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의 중심인 로열마일 전경. 오른쪽 건물은 청교도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존 녹스가 종교개혁을 외쳤던 성 자일스 성당이다.
에든버러에서 방문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대개 에든버러 성. 현무암 암반에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이 난공불락 요새의 외양은 칙칙하다는 말이 아니고는 묘사하기 쉽지 않다. 먼 옛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벌인 처절한 전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로 점철된 성이니 음산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성 입구에는 제복을 입은 근위병이 총을 메고 우스꽝스러운 발걸음으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관광객을 위해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는 이들 근위병 앞은 사진을 찍으려고 나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에든버러 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11세기에 만들어진 세인트 마거릿 성당. 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이 성당은 스코틀랜드를 다스리던 데이비드 왕과 그의 어머니 마거릿 왕비가 지은 것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난히 아름답다. 성당을 보고 성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아가일 포대(Argyle Battery)가 나온다. 이곳에 서면 에든버러 시가지 너머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성에서 나와 동쪽으로 이어진 완만한 비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레 구시가지의 중심인 로열마일(Royal Mile)로 이어진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득한 거리를 따라 선물가게, 레스토랑, 카페 등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을 입고 백파이프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로열마일을 따라 동쪽 끝까지 내려가면 홀리루드 궁전이 나온다.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이 우아한 궁전은 영국 왕실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한때 ‘비운의 여왕’ 메리가 살던 곳이다.
에든버러에서 가장 멋진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벨모랄 호텔의 우아한 자태
프린세스 스트리트의 동쪽 끝에는 에든버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칼튼 힐이 있다. 에든버러 성과 신시가지는 물론, 멀리 공장지대와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칼튼 힐은 일몰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붉은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애잔한 백파이프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에든버러에서 기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스털링이 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무대가 되었던 장소로 잉글랜드에 대항한 스코틀랜드인들의 투쟁 역사가 진하게 배어 있는 곳. 도시의 꼭대기 아슬아슬한 절벽에는 메리 여왕이 생후 9개월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스털링 성이 자리잡고 있다.
시내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잉글랜드에 맞서 싸운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를 기념하는 탑이 있다. 탑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스털링의 황량한 벌판은 스코틀랜드의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던 역사 속의 전장. 벌판 위로 흐르는 한 줄기 바람에 자유를 갈망했던 스코틀랜드인들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 있는 듯했다.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영웅 윌리엄 월리스 기념탑
스털링 성의 근위병이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을 입고 보초를 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