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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경제성장은 특수현상 ‘GDP 신앙’ 벗어나자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경제성장은 특수현상 ‘GDP 신앙’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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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류 역사상 경제성장은 250년에 불과
  • ● 성공의 기회도, 경쟁도 사라지고…
  • ● 유럽은 이미 非전통적 경제정책 선회
  • ● ‘좋은 삶’ 성찰할 드문 기회
저성장 시대다. 고용과 산업환경, 경제정책 등 모든 것은 ‘저성장’에 맞춰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생존을 넘어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심도 있게 탐구해본다. 〈편집자〉



경제성장은 특수현상 ‘GDP 신앙’ 벗어나자

[동아일보]

앞으로 한국 경제는 3% 미만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구조적 저성장은 1960년대 이후 한국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다. 1980년, 1998년, 2008년에 ‘1년짜리’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적은 있지만, 바로 다음 해에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이 초래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지난 50년 이상 성장을 전제로 작동해온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청년실업이다. 이미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12.5%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성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성공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혁신의 가능성, 기업가 정신의 활발한 분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기업의 등장이 정체되면서 기존 기업과 새로운 기업 간 경쟁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가 역동성을 잃으면서 가장 안전한 미래 보장책은 ‘부(富)의 대물림’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겨냥하는 학력 경쟁, 공무원시험 준비, 그리고 자리를 지키려는 직장인들의 몸부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저성장이 구조화하면서 기존의 경제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청년수당, 생활임금 등 이미 유럽 선진국에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은 새로운 경제정책 도입 운영을 고민할 것이다. 그것이 가져오는 부의 재분배 효과 때문에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 이들 정책을 놓고 대논쟁을 벌일 것이고 결국 선거 결과를 통한 사회 내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표1〉에서 보듯 한국 경제는 1960년부터 1990년대 이전까지 매년 10% 이상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0년대 들어서도 매년 평균 8% 수준의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속하게 식어갔다. 2000년대 들어 5%를 밑돌던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세계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에서 1%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세계경제 평균성장률보다 낮은 성적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내수가 부진함을 의미한다. 저성장 추세를 극복하거나 늦추기는 고사하고, 선진국보다 훨씬 가파른 성장세 추락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국회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거버넌스 역량, 한국 주요 기업들의 능력은 한계를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이미 2%대로 추락한 한국 경제가 곧 1%대 성장에 만족하는 상황으로 내려앉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성장은 특정 기간 중 특정 지역의 총생산이 증가한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상품과 서비스의 연간 생산량)의 절대적 증가로 이해된다. GDP는 ‘인구×1인당 GDP’이다. 그간 한국에선 인구, 특히 노동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왔고, 1인당 GDP도 증가해왔다. 하지만 이제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생산성의 증가는 제로에 가까워졌다.

인구 정체는 여성이 자녀보다 커리어를 선택할 때 나타난다. 인구가 안정적으로 늘어나려면 가임여성 1인당 2.1명의 생애 출산율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출산율은 1.7명에 불과한데, 한국은 그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1.24명에 머문다. 1.3명 미만의 출산율을 초저출산율이라 하는데, 한국은 지난 15년간 초저출산율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1인당 생산성이 정체되는 것은 산업 부문에서 자동화 및 기계화가 거의 완성됐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성은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그리고 자본·자원·에너지 투입으로 쉽게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이른바 캐치업(catch-up, 선진국 따라잡기)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한계에 부딪혔고, 새로운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은 특수현상 ‘GDP 신앙’ 벗어나자
경제성장은 특수현상 ‘GDP 신앙’ 벗어나자

5번째 성장 사이클 이후는?

그렇다면 향후 경제성장은 자동화나 기계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물리적, 도덕적으로 불가능한 분야의 발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의료 서비스, 사회 서비스 등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분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생산성이 증가해야 하는 것이다.

저성장은 한국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저성장이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여 년 후인 2035~2040년이 되면 선진국들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이 다른 OECD 선진국만큼 1인당 GDP가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또 청년실업·소득 양극화·노인 빈곤 등에 대처하는 사회보장과 노동시장 제도를 갖추지 못한 채 조기에 저성장 추세로 접어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기보다는 특수한 현상이다. 서기 1000년 이후 지난 1000년 동안의 세계 지역별 1인당 GDP 변화 추세를 보자. 영국 경제사학자 앵거스 메디슨에 따르면 인류 경제가 유의미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한참 뒤인 1820년 이후다. 그전에는 세계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 1820년대 이후의 성장 또한 서유럽과 미국에만 국한된 일이었다. 중국은 20세기 초반까지 900년간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다. 1820년 당시 한국은 중국과 같은 1인당 GDP 600달러 수준이었고, 1870년에는 604달러, 1945년엔 683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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