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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세상

브렉시트와 세월호라는 해석 프레임

‘덩케르크’와 ‘군함도’

  • 노광우|영화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브렉시트와 세월호라는 해석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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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세월호라는 해석 프레임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군에 패퇴한 영국군의 본국 송환 작전을 하늘, 바다, 땅에서 총체적으로 담아낸 할리우드 영화 ‘덩케르크’.[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올여름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개봉됐다. 두 영화는 비슷한 시기의 각기 다른 역사적 경험을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화화했다. 7월 중순에 개봉한 ‘덩케르크’는 ‘메멘토’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었다.

놀란 감독은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해서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군함도’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 ‘베를린’ ‘베테랑’ 같은 한국형 액션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류승완 감독이 연출했다. 이 두 감독은 각자 추구하는 연출 방향도 다르긴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소재로 처음 전쟁 스펙터클을 담은 시대극을 연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 두 영화를 비교해봄으로써 두 감독의 개성 차이만큼 두 영화가 생산, 유통되는 시대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개 그 전쟁 자체에 대해 회고하기도 하지만 그 영화가 나오는 시점의 정세에 대한 인식을 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국 영화를 보면 전쟁 당시와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독일과 일본을 적대시하지만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권과 냉전이 격화된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시기에는 반전 사상을 담긴 하지만 독일 군인과 일본 군인이 전쟁에 동원된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하는 영화들이 나온다.



브렉시트에 대한 논평

브렉시트와 세월호라는 해석 프레임
‘덩케르크’가 다루는 철수 작전은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약 일주일간 프랑스 덩케르크 지역에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연합군 33만8682명이 독일군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 탈출한 ‘다이나모 작전’이다. 영화는 덩케르크 해안에서 해군 구조선을 기다리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일주일, 그리고 마지막 날에 해군에 의해 징발된 요트를 타고 덩케르크로 영국군을 데리러 가는 민간인들의 하루, 그리고 독일 공군의 공습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려고 출격한 영국 공군의 한 시간을 교차 편집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간에 각기 다른 임무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의 말미에 이들의 시간이 하나로 수렴된다.

영화에서 덩케르크 해안에 모인 영국군은 배를 타기 위해 잔교 위에 길게 줄을 서있다. 구조선에 부상병을 먼저 태우고 일반 영국군은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프랑스 육군이 덩케르크 시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독일 육군의 진격을 막고 있는 데 비해, 영국군은 프랑스 군인들을 구조선에 태우려고 하지 않는다. 구조선에 탑승하려는 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독일 공군의 공습에 시달리고 간신히 탄 배는 독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해 다시 해안으로 탈출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덩케르크 해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에 떤다.

해군에 징발된 배를 몰고 가는 민간인들은 공간이 좁은 배에 과연 몇 명이나 태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도버 해협을 건넌다. 이들은 해류를 따라 실려 오는 시체나 파괴된 배의 파편을 보면서 점점 전쟁의 공포를 느낀다. 영국 구조선들을 공격하는 독일 전투기와 폭격기를 요격하는 임무를 맡은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연료계측기가 고장 난 상태에서 무선으로 동료 전투기의 연료량을 듣고 자기 비행기의 남은 연료량을 계산하면서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치른다. 마침내 연료가 다 떨어진 상태에서 덩케르크 해안의 상공을 활강 비행하면서 독일 전투기를 격추하고 덩케르크 해안에 비상착륙한 후에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덩케르크 해안에 갇힌 영국군은 보이지 않는 독일군이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이들은 자기들의 생존과 안위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는 밀물이 들어오면 물위에 뜰 버려진 배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 배는 이미 독일군이 장악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영국군은 목숨을 구하려고 영국군 행세를 한 프랑스인의 정체를 알게 되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영화의 말미에 영국 해군 제독은 모든 영국군을 철수시킨 뒤에 자신은 덩케르크 해안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는 철수하는 영국 육군 장교에게 구축함이 오면 다른 연합군도 구조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영화 초반부에 프랑스군의 승선을 거부하는 영국 헌병들 모습과 대비된다. 이렇게 영화에 나타나는 영국인과 비(非)영국인의 구분과 영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의 한 지역에 고립된 영국인들의 불안감은 최근에 벌어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감독의 논평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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