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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 재향군인회, 꼬리 무는 의혹

5년간 4000억대 수의계약 특혜, 허위 임대계약, 불법 재하청, 명의 사칭…

  •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거대 공룡 재향군인회, 꼬리 무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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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말 현재 재향군인회 소유 부동산은 서울 등 13개 시도에 토지 10만1359㎡(3만700평), 건물 200여 동에 달한다. 토지는 공시지가(1852억원), 건물은 취득가(856억원)로 평가할 경우 2708억원 상당의 자산이지만, 현 시가로 치면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재향군인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중앙고속, 향우산업, 향우실업, 향우종합관리, 통일전망대, 충주호관광선, 호남규석광업의 7개 기업과 5개 직영사업본부의 총자산은 1036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다 합하면 재향군인회의 총 자산은 무려 5000억원에 달한다. 전국 13개 시도 각 지회 및 지부에서 운영하는 중소규모 사업체의 자산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가 국회에 제출한 각종 자료에 따르면 재향군인회의 자산은 해마다 100억~200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2004년 한 해에만 토지 4825㎡(37억원), 건물 11동(58억원) 매입과 총수입 중 152억원이 자본으로 편입돼 모두 247억원이 늘었다. 문제는 이처럼 자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 또는 편법 의혹과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는 것.

재향군인회의 주 수입원은 7개 산하기업과 5개 직영사업본부다. 2004년 이들 12개 사업체의 총매출은 3253억여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한 순이익은 174억5400만원. 재향군인회는 이 수익금의 대부분인 171억2000만원을 ‘보훈성금’으로 정부에 기부했다가 ‘보훈기금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예산 14억원이 추가된 185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익금 174억원(재향군인회)→보훈성금 171억원(정부)→보훈기금 보조금 185억원(재향군인회)’ 형태로 자금이 이동한 것.

재향군인회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44억원의 세금(법인세+주민세)을 감면받았다. 재향군인회는 이 같은 경로로 2001년 50억원, 2002년 43억원, 2003년 44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다. 지난 4년(2001~2004)간 18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특혜를 받은 셈이다.



‘-62억 회사’가 성금 1억 기부?

이에 대한 재향군인회의 해명이 흥미롭다. “국방부 소속일 때는 법인세법 제24조 2항2호 국방헌금과 동법 시행령 38조 2항에 근거해 면세혜택을 받다가, 국가보훈처로 이관되면서 산하업체 수익금이 보훈기금에 편입될 수 있도록 보훈기금법을 개정했다”는 것. 한마디로 오래 전부터 세금감면을 받았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재향군인회가 1961년 5·16 직후 재건되면서부터 국방부에 편입돼 면세혜택을 받았다면 44년 동안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는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다음은 2004년 8월 국회 예산정책처 ‘2003년도 기금결산 분석’ 자료 중 일부다.

“해외 재향군인회는 회원들에 의한 회비가 연 예산의 40~50%를 차지하고 있음. 해외 재향군인회에서도 기금운용과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거대한 기업군을 이끌면서 우회적 방법으로 세제지원을 받는 사례는 없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금감면을 받기 위한 편법이 결국 사업체의 부실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하기업체의 경영상황은 심각한 형편이다.

재향군인회 기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중앙고속의 경우 2004년 말 현재 자본금 25억2000만원에 부채규모가 301억4000만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1192%에 달한다. (주)충주호관광선은 자기자본금이 -62억1000만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재향군인회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 동안 자본금 102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누적적자가 164억원에 이른 데 따른 것이다. 또 자기자본비율은 -189.2%로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지난해 중앙고속은 순이익 33억5500만원 가운데 33억원을, 충주호관광선은 3억8400만원 중 1억원을 보훈성금으로 기부했다. 부채를 줄여야 할 판에 수익금을 보훈성금으로 기부해 재향군인회 운영자금으로 지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리고 그 잉여금은 고스란히 재향군인회 본부 자산으로 편입됐다.

부채비율이 98.5%(부채 23억1600만원)로 재무구조가 비교적 양호한 통일전망대는 순수익 7억1500만원보다 많은 8억7000만원을 보훈성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결국 통일전망대는 2004년 재무제표상 1억5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회 정무위 박명광 의원(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이는 재향군인회 산하 사업체의 연쇄 부실화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조세 정의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편법 세제감면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역·제조·회관·휴게소·사업개발단 등 재향군인회 5개 직영사업본부는 그나마 다소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연간 매출액이 가장 많은 제조사업본부는 자본금 17억600만원에 부채가 5600만원으로 부채율이 3.2%에 그쳤다.

그러나 연간 1000억원대에 달하는 제조사업본부 매출 대부분이 조달청과 국방부 등 정부부처와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특혜 시비와 각종 불법 및 편법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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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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