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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마지막회>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쌍둥이자리&큰개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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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바라보는 밤하늘은 왠지 모를 감회에 젖어들게 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반성과 다가올 날들에 대한 다짐을 하는 것은 필자와 같은 별쟁이만이 즐기는 낭만인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 필자는 걷는 것이 취미였다. 중3 때 서울로 전학 와서 친구가 거의 없던 탓에 수업이 끝나면 거의 매일 방향을 정하고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한강이 있는 방향만 알면 언제든 무사히 귀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어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친 적도 있지만 모르는 길을 걷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내 인생의 방향을 선택할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으면서, 나 역시 프로스트처럼 남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것이 누구나 가려 하는 길을 택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훗날 이 시를 옮긴 피천득 시인은 자신이 안전한 길을 간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누구보다 밤하늘을 열심히 보았고, 별들을 사랑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별을 좋아한 덕에 누구보다 재밌는 인생을 살았다고도 생각한다. 수십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도 돼봤고, 별을 찾아내 이름을 붙이는 영광도 누렸고, 전공을 살려 ‘시민 천문대’라는 것도 여러 군데 만들었다. 별을 널리 알리려면 대중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체를 냈지만, 순수한 별에 영리사업을 끌어들였다고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서 매달 수십 만 부의 천문학 잡지가 팔리는 것을 보고 국내에도 이런 잡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5년 가까이 잡지를 무리해서 발행하기도 했다.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학창시절 사고로 무조건 앞만 보고 나아갔다.

하지만 필자가 반세기를 살고 이제 다시 맞는 12월에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새삼 떠올린 까닭이 뭘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픈 내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가까이는 가족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나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했던 것도 결국 내 탓이 크다.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이 본인에게는 모험이고 즐거움일 수 있지만 결코 아름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별과 같은 사람들

별에 대한 낭만을 찾기에는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지는 것 같다. 꿈, 사랑, 낭만이란 단어가 지금 세상에서는 사치가 아닐까 싶다. 정말 힘들 때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난 누구보다 큰 세상을 보고 있고, 누구보다 먼 세상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것이 나만을 위한 변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별을 보는 게 가장 즐거웠던 시절은 10여 년 전쯤이다. 그 무렵 ‘천문지도사’라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매달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춘천 다섯 군데를 다니면서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무료로 교육하고 저녁을 대접했다. 그분들에게 내가 부탁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나중에 별에 대해 많이 알게 됐을 때, 그리고 많이 가지게 됐을 때 그것을 자랑하지 말고 주위에 나눠주라는 것이었다. 이 교육 여행은 2년 반 만에 끝나고 말았지만 필자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그때는 정말 행복했다.

이제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며 살고자 한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반세기를 살아왔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 하늘의 별이 그대로 빛나는 한, 나이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그 별빛 아래서 우리는 언제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예부터 밤하늘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던 우리 선조들은 칠성신앙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북쪽 하늘 북두칠성에 살던 칠성님은 사람을 불행과 죽음으로 이끄는 신선으로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성단을 쌓아 칠성님의 선처를 빌었고, 죽음을 맞게 되면 칠성판을 그려 칠성님의 용서를 구했다. 칠성신앙에는 칠성님과 반대로 사람에게 행운과 복을 주는 남두육성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육성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여름철 남쪽 하늘에 보이는 남두육성이 북두칠성처럼 눈에 쉽게 띄는 별이 아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늘 잘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잊는 것처럼 사람들이 육성님의 고마움을 잊은 탓이 더 클 게다.

이 밤,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별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그 너머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는, 고마운 별과 같은 존재가 우리 주위에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달에는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일 수 있는 따스한 우정의 별자리를 소개한다. 죽음마저 갈라놓을 수 없었던 형제의 우애를 간직한 쌍둥이자리가 그 주인공이다. 또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라는 별을 가진 큰개자리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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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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