을 살찌운다. 여기 일본의 괴짜들을 살핀다. 지금의 일본은 그들이 있었기에 이뤄졌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더러 우리에게 낯익은 이도 있고, 생소한 이도 있다. 옛날 인물도 있고, 이 시대를 사는 인물도 있다. 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죽음의 일지’ 남긴 무서운 책임감 - 해군대위 사쿠마 쓰토무

해군대위  사쿠마 쓰토무 ‘투수왕’ 노모 히데오

사쿠마 쓰토무 동상과 노모 히데오.

우선 짧은 세 수의 시부터 감상해본다.

‘바다 밑 물빛에 비춰가며 적어나가도다, 대장부의 글’

‘가스에 질식하여 고통스러운 숨결, 가라앉은 배의 사령탑에서 적다니’

‘버리지 못한 무인(武人)의 의지, 죽음조차 막지 못한 책임감’

메이지 시대 최고의 여류시인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1878~1942)가 지은 시다. 그는 이 작품말고도 ‘놀라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전통 시 작법의 시가(詩歌) 9편을 더 지었다. 그만큼 그의 충격, 혹은 감동이 컸기 때문이리라. 하기야 일본 사회 전체가 들썩거리고, 외국 언론들까지 난리를 피웠다니 분명 예사 사건은 아니었다. 누구인가, 이 작품에서 다루어진 무인이자 대장부는.

1910년 봄. 아직 잠수함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수정 한 척이 히로시마(廣島) 남서쪽에 있는 구레항(吳港) 해군기지를 출발했다. 배 이름은 따로 없었고, 그냥 ‘제6호 잠수정’이라 불렸다. 전장 23.25m, 최대 폭 2.15m, 잠항 배수량 63t, 동력은 스탠더드 가솔린 기관과 2차전지. 가와사키(川崎)조선소에서 건조했으며, 승무원은 정장(艇長)인 해군대위 사쿠마 쓰토무(佐久間勉) 외 13명이었다.

러일전쟁 승리로 승전 무드에 한껏 젖어 있던 제국주의 일본은 해군력 강화를 겨냥해 1905년 미국 일렉트릭 보트사로부터 잠수정 5척을 구입했다. 설계자 존 홀랜드의 이름에서 따 ‘홀랜드형(型)’이라 했으며, 미국과 영국 해군 등이 실전배치하고 있었다. 일본은 잠수정을 분해해 들여온 뒤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공창에서 재조립, 제1잠수대를 편성했다. 제1잠수대는 러일전쟁 전승 축하 퍼레이드인 관함식(觀艦式)에도 참가했다.

잠수정 분야 일인자

제6호 잠수정은 일본이 자체 개발한 함정이었다. 수상 속력은 미국제 홀랜드형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중 속력이 4노트, 항속거리도 12해리밖에 되지 않아 홀랜드형에 훨씬 뒤처졌다. 일본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이날 성능 테스트 겸 잠항 훈련을 위해 제6호 잠수정을 출항시킨 것이었다. 첫 사흘 동안 행해진 제1차 잠항은 무사히 끝났다.

나흘째 되던 날, 제2차 훈련에 나선 제6호 잠수정은 잠항을 시작하자마자 승강통(昇降筒)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었다. 잠수정은 이내 균형을 잃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전등이 모두 꺼져 캄캄한 잠수정 내에서 수동 펌프로 물을 뽑아내며 잠수정을 부상(浮上)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고 마침내 잠수정은 16m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아버렸다.

침몰한 잠수정의 사쿠마 정장은 이제 갓 서른의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교사 겸 신사(神社)의 신관으로 일했다. 둘째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나온 다음 해군병학교에 들어가 1901년에 졸업했다. 그와 해군병학교 동기생 중에는 나중에 일본 총리를 지낸 요나이 미쓰마사(米內光政)가 있었다.

사쿠마는 해군병학교를 졸업한 지 2년 뒤 소위로 임관해 처음으로 순양함 근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곧 이어 터진 러일전쟁에서는 러시아 발틱함대와의 동해해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수뢰술(水雷術) 연습소에 입소해 기술을 익힌 다음, 수뢰 모함(母艦) ‘가라사키(韓崎)’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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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 yacho@hanm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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