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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자녀, 행복의 관계를 묻는다

‘노 키드(No Kid)’ ‘맞벌이의 함정’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인류의 미래사’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결혼, 자녀, 행복의 관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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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자녀, 행복의 관계를 묻는다

‘노 키드(No Kid)’: 코린느 마이어 지음, 이주영 옮김, 9800원/‘맞벌이의 함정’: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주익종 옮김, 1만3000원/‘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지음, 최인철 옮김, 1만4900원/ ‘인류의 미래사’: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1만8000원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요즘 주말이면 도로 위에서 분홍빛 풍선과 꽃, 리본으로 치장한 자동차를 자주 보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남편은 “저거 덕지덕지 붙여놓은 거 떼려면 골치 아플 걸. 자동차에 흠집 생기지”라며 중얼거리고, 나는 ‘저 행복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한다. 달콤한 신혼생활이 이어지다 아이가 생기면 그 기쁨도 잠시, 이내 육아의 고통이 밀려온다.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싸고 열이 오르고 배가 아픈 아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고통이 끝나는가 싶으면, 그때부터 아이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아이가 있어 행복하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까?

아이는 너무 비싸다. 아이는 젊은 시절의 꿈을 산산조각 낸다. 아이 때문에 실망할 날이 반드시 오리라! 프랑스 심리학자 코린느 마이어의 말이다. 현대사회 비평가로 활동 중인 그가 가족과 아이 숭배를 반격하는 내용의 책을 냈다. ‘노 키드(No Kid):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40가지 이유’(이미지박스, 2008)다. 책을 쓴 목적이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란다.

왜 이런 책이 나오게 됐을까? 먼저 배경을 살펴보자. 프랑스는 출산장려정책의 성공으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2명으로 유럽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은 미국 2.1명, 영국 1.84명, 한국은 1.26명 수준이다. 선진국이 앞장서서 ‘오늘의 아이들은 미래의 원동력’이라는 말로 적극 출산을 권장한다. 가장 성공한 나라가 프랑스다. 그 덕분에 코린느 마이어에 따르면 프랑스는 아이 없이 사는 게 흠인 나라가 됐다. 아이가 없거나,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 ‘불쌍한 사람’ ‘미성숙한 사람’ ‘회의적인 사람’ ‘불안정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이처럼 ‘아이를 갖는 게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마이어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당장 포기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밤새도록 푹 자기, 늦잠 자기, 심야영화 보기, 자정 이후 외출하기, 미술관이나 전시회 가기, 어린이집이 있는 지루한 여행지가 아닌 다른 곳 여행하기, 방학기간 외에 여행 가기, 아이가 젖병을 떼기 전에 술 마시기, 아이들 앞에서 담배 피우기…. 이런 것들이 자녀를 통해 얻는 성스러운 기쁨에 비하면 너무 하찮고 이기적인 욕망이라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사무실에서 40시간, 아이에게 30시간, 일주일에 70시간씩 풀타임으로 일해보라. “아이를 돌보는 건 노동이 아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지.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돌보고 밤에 젖병 물리고 기저귀 갈아주다 보면 부부 간에 섹스를 할 마음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렇게 몇 년 살다 보면 ‘내 꿈이 뭐였더라?’ 하게 된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 상황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자식들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난 너를 위해 가장 소중한 꿈을 버렸단다. 네 행복을 위해서. 널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말하는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아이를 낳아 또 그렇게 희생하기를 바라는 것일까? ‘노 키드’에서 마이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를 낳지 말자’가 아니라, 낳고 안 낳고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다.

그 돈은 다 어디에 쓰였는가?

자녀를 낳고 기르는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마이어의 주장이 황당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통계치를 제시하며 자녀가 있는 부부가 무자녀 기혼 부부보다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주장은 무시하기 어렵다. 하버드 법대 교수이며 미국 의회 산하 ‘파산조사위원회’ 고문을 지낸 엘리자베스 워런과 그의 딸이자 컨설턴트인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모녀가 함께 쓴 ‘맞벌이의 함정: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필맥, 2003)은 우리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에서 파산신청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신용카드의 유혹에 빠진 젊은이나 저축이 없는 노인들, 자신의 지출을 통제할 자기관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녀가 있는 부모’야말로 재정파탄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유자녀 부부가 무자녀 부부에 비해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은 두 배 높지만, 아이를 키우는 이혼 여성이 자녀를 가진 적이 없는 독신 여성에 비해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은 세 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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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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