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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 화제

‘강남스타일’ 빌보드 차트 2위 ‘싸이 열풍’의 비밀

단발 행운아인가 K팝 연속 히트 할까

  •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강남스타일’ 빌보드 차트 2위 ‘싸이 열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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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에서 4억 건 넘는 조회 수를 올리고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말 춤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베벌리힐스 강남과 국가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어디 그뿐인가. 싸이의 일거수일투족과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접수한 싸이 열풍을 진단한다.
‘강남스타일’ 빌보드 차트 2위  ‘싸이 열풍’의 비밀
한달여에 걸쳐 계속된 대중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돌풍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월 4일 그의 서울시청광장 무료 공연에 서울시가 4억 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했고, 국가적 대규모 행사나 명절 때가 아니면 폭설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나 가능한 대중교통 운행시간 연장 조치까지 이뤄졌다. 가수의 공연 때문에 지하철을 한 시간 더 운행했다는 사실은 파격적이다. 먼 나라 일만 같았던 ‘빌보드 차트 2위’라는 정상권 등극의 파급효과는 그만큼 컸다.

음악계에서도 싸이의 빌보드 정복은 일대 센세이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가수의 노래가, 그것도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일본의 오리콘 차트도 아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빌보드 차트 정상을 목전에 뒀다는 소식에 음악관계자들조차 경기(驚氣) 들린 듯 얼떨떨한 표정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싸이의 오랜 노력과 내공을 인정하면서도 ‘천운’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B급 이미지로 친근감 폭발

‘강남스타일’ 빌보드 차트 2위  ‘싸이 열풍’의 비밀
세계적 대박을 터뜨린 음악적 이유는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집단의 흥분과 히스테리 측면에서 어떤 장르보다도 강점을 발휘해온 댄스음악의 전형인데다 대세인 전자음악(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중에서도 황홀경을 뜻하는 트랜스(Trance)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트랜스는 과하면 천속한 느낌을 주고 덜하면 재미가 없다는 점에서 ‘강남스타일’은 절묘하게 아슬아슬한 선을 유지한다는 평이다. 이건 싸이의 재능일 것이다.

게다가 이 곡이 취하고 있는 셔플리듬은 빌보드 1위를 점령한 일렉트로니카 2인조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Party rock anthem’이 야기한 셔플 열풍에 살짝 기댄 측면이 있다. 미국인들은 이로 인해 ‘강남스타일’이 알아듣지 못할 한국말임에도 이국적이거나 생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근래의 트렌드와 아주 유리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한국적이었다면 반응은 그처럼 빠르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노랫말이 먹혔다. 23년 전인 1989년 변진섭의 ‘희망사항’ 이래 가장 재미나고 발랄한 남녀상열지사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를 푸는 여자!’‘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대목은 압권이다. 입에 딱딱 달라붙는 재미를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복 터진 것은 ‘강남스타일’ 제목 그 자체다. 가사를 따라 흥얼거리고, 춤을 따라 추는 상태를 넘어 제목과 가사를 바꿔 ‘태릉스타일’‘뉴욕스타일’‘마산스타일’‘변태스타일’등 얼마든지 자기 식으로 변용(變用)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인기의 무궁한 확산에 힘을 보탰다. 대박의 조건은 다 구비한 셈이다.

메시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메시지는 표면화된 게 아니라 그 밑에 숨어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열연하고 있는 싸이는 정장에 선글라스로 폼을 내지만 말춤을 추는 모습은 뭔가 부족해 보이고 망가진 것 같은 모양새다. 품위와 격조가 없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미국인들이 나를 유쾌하고 약간은 엽기적인 캐릭터인 오스틴 파워 닮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스꽝스러운 광대요, 피에로 이미지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B급이자 조연이요, 등수로 치면 한 20등 정도나 될까. 그런데 그가 ‘한국의 베벌리 힐스’ 강남스타일이라고 떠든다. 사실 우기는 꼴이다.

그런 역설이 바로 재미를 잉태하고 대중적 파괴력을 발한다. 만약 잘생긴 장동건이나 강동원이 강남스타일이라고 하면서 정통과 우아함을 드러냈다면 호감은커녕 반감을 불렀을 것이다. A급 아닌 B급, 일류 아닌 이류 삼류, 주연 아닌 조연, 상위가 아닌 하위가 갖는 친근감의 폭발이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과 1등, 1%가 지배하는 세상, 쿨(Cool)함과 고품격이 압도하는 사회에 대한 은근하고도 유쾌한 린치를 읽는다.

돌풍 밑거름 ‘케이팝 인기’

일각에서는 싸이의 빌보드 대첩을 한국 혹은 케이팝(K-Pop)과 연관짓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어디까지나 싸이의 개인적인 성공일 뿐이지 그것을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도약이라거나 케이팝의 새로운 기회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싸이 자신도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냥 아티스트일 뿐이다. 운동선수처럼 국가를 대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월드가수 아닌 국제가수로 불러달라”는 말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자 언론이 일제히 그의 성공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인정, 한국의 자부심과 긍지 쪽으로 해석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케이팝이 세계로 간다(K-Pop goes to global)’는 타이틀의 특집기사가 쏟아져 나온 직후에 아시아, 유럽, 남미 유수의 언론은 물론 ‘타임’마저 싸이 돌풍을 굳이 케이팝과 떼어내 다룬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싸이가 이 정도의 월드스타덤을 수확한 데는 분명 ‘비’‘원더걸스’‘소녀시대’와 같은 이전 케이팝 가수들이 최소 7~8년간 꾸준히 미국시장을 두드린 노고가 밑거름이 된 게 사실이다. 어느 정도는 한류의 누적된 내공에 따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 가수들이 성실하게 문을 두드렸고 싸이는 그 문을 활짝 열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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