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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와보면 안다 왜 여기서 찍는지

최고의 촬영지 충북 제천

  • 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 사진 · 김성룡 | 포토그래퍼

와보면 안다 왜 여기서 찍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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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열리는 청풍호 야외무대에는 매일 밤 3000명 넘는 관객이 꽉꽉 들어찬다. 우기(雨期)에 해당하는 시기여서 폭우가 쏟아질 때가 적지 않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그럴수록 더욱더 팬덤 현상을 일으킨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라 오히려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이런 관객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영화감독 혹은 배우, 영화 관계자들이다.
제천은 영리하게도 영화제를 통해 국내 영화계 인맥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유입시켰다. 사람들은 청풍호의 풍광을 보면 일단 입이 딱 벌어진다. 한국에 이런 절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풍호에서 영화제를 맛본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다음 촬영지로 이곳을 염두에 두고 떠난다. 청풍영상위원회는 이들 감독, 영화인들을 놓치지 않고 지원과 협조를 제공한다.


와보면 안다 왜 여기서 찍는지

청풍호를 따라 이어진 국도 야경이 아름답다. 청풍호를 관통하는 청풍대교 야경(왼쪽부터).

‘오빠’ 믿고 따라가는 제천

제천은 한마디로 수직형 도시다. 제천의 위아래 꼭짓점은, 청풍명월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치의 청풍호에서 시작해 거의 직선거리로 31.8㎞ 밑에 떨어진 곳에 있는 의림지까지다. 모든 행사는 이 두 곳 중 어느 한 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의림지는 역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곳이다. 의림지는 저수지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수리시설로는 최고(最古)를 자랑한다. 지금은 저수나 관개(灌漑)시설보다는 마치 작은 호숫가 주변 같은 휴양시설로 활용되는데, 그러기에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넘쳐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저수지 주위의 소나무와 수양버들은 실제로 수백 년을 훨씬 넘긴 것들이다. 그 나무들을 옆으로 두고 의림지 둑방을 산책하면 옆에서 걷는 사람의 숨결이 한층 다정하게 느껴진다. 의림지는 이제 저수지도, 호반도, 유원지도 아니다. 서울에서 약 2시간 반이면 당도할 수 있는 만큼 딱 하루거리의 드라이빙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내친김에 청풍호까지 내달리면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그러면 하루가 꽉 찬다. 청풍호에는 마침 호텔들이 있다. 겨울의 의림지에서 따뜻한 밀월(蜜月)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급작스럽게 찾아올 어둠을 피해 조금 일찍 청풍호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애매하다고 생각돼 상대가 주저할 수도 있겠다. 옛날식이라면 “오빠 믿지?”라는 표현이 오갔을 터이지만 요즘 세대는 그런 촌스러운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를 묵어 갈 생각이라면 청풍리조트의 호반 쪽 방을 얻는 것이 좋다. 어스름해지는 저녁과 달빛의 청풍호를 지켜본 남녀가 꿈같은 밤을 보낸 후 아침에 커튼을 걷고 맞이하는 호수의 풍경은 사람들을 자못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청풍호는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아름답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심성을 다시 생성케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착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종종 도시를 떠나 자연을 맞이해야 할 이유를 깨닫게 만든다.  



볼거리 못지않은 먹을거리

영화제가 열리는 8월이 아니어서 다소 황량해 보이긴 해도 겨울은 겨울대로 운치를 주는 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사람 모두 (쫓겨날 각오를 하고) 회사에 병가나 휴가를 낸 후, 본격적인 제천 영화 기행을 떠날 채비를 하려면 일단 먹어야 한다. 제천에는 볼거리 말고도 먹을거리가 기가 막히게 풍부한데,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아침식사는 청평호 근처로 잡는 것이 좋은데 ‘잠박골 가든’ 같은 곳에서 푸짐하게 오리백숙이나 송이백숙을 먹는 것이 든든하다. 송이버섯에 인삼, 황기, 엄나무가 얽히고 여기에 오리나 토종닭이 어우러진다. 평소 백숙을 잘 먹지 않는 여성들의 입맛에도 거부감을 주지 않을 만큼 담백하다.
먹는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수다를 떨어본다면, 제천에는 ‘빨간 오뎅’이 유명하다. 부산에 ‘부산 오뎅’이 있다면 제천에선 ‘빨간 오뎅’이다. 제천에 왔으면 꼭 맛봐야 할 간식으로 꼽힌다. 매운맛의 빨간 소스가 묻어 있는 ‘빨간 오뎅’은 4개에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시내 극장 ‘메가박스 제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린 후에야 맛볼 수 있다. 인기 만점이라는 것도 때론 성가신 일이 된다.
용천 막국수 역시 제천에 가면 꼭 한번 먹고 와야 할 음식 중 하나다. 이 막국수는 사실 별다른 게 없다. ‘물막국수’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국물 맛이 일품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먹으면 적당하지만 겨울에도 나쁘지 않다. 점심식사로는 이만한 메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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