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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제언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우리가 다시 번영하려면…

  • 변양호 | 前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경제학박사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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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 따라잡기’로 경제부흥을 이룬 한국은 어느 순간 번영의 길에서 이탈했다. 경제성장은 멈췄고 빈부격차 확대로 계층 갈등이 심화됐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신동아’ 기고를 통해 번영의 조건으로 경쟁 촉진과 사유재산권 보호를 내세웠다. 아울러 “경쟁에서 뒤처져 어려운 사람들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복지 확대를 주장했다.
법 지키며 번 돈 법으로 지켜주라
우리도 한때 경제적으로 눈부신 번영을 했다. 그때도 사회적인 불균형은 심했다. 하지만 열정이 넘쳤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창의적으로 일했다. 앞으로 이런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를 가진 우리나라도 성공할 수 있을까. 거시정책이 구조적인 문제도 치유할 수 있을까. 보수와 진보는 언제나 싸운다. 같이 협력하면서 번영을 추구할 방법은 없을까.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 그들을 위해 역사와 경제학이 가르쳐준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과거 눈부시게 번영할 때 우리의 전략은 ‘자본집약적인 산업을 통한 선진국 따라잡기’였다. 기술보다는 돈을 투입해 장치를 만들었고 그 장치를 통해 돈을 버는 방식이었다. 제철소를 건설하고 석유화학단지를 만들었다. 목표는 선진국의 선두 기업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목표가 간단했고 달성할 것처럼 보였다. ‘하면 된다’는 기치 아래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 시절에는 공정한 경쟁이나 ‘법 앞에 평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일사불란한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었다. 군대식 관료체제인 재벌체제도 효과적이었다.

‘따라잡기’의 결과, 선두가 됐다. 따라잡을 대상이 없어졌다. 이제는 헤쳐 나가야 한다. ‘따라가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따라가기’에 익숙해진 생각과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우리는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30년 전 일본이 겪은 상황과 유사하다. 중국도 우리의 산업화 전략을 따라왔다.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투자했고 장치·설비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와 중국의 격차는 갈수록 줄어든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핍박받는 나라

우리는 다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신이다. 그의 신대륙 탐험 계획을 포르투갈과 프랑스는 거절했다. 에스파냐는 수용했다. 그 결과 에스파냐는 세계의 패권국가가 됐다.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 선수로 뛰었다. 여러 개의 금메달을 땄다. 능력 있는 사람을 수용하는 나라는 융성해진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핍박받는 나라는 번영하기 어렵다. 역사가 가르쳐준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이 활약하는 나라는 번영한다. 사회, 기업, 단체, 가족도 똑같다. 능력 있는 사람이 견제 받는 나라, 사회, 기업, 가족은 번영에서 결국은 뒤처진다. 박지성처럼 잘하는 선수를 대표로 뽑지 않으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지연, 학연, 다양성 추구 등의 이유로 능력 있는 선수가 대표에서 탈락하는 나라는 선전을 기대할 수 없다.

2013년 발간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국가의 성패는 그 국가의 경제·정치적인 제도가 착취적이냐, 포용적(창의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능력 있는 사람을 포용하고 그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나라는 번영하고, 그런 사람들을 착취하는 나라는 잘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능력 있는 사람들이 활약하는 나라·사회·기업은 번영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빈부격차 문제도 생긴다. 능력의 차이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있는 차이를 부정하거나 탓해 봐야 소용없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보수진영은 기본적으로 포용적(창의적)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 같지만, 기득권층의 불법·탈법·반칙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 기득권층의 권력이 커짐에 따라 착취적 시스템으로 이행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진영은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잘하는 사람의 활동까지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이래서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기 어렵다.

능력 있는 사람은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능력을 발휘한다. 경쟁 촉진과 사유재산권 보호다(경쟁은 공정해야 하니, 경쟁 촉진은 공정한 경쟁의 촉진을 뜻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경쟁을 통해 자신이 번 재산이 보호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능력을 발휘한다. 한편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을 지원하려면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공정한) 경쟁 촉진, 사유재산권 보호, 그리고 복지 지출의 확대다. 이 세 가지만 이루어지면 경제도 번영할 수 있고 어려운 사람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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