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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스포츠 줌 인

“중국에서 오라했지만 ‘봉동 이장’ 그만두기 쉽지 않아”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 이영미|스포츠전문가

“중국에서 오라했지만 ‘봉동 이장’ 그만두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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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앓이

▼ 먼저 우승을 축하한다. 우승 직후 앓아누웠다던데.
“그동안 쌓인 게 한꺼번에 온 것 같다. 심한 몸살에 걸려 며칠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오늘 처음 외출한 것이다. 휴식을 취해서인지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 그만큼 올 시즌 힘든 여정을 이어갔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승 직후 코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까지 나한테 ‘운칠기삼’이 아닌 ‘운팔기이’가 있는 것 같다고. 우승의 운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다. 도저히 회복 불능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선수들이 날 끌고 온 것 같다.”

▼ 최근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큰 충격을 줬다. 그 일로 인해 승부의 세계에 놓인 지도자들의 스트레스, 건강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운동 지도자들이 일반인보다 평균수명이 짧다고 들었다. 홈경기에서 0-2로 끌려가다 상대가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키면 망치로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온다.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다. 감독의 구상대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풀어내면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90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난 어느 순간부터 그런 스트레스에선 벗어났다. 골이 들어가든, 실패하든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도 상황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전북 현대는 2009년 이후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그렇다 보니 우승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홈에서 1패라도 하게 되면 상대 팀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세리머니를 펼치고 우린 우승을 놓친 것처럼 초상집이 된다. 팀 성적의 기대치가 높다 보니 패배 후유증도 크다. 과거엔 지는 게 익숙했던 팀이 지금은 이기는 게 익숙한 팀으로 바뀐 것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내 몫으로 주어졌다. 경기에서 패하면 소주로 쓰린 속을 달랬고 다음 날 숙취를 이기려 두통약을 먹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지, 내 모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건강을 위해 두통약을 끊었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경기에 패했다고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모든 걸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나 또한 숙소에 들어가면 경기 비디오를 보지 않는다. 코미디 프로그램,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켜놓고 TV에 내 정신을 맡긴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나면 다음 날 다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정신으로 돌아온다. 지난 경기에 집착하고 선수를 탓하면 팀이 더 어려워진다는 걸 선수 시절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전북에서 팀을 이끄는 동안은 일절 탓하지 않고 지난 일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3개월 정도 지난 다음, 선수의 마음이 정리됐다고 생각했을 때 얘기한다.”

▼ 축구계에선 전북 현대만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팬들이 만든 경기장 문화가 있다. 전북 전주는 울산, 포항, 수원, 서울처럼 명문 축구 도시가 아니었다. 워낙 지는 게 익숙했던 곳이라 고정 팬도 많지 않았다. 그런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팬들이 찾기 시작했다. 많은 팬이 연간 회원권을 끊었고, 경기장에 자기 이름이 새겨진 고정석을 갖게 됐다. 우리 팀이 성적을 내면서 팬들도 신바람을 냈고, 그 팬들은 전북 현대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한국은 물론 외국까지 따라와서 응원을 펼친다. 감독으로선 그런 팬들이 눈물나게 고맙다. 팬보다는 그냥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만든 전북 현대만의 문화에 선수들은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이동국, 에두, 김신욱

▼ 올 시즌 전북 현대는 넘쳐나는 공격수들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토종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 브라질 특급 에두, 장신 골게터 김신욱 등 쟁쟁한 자원이 포진했는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 징계로 좌절됐고 FA컵은 32강에서 부천FC 1995에 덜미를 잡혀 K리그 클래식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 때문에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보장하지 못해 항상 미안해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번은 에두가 찾아왔다. 자신은 가족들이 평생 먹고살 돈도 벌었고 올 시즌 마치면 은퇴할 예정이니 제발 경기에 좀 내보내달라고 했다. 너무 간절히 말하기에 전남 원정 때부터 에두를 선발 명단에 포함했다. 그 경기에서 2골을 넣고 3-0으로 이겼다. 이후 3게임 연속 골을 터트렸다. 다음이 FC서울 원정이다. FC서울의 천적이 김신욱이었다. 김신욱이 들어가야 하는 경기라 에두를 빼려니 머리가 아프더라. 경기 종료 15분을 남겨놓고 에두를 투입했는데 결국 경기에서 패했고, 에두의 연속 골 행진도 멈춰버렸다.

그런 상황이 감독으로선 가장 속상하다. 시즌 중 선발 명단 발표를 앞두고 미팅할 때마다 이동국, 에두, 김신욱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저마다 뛰어야 하는 사연이 있는 선수인데 모두 한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괴롭기만 했다. 광주FC와의 홈경기 전날, 코치가 헐레벌떡 뛰어와 에두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고 하더라. 감독이라면 크게 난감했어야 할 소식인데 난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동국, 김신욱을 뛰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행복한 고민 운운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행복한 고민이었는지….”


감독과 선수 사이 이상

200호 골이 걸려 있는 이동국,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김신욱,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에두를 떠올릴 때마다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던 감독의 고민이 그대로 전달돼왔다. 그는 선수가 골 넣었다고 두 팔 벌려 그라운드로 뛰쳐나간 건 이동국의 200호 골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출전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최 감독의 미안한 마음이 세리머니에 담겨 있었으리라.

최 감독과 이동국은 단순한 감독과 선수 사이 이상이다. 자신을 믿고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을 위해 최 감독은 이해와 배려로 포용했고, 그런 감독을 위해 이동국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축구와 아버지로 자리를 잡아갔다. 만약 이동국이 전북 현대로 오지 않았다면 아이들과 KBS-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찍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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