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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깔 있는 한의사 김경동의 ‘섹스 동의보감’

닭간과 날개, ‘벌떡 세우기’ 보양식

  • 글: 김경동 연합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닭간과 날개, ‘벌떡 세우기’ 보양식

닭간과 날개, ‘벌떡 세우기’ 보양식
옛날 한 양반이 이튿날 성묘를 가려고 여종에게 새벽 일찍 밥을 지어놓으라고 했다. 여종은 마루에 앉아 선잠을 자면서 분부대로 밥을 짓고 기다렸으나 상전은 날이 밝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궁금해서 안채로 가보니 양반 내외가 새벽부터 뜨겁게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잠도 못 자고 밥을 지은 여종은 짜증이 났다. 그때 마당을 내려다보니 한 쌍의 닭이 교접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여종은 더욱 열에 받쳐 소리질렀다.

“너희 닭년놈도 성묘 갈 거냐!”

닭은 주역의 팔괘(八卦)에서 손(巽)에 해당하고 12지(支)의 열 번째 동물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우리 민족과 친근하다.

신라는 닭을 시조로 여기고 국호를 ‘계림(鷄林)’이라 했으며, 고구려는 닭의 신을 숭상하고 닭의 깃을 머리에 꽂고 다녀 인도에선 고구려를 ‘계귀국(鷄貴國)’이라 불렀다. 중국의 한 기록에는 백제의 닭이 가장 아름답다는 표현도 나온다. 봉이 김선달이 닭을 봉황이라 속여 닭장수에게 봉황 값을 받아낸 얘기도 재밌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는 신화에서 흔히 천지개벽이나 국부(國父)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로 묘사됐으며, 민간에선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사라져버린다고 믿었다. 꿈에 보인 닭은 인연, 결혼, 합격, 공공단체, 약속, 훌륭한 인재, 벼슬 등을 상징한다.

생활에서도 길조로 인식되어 설날에는 떡국에 닭을 넣었고, 전통 결혼식·초례상에는 닭을 청홍 보자기에 싸 올려놓았으며, 폐백 때도 닭을 사용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닭의 볏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마라”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한다” “닭도 제 앞 모이는 긁어먹는다” 등의 속담도 있다.

“처가에 가면 씨암탉 잡아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닭은 서민의 보양식으로 애용돼왔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와 달리 근육과 지방이 분리돼 있으며, 지방의 양이 매우 적어 체중조절이 필요한 사람, 회복기 환자, 신체활동이 적은 노인,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다. 껍질을 제거한 살코기는 열량이 100g당 110kcal에 불과해 돼지고기, 쇠고기는 물론 꽁치, 고등어보다도 낮다.

닭고기의 필수지방산은 16% 이상으로 육류 중 가장 높으며, 특히 불포화지방산 가운데 리놀레산의 함량이 15.9%로 매우 높다. 이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전구물질로 작용해 피부 노화방지와 피부미용에 좋으며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생리활성기능을 촉진시킨다.

또 단백질 함량이 높고, 그 질이 우수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 및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닭이 성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놀랄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닭고기는 허약한 양기를 돕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여 부인의 자궁출혈과 냉대하증을 치료하며, 갈증을 멈추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털과 뼈가 검은 오골계는 더욱 효과가 좋다. 닭의 창자는 오줌이 자주 마렵거나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찔끔거리는 증상을 치료한다. 볏의 피는 산모의 젖이 잘 나게 한다. 모래주머니는 정액을 흘리는 유정(遺精), 꿈에 사정하는 몽정, 요실금,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한 허준 선생은 닭간과 날개를 먹으면 음경이 벌떡 일어선다고 말했다. 닭날개를 먹으면 바람이 난다는 속담이 있는데, 실제로 닭의 날개에는 정자 형성에 필요한 핵산과 핵단백질이 많고 성호르몬을 만드는 콜레스테롤이 다량 함유돼 있으니 옛말에 그릇된 것이 없다. 싸움닭을 술로 삶은 뒤 그 살을 마늘, 설탕과 함께 술에 재 담근 것을 ‘군계주(軍鷄酒)’라 하는데 부부화합에 좋다.

중국의 건륭황제는 부화하지 않은 계란을 ‘봉황단(鳳凰蛋)’이라 하여 정력제로 즐겼으며, 부인 6명을 거느리며 18남4녀를 낳은 세종대왕은 수탉불알 요리를 즐겼다. 수탉의 고환껍질을 벗기면 흰 바둑돌처럼 생긴 성호르몬 덩어리가 2개 나오는데, 벌꿀과 달걀 흰자를 섞어 살짝 데쳐서 먹으면 맛도 좋고 정력도 좋아지니 일석이조다. 한의원에선 수탉 고환과 간에다 육미지황탕류의 한약재를 가미한 것을 아들 낳는 비방으로 쓰기도 한다. 닭에서 버릴 것이 없다.

동대문시장의 닭똥집 가게는 사시사철 새벽까지 남녀 손님들로 북적댄다. 성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뭔가를 알고 먹는 사람들이 아닐까.

새해는 닭의 해다. 새해 우리나라 경제도 닭 울음소리와 함께 활짝 펴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동아 2005년 1월 호

글: 김경동 연합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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