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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대북 비밀지원 파문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 글: 안영모 전 세계일보 주필

‘국익 우선’ 궤변으로 진상규명 외면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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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노무현,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런 고뇌의 시간이 올지는 미지수다. 문제의 사안이 다르고 당사자들의 성품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새 집권자인 ‘또 다른 노씨’도 어차피 선택의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며, 그 선택 여하에 따라 개혁과 정의의 척도를 가늠해보는 국민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DJ정권의 대북 뒷거래를 둘러싸고 이견은 분명 존재한다. 당사자인 DJ는 통치행위론과 평화유지를 위한 불가피론을 제기했다. 정치적으로 반대파인 야당은 북한에 건넨 돈의 조성과 전달에 명백한 범법행위가 있다면서 DJ와 관련자들의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특별검사제를 통한 철저한 수사를 전제로 한 공세다.

노무현 당선자의 입장은 강경에서 타협 쪽으로 후퇴를 거듭해왔다. ‘법대로 조사’에서 ‘국회 논의 후 결정’으로 말을 바꿨다. 노무현 캠프에선 ‘DJ의 직접 해명’에서 ‘특검제 검토’라는 말도 들리고는 있다. 딱히 종잡기 힘든 혼선이다.

이런 와중에서 2월14일 오전 DJ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대북송금 파문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또 정부는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대북송금을 수용했고,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이 지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밀 뒷거래에 분노하면서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여론은 되레 높아지고 있다. 물론 민족지상주의의 관점에서 DJ정권의 대북 현금 지원을 당연시하는 주장도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처럼 문제를 확대시킨 장본인으로 일부 언론을 지목하면서 그 책임을 따지는 논고도 한창이다.



한 언론의 여론조사는 ‘DJ문제’를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보도했다. 국민들로선 우선 대북 뒷거래의 내막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앞으로 얼마의 현금(달러) 다발이 어떻게 건네졌으며, 그 돈이 과연 핵 개발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알고 넘어가야겠다는 뜻이다.

반면 대북 현금 지원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경비로 그것을 미주알고주알 밝혀내는 것은 현존의 남북화해와 장차의 민족적 대동단결을 해치는 짓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서독의 동독 지원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서독의 경우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동독에 지불해왔다는 것이다. ‘덮고 지나가라’는 소리는 꼭 정부여당 쪽에서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지식인들의 입에서도 민족주의 우선론과 대북지원의 당위론이 강조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한 일간지에 입사한, 이름이 잘 알려진 한 대학교수의 경우다. 도올 김용옥이다. 그는 호칭이나 존칭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그 아호와 이름 석자면 충분한, 말하자면 명칭이 필요 없는 독보적 인물이다. 철학박사, 대학교수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한의사가 됨으로써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젠 신문기자로 변신을 했다. ‘기자 김용옥’, 이것이 요즘 그의 직업이요 신분이다.

그가 언론보도라는 생소한 장르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면에 발표한 르포 기사나 논평들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폭 넓은 스펙트럼과 인맥을 동원한 그의 기사엔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도 많고, 또 어떤 때는 ‘특종거리’도 발견되곤 했다.

그리고 지난 2월10일, 도올은 자신이 소속한 일간지에 요즘 한참 세간의 관심과 시비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대중 정권의 대북 비밀 뒷거래 논란 문제에 관해 장문의 논평기사를 썼다.

도올의 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가 한국의 최고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을 뿐더러 학자적 양심과 중도적 철학사상을 스스로 자랑해왔고 또 많은 이들이 그런 이유로 그의 글이나 말을 경청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올 김용옥이란 필명 아래 쓰인 글은 일단 객관적 진실을 담고 있으리라는 선입견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학문적 논란에 관한 것이라면 논란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문제의 기사에서 다룬 내용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세속의 핫 이슈다. 그런 만큼 그 글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도올의 글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격찬의 인용을, 또 다른 쪽에선 학자적 양심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북 뒷거래 시비에 관한 이야기를 애써 도올의 글과 연결지은 것도 그의 주장이 한쪽의 논리를 대변한 듯한 인상을 풍겼고, 그럼에도 그의 지성적 호소력이 자칫 국가적 문제에 대한 여론의 오판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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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영모 전 세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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