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모든 길의 시작은 삼성전자 사수”

모직·물산 합병 후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

  • 정대로 | KDB대우증권 연구위원 daero.jeong@dwsec.com

    입력2015-06-24 08: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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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지주회사 전환 신호탄
    • 삼성그룹 의결권 있는 삼성전자 지분 15% 불과
    • ‘중간금융지주’ 제도 도입 간절할 듯
    • 남매간 그룹 분할, 오래 걸릴 수도
    “모든 길의 시작은 삼성전자 사수”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 보자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필수 사항이다. 두 회사 합병으로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또한 삼성그룹의 출자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제일모직이 추가 비용 없이 삼성전자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며 △그룹 내 순환출자 단계를 단순화해 종국에는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물산의 전자 지분이 ‘열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그룹은 그룹 내 순환출자를 순차적으로 해소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그룹은 지난 2년 동안 계열사 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20개 이상 줄였다.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신규 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 강화 금지)으로 기존 순환출자 유지는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삼성그룹은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를 줄여나갔다. 이런 순환출자 해소 방침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 전 그룹 내 순환출자는 모두 10개로 파악된다.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살펴보면 각 순환출자 고리의 최종 단계는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6개), 삼성SDI·삼성화재→삼성물산(4개)이다. 결국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려면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을 순차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우선적으로 실행할 것이 있는데, 바로 그룹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작업이다.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이 갖고 있어(4.06%), 삼성전자 경영권 및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한 회사가 되면 그룹이 삼성물산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셈이라 이후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삼성SDI 및 삼성전기 내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 처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지분 매각의 반대급부로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각자의 현재 시가총액 대비 20%에 달하는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삼성SDI 1조6000억 원, 삼성전기 9000억 원 추정). 그다음의 추가적인 지배구조 재편은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삼성전자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 확보

    삼성그룹의 3세 승계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라 하겠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분산된 삼성전자 지분은 약 70%. 지배주주 일가가 이를 사들일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자금 부담이 상당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2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지분 1%를 매입하는 데만도 2조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돼 일부 계열사는 자금 여력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고,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한 제일모직이 이번 합병을 통해 확보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그림이 가능하다.

    현재 그룹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17.31%. 이 가운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의결권이 특수관계인과 합해 15%만 인정되기 때문에, 그룹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5%이다(나머지 2.31%는 의결권 제한). 결국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추가로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또는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유들로 지분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그룹이 효과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적분할 및 현물출자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그룹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확고하게 지배하는 데 별 무리가 없게 된다.

    “모든 길의 시작은 삼성전자 사수”


    전자 자사주 매입 나설 듯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인적분할을 통해 전자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종래의 사업 부문을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는 확보한 자사주를 활용해 사업회사를 지배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때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 요건(20%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공개 매수할 때 현물출자로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유배당 계약자 배분 문제(②의 설명 참고) 때문에 활용하기에 쉽지 않다. 결국 삼성전자의 자사주 12.2% 및 삼성생명을 제외한 그룹 내 삼성전자 보유 지분 전량(10.1%)만 활용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 해도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재의’ 삼성전자는 또 한 차례 자사주 매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이후 공개 매수에 따른 부담 완화나 사업회사 경영권 안정 등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즉, 조만간 삼성전자가 ‘주주친화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②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처리 및 중간금융지주 도입

    삼성그룹 내 삼성전자의 최대 단일주주는 7.2%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그런데 이 지분은 유배당 보험계약자에 대한 배분 문제와 연결돼 있어 처리하기가 간단치 않다. 현행 보험업법상 투자유가증권을 처분하면 실현이익의 일정 부분을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계약의 책임준비금 비중을 고려할 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판다면 적어도 매각 이익의 20~30%를 유배당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할 때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 처지에서는 차라리 이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엔 별도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관련 법률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어서 향후 입법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그룹은 생명, 화재, 증권 등 13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삼성은 금융 계열사들을 매각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 따라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일반지주회사 내 금융 계열사 보유를 허용한다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된다면 삼성으로서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내다 팔 필요 없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 대부분 금융사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집결돼 있다. 따라서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재편한다면 삼성생명을 보험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와 증권·화재 등 금융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분할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다만 삼성생명 지급여력 비율 하락 등을 이유로 이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 사업회사에 속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배 목적’ 벗어나야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허용된다 해도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 지분만 보유할 수 있고 비금융 자회사 지분은 보유할 수 없다. 금융 자회사 또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즉,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출자구조를 정리해야 금산분리가 달성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도 그룹 내 지분 정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현재와 같이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유배당 보험계약자 분배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새로 도입돼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으면 삼성생명 사업회사는 ‘지배 목적이 아니라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지배 목적이란 단독으로 또는 특수관계자와 합해 그 회사의 최다 출자자이면서 동시에 그중 지분이 가장 많은 경우를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최다 출자자는 삼성전자 지주회사다. 즉,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최다 출자자 지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보유가 지배 목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새롭게 취득한 신설법인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의 일부(금산법에 따라 5% 초과분)를 처분해야 한다. 이때 발생한 매각이익 중 일부는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③ 남매간 그룹 분할

    삼성은 2세 승계 과정에서처럼 향후 3세 삼남매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분리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남매 간 계열분리 측면에서도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배주주 일가 지분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에서보다는, 우선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지배력을 높인 뒤에 그룹을 분할하는 것이 지배주주 일가에 더 유리하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대주주에게 가장 높은 문턱은, 보유 주식 매각 및 현물출자로 발생한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및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적용 중인 조세특례제한법상 지주회사 전환 세제 혜택(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물 출자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면제)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유인이 높다. 이 세제 혜택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인데, 2000년 처음 도입된 이후 연장에 연장을 거듭했다는 점에 미뤄 이번에도 또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요약하면 삼성그룹은 향후 (1)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고하게 한 뒤 (2)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및 전자 계열사를, (3)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생명 사업회사 및 증권, 화재, 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결국 (4)‘합병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을 이룬 뒤 이를 분할함으로써 3개 그룹으로 계열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무엇보다 급선무는 ‘확고한 지배력의 완성’이므로 계열분리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 지분 승계 시나리오

    합병 삼성물산 ·삼성SDS 배당성향 높아진다?


    “모든 길의 시작은 삼성전자 사수”

    2007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함께 과테말라시티를 찾은 이건희 -이재용 부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전자(3.3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1.41%), 제일모직(3.45%)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 주식은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상속, 증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상속세와 증여세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현행 상속세율 중 최고세율은 50%(30억 원 초과 시)이다. 특히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이유로 할증해 평가하므로(최대 할증률은 30%),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5%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 상속에서만 7조 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종전에는 상장주식으로 물납이 가능했지만, 법률 개정으로 2013년 2월 15일 이후의 상속부터는 물납이 금지됐다. 상장주식은 현금화가 용이하므로 납세자가 직접 현금화해 상속세를 납부하라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현금 재원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5년간 연부연납(年賦延納)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 많은 현금을 마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전체 세액을 6으로 나눠 상속 시점에서 6분의 1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향후 5년간 6분의 1씩 연부연납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조 원이 조금 넘는 현금만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배주주 일가는 이 금액을 보유 주식 담보대출 및 배당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합병 삼성물산’ 및 삼성SDS의 배당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을 공익재단에 증여하면 증여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공익재단을 활용해 증여세를 절감한 뒤 지배주주 일가가 주식을 되사오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금 부담이 수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미 선대 이병철 회장에게서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공익재단을 활용해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같은 방법이 또 사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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