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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마니아들의 18홀 편력기

경쟁심 버리면 도(道)와 낙(樂)이 보인다

  • 김광호 콤비마케팅연구소장

경쟁심 버리면 도(道)와 낙(樂)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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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 버리면 도(道)와 낙(樂)이 보인다

2000년 2월 영국왕실골프협회 레프리스쿨을 이수하며 당시 협회 임원들과 함께한 필자(가운데).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본인에게는 행운이고 주변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필자의 경우가 꼭 그렇다. 골프로 마케팅과 리더십의 힌트를 제공하고 골프를 이용해 동기부여의 메시지를 전한다. 골프라는 콘텐츠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니까 필자가 하는 일을 굳이 직업으로 분류하자면 ‘골프 커뮤니케이터’쯤 될 것이다.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역시 핸디캡이다. 골프를 삶의 수단으로 삼았으니 잘 칠 것이라 생각하는 이가 많다. 사실대로 말하면 실망할 것이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 국가기밀(?)이라고 얼버무리곤 하는데, 필자는 사실 보기 플레이어다. 18홀 기준타수인 72타에 한 홀에 한 타를 더 쳐 90타 언저리를 보기 플레이어라고 하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이것 또한 쉽지 않은 기록이다. 꾸준히 연습해야 하고 기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 프로의 기준타수인 파(Par)에 주말골퍼가 한 홀에 한 타를 더친다면 수준급 아닌가.

골프스윙은 지문(指紋)과 같고 골프 핸디캡은 타고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실력은 소질이자 숙명이라는 얘기다.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진도가 빠른 골퍼가 있는가 하면 부진한 경우도 있다.

필자를 두고 골프 친구들은 ‘도시락’이라고 부른다. 흔한 말로 ‘밥’이라는 것이다. 경쟁을 하다 보면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법. 내 경우는 때로는 승자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패자 진영에 선다. ‘1년에 100번 골프장을 나가자’며 이름하여 ‘백골부대’를 결성하고 벼르지만, 실력향상은 늘 더뎠고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음이 왔다. 부질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경쟁이라는 화두를 고집해봐야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재미’가 보였다. ‘도시락’이라는 별명조차 유쾌해졌다.

경쟁의 골프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의 단심가(丹心歌)다. 이기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와 연습, 경쟁자를 압도하는 승부욕으로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오직 볼과 홀만 응시한 채 스코어에 신경을 집중한다. 주변 경관을 둘러볼 여유도 없고, 파트너는 동료가 아니라 적이다. 파트너가 실수라도 할라치면 겉으로는 안타까워해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재미의 골프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하여가(何如歌)다. 운이 좋으면 버디도 하고 가끔은 파도 기록하지만, 더블파나 트리플 보기도 여유롭게 받아들인다. 푸른 풀밭을 거닐며 파트너와 즐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이다. 문자를 쓰자면 ‘다타호신 소타호심(多打好身 少打好心)’이라고나 할까. 많이 치면 몸에 좋고 적게 치면 마음에 좋은 유유자적한 골프다.

경쟁의 골프를 버리고 나니 가장 좋은 것이, 골프의 도(道)와 낙(樂)이 무언지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골프의 도(道)라 함은 필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다.

첫째는 지기(知己). 자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전략의 기본은 자기의 실력을 알고 능력을 아는 것이다. 비거리를 알면 코스공략의 루트가 선명하게 나온다. 대다수 골퍼는 자기 비거리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가장 멀리 날린 기억을 떠올리며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하는 것이다. 자연히 몸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가 들린다. 거리를 많이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비거리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둘째는 일신(一新). 새로움을 배운다. 골프는 샷마다 거리가 다르고 볼이 놓여 있는 상태가 다르고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다르다. 매번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 90타를 치는 보기플레이어는 90번의 새로움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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