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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2020’을 비판한다

‘큰 그림’ 없이 모아놓은 각론, 각군 이해관계에 상처투성이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방개혁 2020’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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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중순 국방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방개혁 2020’.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의 ‘좌절된 계획’을 모아놓았을 뿐, 노무현 정부만의 독창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안보환경 분석과 부합하지 않는 구조개편 방향, 3군 사관학교 통합과 ‘국방정보체계 본부’ 신설안의 좌절…. 2년 반의 시간을 흘려보낸 ‘조급한 개혁안’의 한계는 어디서 비롯됐으며 그 극복방안은 무엇인가.
‘국방개혁 2020’을 비판한다

9월13일 오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

“다음주에 국방부가 국방개혁안을 청와대에 보고한다. 대통령이 OK 하면 바로 발표한 뒤 연말까지 ‘국방개혁기본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번 개혁안을 승인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대만큼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강하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국방부가 수차례 보고했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지난 8월초, 청와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러나 회의적이던 그의 말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8월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보고한 ‘21세기 선진정예 강군을 위한 국방개혁 2020’을 승인한다. 이어 9월13일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개혁안을 공식 발표했다. ‘2020년까지 군병력 50만으로 감군(減軍)’이라는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발표 직후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에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비판자료를 내놓았다. 초점은 ‘50만’이라는 숫자가 적정한가 여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남북관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감군은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시민단체에서는 “남북 상호 군축 등을 고려해 30만~35만 수준의 더욱 과감한 감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측은 이러한 비판에 서운해하는 분위기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창군 이래 최대 규모’라고 자부하는 개혁안을 만들어냈는데 우군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병력감축과 구조개편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성공적으로 묶어내고 법제화를 통해 꾸준히 관리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권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번 개혁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핵심적인 포인트는 ‘충분히 새롭지 못하다’는 것. 1990년대 초반 추진된 8·18계획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군 구조 개편안이 거의 그대로 통합된 것일 뿐, 줄기차게 ‘국방개혁’을 강조해온 것에 비해 노무현 정부 나름의 전향적인 아이디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게 전부라면 지난 2년 반 동안 도대체 뭘 한 거냐”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이전의 국방계획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나온 얘기들이 다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되묻는다.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반론이지만, “2020년 한반도 안보환경이 십수년 전에 마련했다가 실현하지 못한 계획만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가”라는 재반론에 부딪히면 빛이 바래는 것이 사실이다.

국방부는 9월14일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총 65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배포했다. 이외에도 세 가지 버전의 설명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간에 공개된 것은 이 자료가 유일하다.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먼저 눈에 띄는 ‘약점’은 서두에 제시된 안보환경 전망과 후반의 군 구조 및 전력재편 부분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앞에서는 ‘북한의 군사위협은 점진적 감소, 지역내 ‘잠재적 위협’의 현실화 가능성’이라고 표현해 경계해야 할 위협 상황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후반부의 전력구조나 군 구조 재편방안은 이전보다 더 강력한 휴전선 방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혁안에 나타난 지상군 배치 변화는 전방사단 축소와 경비여단 배치로 요약된다. 현재는 육군 1·3군 예하 군단에 배속된 2~3개씩의 사단이 휴전선 인근에 일렬로 늘어선 채 배치돼 있지만, 이들 사단을 전방에서 빼고 전문인력만 보유한 경비여단을 투입해 철책경비를 맡기는 방식이다. 대신 화력과 기동력을 갖춘 사단 예하부대는 2선에서 공격과 방어를 한다는 그림이다.

이러한 전투 서열은 지상군 주 전력이 앞으로도 계속 휴전선에 붙박이로 남아 있어야 하는 구조다. 15년 뒤인 2020년의 안보환경이 여전히 남북 대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지 따져보면 다르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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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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