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세금이 낮고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점 때문에 레저용 차가 강세를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인기를 끌던 LPG 차량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경유차가 레저용 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연료비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단계별 에너지 가격조정 정책이 완료되는 2006년 이후에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75%에 달해 차이가 줄겠지만, 그때도 동급의 휘발유 차량에 비해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승승장구할 것 같던 레저용 차량도 몇 가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교통사고시의 안전성이 주목받고 있다. SUV(Sports Utility Vehicle)는 승차 위치가 일반 승용차보다 높은데다 차체도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안전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전복사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차종이 SUV라고 한다. 그것도 세단형 일반 승용차의 무려 3배나 된다. 차체 중심이 높다보니 갑자기 핸들을 꺾을 때 차체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단독 전복사고가 났을 때 SUV의 탑승자가 사망할 확률은 78%로 일반 승용차(46%)보다 월등히 높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탑승자의 머리 보호용 에어백을 포함한 안전장치를 추가 장착해 전복사고와 이로 인한 충돌 위험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안전기준 제정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SUV를 운전할 때는 몇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급격한 핸들조정을 피해야 한다. 차체가 높아 횡풍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횡풍이 심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둘째, 차량 뒤쪽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거나 무거운 물건을 실어 차량이 뒤로 기울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차량이 뒤로 기울어지면 앞바퀴가 들려 조종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한편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SUV가 다른 차량에 입히는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SUV 소유자에게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보험회사들도 등장했다. 최근 SUV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면서 보험회사들은 SUV가 그 전에는 몰랐던 이런저런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미국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처럼 레저용 차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차량 앞뒤를 ‘쇠파이프’로 중무장하는 행위가 만연한다면 한국에서도 레저용 차량의 보험료를 차별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