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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휴머니즘·유토피아

인간의 근원, 학문의 근본

  • 글: 박홍규영남대 교수·법학

생명·휴머니즘·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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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휴머니즘·유토피아

르네상스의 두 천재, 미켈란젤로(왼쪽)와 다 빈치

그러나 이는 르네상스의 절정기(High Renaissance)일 뿐, 그 앞에는 초기 르네상스가 있고, 뒤에는 이탈리아 북부와 유럽 대륙에서 전개된 후기 르네상스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후기 르네상스를 대표한다. 이탈리아 밖의 르네상스는 에라스무스, 몽테뉴, 라스 카사스, 라블레, 모어, 브뤼겔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인에 버금가는 뛰어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들은 휴머니즘·유토피아·생명력이라는 르네상스 문화의 핵심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인 못지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17세기 이후 그런 ‘르네상스정신’이 사라지면서 서양의 근대가 위기를 맞았다고 보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흔히 르네상스를 ‘근대의 봄’이라 한다. 그러나 ‘중세의 가을’이라 보는 견해도 있는 만큼 근대와 중세 사이의 시기, 그러니까 14~16세기 유럽의 사회와 문화를 뜻한다 하는 것이 무난할 게다(한국에서 르네상스 연구의 태두라는 역사학자 차하순은 ‘르네상스의 사회와 사상’에서 그 시기를 1300~1500년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그렇게 하면 그가 르네상스기 인물에 포함한 셰익스피어(1564~1616) 등은 제외되고 만다). 여기서 근대란 르네상스인들이 자기 시대를 부른 말로 이전의 고대, 중세와 구분된다. 이러한 역사 구분을 3분법이라 한다.

현대의 몇몇 학자들이 르네상스를 ‘중세의 가을’이라 불렀다. 르네상스가 지닌 중세적 요소의 핵심은 봉건제와 가톨릭이다. 물론 그 둘은 13세기말부터 진행된 화폐경제의 부활, 도시민의 대두, 상공업의 발흥, 세속문화의 형성과 종교적 분열이라는 ‘근대의 봄’ 기운에 의해 점차 쇠퇴했으나, 기본은 르네상스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렇더라도 필자는 르네상스를 중세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세의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르네상스를 보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를 ‘근대의 봄’으로 규정할 경우 그후의 근대사는 르네상스의 발전태인 ‘근대의 여름 그리고 가을’이 된다. 17~19세기의 종교개혁(시작은 16세기), 봉건국가를 대체한 국민국가의 형성, 자본주의 발전, 과학혁명을 비롯한 지성혁명 등은 르네상스의 ‘여름’에 해당할 것이다. ‘가을’이란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자본주의가 서서히 저무는 것을 말한다.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라 해도 무방하다. 르네상스로부터 17~19세기, 나아가 현대까지의 연속성에 방점을 찍는 견해다.

이처럼 르네상스를 중세 및 근대와 연결하는 일반적 사관은, 역사의 모든 단계에서 연속성을 인정하는 일반론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연속성보다 단절성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시기도 있다. 적어도 르네상스의 개혁성을 강조한다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그 단절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는 결국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필자는 르네상스를 문화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개혁’의 시기로 보아 중세 혹은 17세기 이후의 근대와 구별한다. 이는 지성사적 측면에서 볼 때 르네상스에서 나타난 구체성·다양성·상대성·관용성· 통합주의·회의주의 등의 경향이 17세기 이후 추상성·절대성·배타성· 획일성·실증주의 등으로 대체되면서 결국 20세기에 이르러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낳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흔히 르네상스를 ‘문예부흥’이라 번역한다. 일본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문예’란 문학과 예술을 합친 말이다. 한편 국어사전에는 문예를 문학, 즉 문학예술의 준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문예부흥을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르네상스는 문학의 부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리태니카는 르네상스를 ‘고전 학문과 지식의 부활’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이 또한 범위가 너무 좁다.

르네상스에서는 신대륙의 발견(이는 유럽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과 탐험, 지동설의 천동설 대체, 가톨릭과 봉건제의 몰락, 도시국가 및 국민국가의 탄생, 민족언어의 발전, 상업의 성장, 종이·인쇄술·항해술· 화약 등 신기술 발명 및 응용이 이루어졌다. 문예와 학문뿐만 아니라 이 모든 변화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문화’란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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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홍규영남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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