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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

  •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인천대 강사 haclass@hanmail.net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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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존 러스킨 지음, 김석희 옮김, 느린걸음, 223쪽, 1만2000원

대학 수업시간에 한 경제학자를 초청해 한미FTA에 관한 특강을 하도록 한 적이 있다. 세계와의 경쟁을 통해 선진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한미FTA가 경쟁에 살아남은 대기업에만 유익할 뿐, 농업의 피폐와 비정규직 양산 및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두 시간에 걸쳐 강의한 경제학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를 했다.

“휴머니즘보다 더 위에 있는 경제학은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가 뒤따른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경제학이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사회적 강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완벽한 정답일 수는 없지만, 2003년 ‘Nature’에 소개된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의 브로스넌(Sarah F. Brosnan)과 에모리 대학의 왈(Frans B. M. de Waal)이 진행한 실험 하나가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한 무리의 흰목꼬리감기원숭이(Capuchina)가 태어나자마자 일체의 학습 경험을 차단한 채, 우리에 가둬 사육했다. 원숭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일정한 양의 조약돌을 준 다음, 원숭이들이 사람에게 이 돌멩이를 건넬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양쪽 원숭이 집단에 모두 오이를 보상으로 제공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쪽 집단에는 오이를, 다른 쪽 집단에는 잘 익은 포도를 제공하자 오이를 받은 원숭이 무리 중에서 제 먹이를 땅바닥에 패대기치거나 우리 밖으로 내동댕이치면서 저항하는 개체가 나타났다. 상황을 바꿔 여러 방식의 실험을 해본 결과, 욕심이나 좌절 등 다른 요인이 아닌 ‘차별적 처우’에 대한 불만이 이 같은 행동을 야기한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평등의식이나 정의감이 ‘학습’ 이전에 인류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본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정에 입각한 경제원리

먹이를 공유하는 등 협동적인 종(種)들은 불평등을 혐오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데, 이는 그런 정의로운 개체들의 평등을 구현하는 행위가 공동체 전체 구성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리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른바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 등을 통해서도 우리는 비슷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인간에게 불평등을 거부하고 서로 협동하는 이타적 본성의 유전인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경제적 인간형(Homo Economicus)에 대비되는 호혜적 인간형(Homo Reciprocan)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 교과서의 ‘자유 경쟁’ 원칙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 분야의 이러한 고민을 누구보다 앞장서 개진한 사람이 바로 ‘존 러스킨’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제 1권이 세상에 나오기 7년 전, 일찍이 존 러스킨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책에 실린 네 편의 논문을 통해 ‘애정’에 입각한 경제 원리를 주장했다. 애덤 스미스 이후 맬서스와 리카도를 거쳐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는 정통 자본주의 경제학에 대한 준열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마르크스와 러스킨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러스킨은 시종일관 인간의 영성과 사회적 애정에 입각해 있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와 구별된다.

러스킨이 보기에 근대 경제학은 “인간이 뼈대만으로 구성돼 있다 가정하고” 그 토대 위에 진보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개골과 상박골로 기하학적 형태를 수없이 조립하고 뼈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보여준 뒤, 미립자로 이루어진 이들 구조물 사이에 영혼이 다시 나타나면 얼마나 불편한지를 성공적으로 입증해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집 안에 빵이 한 조각밖에 없다고 해서 가족들 간에 ‘적대관계’가 형성되거나, 힘이 제일 센 어머니가 빵을 차지하는 결과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득실의 균형에서 행동의 법칙을 연역하려는 노력”들은 한낱 헛수고가 돼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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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인천대 강사 hac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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