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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국 최고 풍수학자 대담

“모래땅에 국회가 섰으니 국운이 모일까”

“모래땅에 국회가 섰으니 국운이 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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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가 하루도 조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박정희정권 시절 여의도에 국회가 들어선 이후 그랬던 것같습니다만, 여의도 국회도 풍수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최창조: 국회 터를 말하기 이전에 여의도란 곳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조에 지은 ‘대동지지’나 ‘동국여지비고’ 등에서 여의도는 일반적인 섬이 아니라 일종의 사주(沙洲)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나 풍수적으로 여의도가 중시되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의도(汝矣島)란 말이 홍수만 지면 가라앉는 쓸모없는 땅이기 때문에 ‘너나 가져라’는 뜻으로 불리게 됐다고도 하지요. 여의도는 67년 여의도개발사업 이후 새로 85만평의 대지가 조성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여하간 여의도 자체가 모래땅인 사토(沙土)이자 강 가운데 흙을 퍼다 메운 사토(死土)의 지역입니다. 저는 여의도를 처음부터 그 원형을 살려 강변 저습지로 보전함으로써 그나마 서울의 운치를 살릴 수 있는 땅으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성희: 여의도가 모래땅이라면 얼핏 생각하기에 그 위에 세워진 집은 사상누각이어서 별로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데요. (일동 웃음)

김두규: 수맥 풍수를 하시는 임응성신부가 여의도 국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부정 부패와 무기력한 행태를 보고 그 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직업 풍수들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 안에서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질 리가 있겠느냐고 말들 하지요.



최창조: 여의도엔 금융기관과 방송국이 있습니다. 이것은 여의도가 가지고 있는 땅의 성격과 맞아요. 모래 땅이라는 자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깥으로 분산되고 떨쳐버리는 성격이 있는데, 방송은 전파를 따라 외부로 발산하는 기운이고 금융 역시 돈의 성격상 돌고 도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분야는 여의도의 지기(地氣)하고 맞아떨어지겠지요.

이성희: 여의도는 모래 땅이니까 분열되고 발산되는 곳이다, 그러니까 방송이나 금융업은 잘 맞다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국회 의사당하고는 안 맞는 것 아닙니까? 의사당은 여러 가지 의견을 모아 국론을 결집시키는 곳인데….

최창조: 그렇지요. 돈 기운이 맞는 땅에 정치가 맞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죠. 현실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지만, 돈 있는데 정치가 따라 다니는 건 좋지 않은것 같습니다.

김두규: 풍수상 여의도는 수구지점 가까운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강의 물길이 흘러 기를 흐트러뜨리는 곳, 곧 장풍이 되지 않는 곳이라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온전한 심성을 가지고 국사를 제대로 하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같은 영남, 프랑스같은 호남

이성희: 정치 얘기가 나왔으니 내친 김에 우리 사회의 최대 고민거리인 지역 갈등 문제를 풍수적 입장에서 한번 얘기해보지요. 광복 이후 이승만 박사를 제외하면 모두 영남에서 대통령이 배출됐습니다. 풍수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대통령도 일종의 군주 개념으로 보는데, 유독 영남에서 군주가 많이 나온 것은 영남의 강한 산 기운 때문이 아니었겠느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호남 사람들은 매우 섭섭해 했었고요. 또 지금은 호남 출신의 대통령이 나온 상황에서 반대로 영남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최창조: 영남에서 다수의 대통령이 배출된 것을 풍토론으로 해석하는 학자가 있어요. 아무래도 호남에 비해서 영남이 척박합니다. 실제로 가서 보면 음식 맛이 떨어지고 들판도 좁고 하니까 자연히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경상도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거나 투쟁적으로 하지 않으면 잘 살 수 없지요. 반대로 호남 지방에는 먹을 것은 있으니까 풍류라는 것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사람들이 권력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면도 있지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모두 섬 출신인 것도 풍토론 쪽에서 말할 수 있겠지요. 생활 여건이 열악한 섬이라는 자연 조건은 사람들에게 투쟁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기가 힘드니까요. 그런 점에서 섬 출신이 권력의 최고자리까지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해석은 풍수와는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역갈등 문제를 말할 때 늘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 대해 못살게 군 쪽에서 ‘갈등’이라는 표현을 쓰는 법입니다. 풍수에서 등장하는 ‘호남 역세론(逆勢論)’이니 ‘호남 배역론’(背逆論)의 경우 호남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런 식으로 음해하는 표현을 구사했겠습니까. 호남은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호남 대통령까지 나온 상황에서 강한 위치에 있는 호남사람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먼저 화해하고 용서를 하라고 저는 말합니다.

김두규: 풍수적으로 말하는 호남 역세론은 조작된 정치 이데올로기입니다. 왕건의 훈요십조에 등장하는 차령 이남 공주강 외의 강, 즉 섬진강 영산강 등은 반궁수(反弓水)라고 해서 고려의 수도인 개성을 향해 활의 시위를 당겨 겨누는 형상이라 합니다. 즉 배신의 강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배류수(背流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고려조의 입장에서 보면 낙동강 역시 개성을 향해서 화살을 쏘고 있는 대표적인 배류수인데, 조선영조때 충신배출의 물길로 승화돼 나타납니다. 이런 것들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조작된 풍수논리입니다.

최창조: 저도 덧붙여 보지요. 성호 이익이 호남의 강들을 산발사하(散髮四下), 즉 물길이 동쪽으로 북쪽으로 서쪽으로 남쪽으로 흩어져 따로 논다, 그렇기 때문에 항심(恒心)이 없고 인심이 사납고 교활하다 했습니다. 호남의 물길이 산발사하라는 것은 실제로 잘 본 겁니다. 섬진강, 탐진강, 만경강, 금강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리고 영남의 경우는 정 반대입니다. 동향 쪽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하천도 어디서 시작이 되든 모두 다대포로 빠져 버립니다.

문제는 산발사하는 항심이 없고, 낙동강 물길은 모두 하나로 가기 때문에 항심이 있다는 쪽으로 선악을 가해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영남과 호남의 강을 보고 말할 때 프랑스같은 호남, 독일같은 영남이라고 다소 과장되게 표현합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중앙 대지에서 방사상으로 물이 흘러 내려가고, 독일의 경우는 북해로 흘러들어가는 몇 개 하천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라인강 한곳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우리가 그걸 보고 프랑스가 나쁘다 독일이 나쁘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독일은 단결이 잘 되고 깃발만 들면 와 몰려듭니다. 그래서 자꾸 전쟁을 많이 일으켰는지도 모르지만요. 반대로 프랑스는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포용성이 있고 사람들이 온화하고 예술이 발달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땅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땅 자체가 옳다 틀려 먹었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안됩니다. 김선생님이 강조하시다시피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끌어들인, 어떻게 보면 풍수라기보다는 도참이죠.

아파트 명당론

이성희: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주거환경 등 실생활 주제로 접근해보기로 하지요. 오늘날 우리 주거 환경이 아파트라는 형태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일정한 자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그 터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상당수가 자그만 산 하나 정도는 없애면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과연 여기에 풍수 개념이 성립될 수 있는지요? 만약 아파트에도 풍수가 관여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창조: 고전적인 풍수 이론대로 한다면 자생 나무의 높이를 넘어가 버리는 층은 지기(地氣)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땅이 돼버리죠.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뜻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아파트 문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인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풍수적 지혜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말씀드리자면 사실은 아파트나 산소 다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좋은 땅, 나쁜 땅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자생풍수에서 이걸 굉장히 강조하는데, 어디에 가서 마음 편하게 느끼고 여기가 참 좋다는 느낌이 들면 그 사람한테는 그곳이 바로 명당인 겁니다. 그런데 똑같은 장소를 다른 사람이 가면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다, 느낌이 안 좋다 이렇게도 반응이 나옵니다. 이 사람에게는 그곳이 명당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살 아파트든 부모님을 모셔야 할 산소 자리이든 1시간 정도 그 자리에 앉아 있어 보면 자신에게 맞는지 안맞는지 그 느낌을 알 수 있어요. 이건 제가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이성희: 김선생님은 ‘한국풍수의 허와 실’이라는 저서에서 아파트 문제를 다룬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두규: 우리 나라는 아파트의 형태나 입지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어디든지 터만 있으면 아파트를 20~30층까지 닭장 비슷하게 지어올리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니까 이런 주거환경이 불편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을 보면 우리 같은 형태의 아파트는 굉장히 드뭅니다. 저는 이제 우리 아파트 형태나 입지도 바꿔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대기업 건설업체에서 동양적 사고를 가지고 아파트를 짓겠노라고 했는데, 2000년대 아파트의 주거 형태는 풍수적 지혜가 참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남원 풍수학교에 참석한 수강생들을 보니까 조경학과 학생들은 물론 교수님들도 참석하셨어요. 조경학 자체는 서구적 개념인데, 한국의 조경학자 내지는 학생들이 이제는 서구적 조경학만으로는 우리 땅 우리 풍토에 맞는 조경을 하기에 불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경학자들이 우리 전통풍수에서 기본틀을 제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성희: 그런 점에서 최근에는 풍수라는 학문이 단순히 풍수지리학이 아닌, 인문학과 자연학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미 홍콩이나 일본에서는 풍수와 조경이 만나서 방의 위치를 따지기도 하던데요.

최창조: 그런 분야도 풍수에서 연구해야 할 거예요. 그런 걸 풍수라고 얘기하면 다른 학자들이 펄펄 뛰는데, ‘산림경제’ 같은 책에는 수종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뜰에는 높이 자라는 과일 나무는 심지 말라고 합니다. 앞뜰에다 심어 놓으면 해를 잘 받으니까 나무가 높이 자랍니다. 거기에 아이들이 올라갔다 떨어지면 곱사가 될 수 있고, 하여튼 곰곰 따져보면 일리가 있어요. 또 안방 뒤에는 대나무를 심지 말라 하는데, 대나무 소리가 공부할 때는 청량감을 주지만 잘 때는 기분이 안 좋거든요. 이렇게 하나 하나 따져가지고 조경에 응용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이성희: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됐군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게 수입국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떠든 말들을 시차를 두고 들여와서 여기서 장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입 담론이 아닌 자생 담론이면서 21세기 모든 담론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담론이 풍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풍수는 21세기 우리가 직면하게 될 최고의 골칫거리인 환경 문제에 분명히 큰 지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 풍수학자께서는 생태학적인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연계를 해 우리의 자생풍수가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이 되도록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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