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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대북 비밀지원 파문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 글: 안영모 전 세계일보 주필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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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정권의 대북 뒷거래를 민족지상주의의 관점에서 당연시하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통치행위론, 평화유지를 위한 불가피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상은 모든 부문에서 투명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국가 청렴도의 투명성 여부는 곧 그 나라의 신인도와 삶의 질까지 재는 척도다. 현행법을 어기며 뒷거래를 한 게 사실로 드러난 이상, 그 내막을 밝히라는 요구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팀을 태운 버스 행렬

이 나라에서 권력의 힘은 상식과 논리와 법규를 압도한다. 권력을 잡은 쪽은 언제나 절대 선(善)인 양 군림한다. 이에 거역한다는 것, 그것은 곧 제재와 몰락을 의미한다. 과거 군부 정권 하에선 총칼이 무서워 그랬고, 민주화가 됐다는 요즘엔 ‘여론재판’이 겁나 입을 다문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면, 권력의 힘은 정점에 이르러 천하를 호령하는 목소리는 더욱 우렁차다. 신 권력의 도도한 물길을 막을 자 누구인가. 강안(江岸)의 반대 목소리는 침묵해야 한다. 오로지 찬탄과 박수만 존재할 뿐이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어떤가.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당선자 자신과 그 주변에 포진한 영 파워들의 권력 향유는 과거와 다른 데가 있는가, 없는가. 전임 권력자들과는 생래적으로 다르다는 옹호론이 있는가 하면 ‘권력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유유상종을 장담하는 주장도 들린다. 정권 인수위원회를 둘러싸고 외부에 전해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지적한 말이다.

인류연표로는 21세기를 넘어섰고, 한국 정치사의 시침(時針)도 민주-국민-참여시대로 발전했다지만, 반세기 동안 절대자로 군림해온 권력의 얼굴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모양을 하고 나타날지 그게 궁금한 요즘이다.

목하 새 권력을 창출한 영 파워의 진영에선 환호와 찬가가 울려퍼지고 있는 반면, 얼굴마다 세상풍파의 흔적이 역력한 올드 제너레이션들의 표정엔 패배와 절망의 빛이 어른거린다. 그런 감정은 곧 분노로 변하지만 이내 체념이 엄습한다. 그리고 긴 침묵 속으로 침잠한다. 이게 요즈음 5060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5년 전, ‘국민의 정부’를 제창한 김대중 정권 출범 당시, ‘헌정사 최초의 민간정부’라느니, ‘지역 갈등을 뛰어넘은 민족화합의 기수’라느니, ‘국난을 극복할 준비된 대통령’이니 하면서 새 집권자를 향한 극찬의 ‘용비어천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진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해보자.

새 권력 향한 ‘讚歌’의 종말은?

그로부터 2년 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목에 건 권력자에게 던져진 그 무수한 찬양은 또 어떠했는가. ‘2000년에 활짝 핀 인동초’ ‘자랑스런 평화 대통령!’ 정도의 표현은 약과다. ‘노벨평화상을 받으신 당신이 계시기에 한국인이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아부의 극치도 우리는 목격했다.

그런데 2003년 이 시간, 권좌를 곧 떠날 그 권력자에겐 날카로운 철편(鐵鞭)의 말들이 던져지고 있다. ‘로비해서 목에 건 노벨상’ ‘돈으로 산 남북정상회담’ ‘지역분열주의자’ ‘부패한 절대권력’ 등등…. 노심초사로 남북화해와 통일의 터전을 마련하려 애썼던 자신에게 던져진 돌팔매에 DJ는 한편 서운하고 분노마저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태는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일이 자칫 꼬였다가는 지난날, 군부정권의 절대 권력자 전두환씨가 밟은 길을 DJ 자신이 직접 체험하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국회 청문회 출석과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했던 전씨의 그 고난의 퇴임 시절을 DJ도 답습하게 될까? 팔순이 넘은 노(老) 전임 대통령을 그렇듯 혹독하게 다룰 수야 없지 않느냐는 정상론이 있는가 하면, 통치자라도 법을 어겼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다.

게다가 ‘DJ 문제’는 노무현 신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개혁 의지를 테스트하는 최초의 시험대가 될 듯하다. 노무현 당선자가 DJ의 정치적 후원 하에 대권 장악에 성공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치적 동지론과 ‘뿌리론’에도 불구하고, 새 권력자가 가야 할 길은 따로 있다고들 말한다. 당선자측 인사들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로 당면하게 될 ‘DJ문제’를 새 권력자는 어떻게 처리하고 넘어갈 것인가. 국민정서와 개인적 의리 사이의 고뇌에 찬 선택은 사실 새 권력자에겐 지난한 결정이겠지만 세간의 관심은 그것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과연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을 5공화국과 6공화국의 권력사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전두환 정권이 막을 내리고 노태우 권력이 등장하면서 선택한 ‘단절의 결별’을 주목하라는 주문이다. 전두환과 노태우, 양인의 관계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전씨가 노씨의 강력한 후견인이요 킹 메이커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물러만 보이던’ 노씨가 전씨의 통치기간 중에 있었던 범법행위가 정치적으로 부각되자, 그 끈끈한 연을 단절한 것이다. 세간에선 이 일을 흔히 전씨의 ‘백담사 귀양’이라고들 했다. 노씨의 신 권력은 전씨를 국회 청문회로도 끌어냈다. 노씨로선 ‘모진 결심’을 한 셈이다. 하지만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후원자나 친구의 정은 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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