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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피해! 주한미군도 한국정부도 나몰라라

  • 글: 조재국 KCBL 집행위원장·안양대 교수 jkcho@anyang.ac.kr

지뢰 피해! 주한미군도 한국정부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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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뢰사고와 민간인 지뢰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및 보상 책임은 그 지뢰를 묻은 사람에게 있다. 그렇다면 그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현재까지 지뢰피해자에 대해 한국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최소한도에서 인정한 국가배상법에 의하여 배상을 용인하고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재판을 통해 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위로금 형식의 인도적 보상은 한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특히 미국정부는 한국의 지뢰피해자들에게 배상이나 보상을 한 적이 없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하여 한국정부에 배상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 내에 있는 모든 지뢰는 한국군의 책임 하에 매설된 것으로 미군은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지뢰에 대한 모든 정보는 한국군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과연 사실일까.

KCBL의 조사에 따르면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 지금의 휴전선 인근에는 물론 전쟁 이후 후방지역에서도 지뢰를 설치해왔고, 미국이 주도적으로 체결한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에 명시되어 있는 지뢰의 사후관리 및 제거책임 또한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확인해보자.

지난 1월15일 KCBL이 발표한 ‘한반도 내 주한미군 매설지뢰와 그 피해현황 조사결과’ 보고서는 2002년 2월부터 12월까지 벌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KCBL은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부터 수십 곳의 주둔기지주변에 지뢰를 매설했으나 이후 기지를 이동하거나 철수하면서 이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원군 대마리와 생창리, 양구군, 파주시 등에서 사고를 일으킨 대인지뢰는 대부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작전 통제권하에 매설되었거나 공중 살포된 것들이었다고 주민들과 군 관계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대위 존 웹스토버는 1955년 출판한 ‘한국에서의 전투지원(Combat Support in Korea)’이라는 저서 여러 대목에서 주한미군이 대인지뢰를 매설한 사실은 물론 매설과정이 불합리하게 진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당시 군사고문단으로 한국에 와있던 데이비드 F. 캠벨 소령은 경기도 연천 신녕전투에 관한 증언을 통해 “그날 저녁 추가로 두 개의 지뢰지대를 가설했다. 이들 중 하나인 제4지뢰지대는 요덕동 후방에 설치했는데…(중략)…이 지뢰지대에는 90개의 대인지뢰에 인계철선을 연결했다”며 지뢰매설 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버렸거나 지도 없이 묻은 것이 10만 발”

65야전 공병대대의 샘 D. 스태로빈 중위의 말을 인용한 대목에서는 “적에게 지뢰를 뺏기는 두 번째 방법은 단순히 버리는 것이다. 전방으로 너무 많은 지뢰를 옮겨놓았다가 전황이 바뀌면 대량의 지뢰를 손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지휘관들은 지뢰를 폭파하려고 했으나 이것도 접적지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스태로빈 중위는 또한 당시 지뢰매설과정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특히 지뢰지도를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한국전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무분별하게 지뢰지대를 설치한다는 것은 이미 매설된 지뢰지대에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거나 우군지역 주민과의 친선을 도모할 생각이 전혀 없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록을 하지 않고 지뢰를 매설했던 여러 부대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또 급히 서둘러 철수하는 바람에 상관이 명령하면 이동중인 트럭 위에서 장전된 지뢰를 내던져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중략)…미군지뢰전 교리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8군은 12만 발의 지뢰를 부대에 보낸 후 불과 2만 발만을 보유하고 있거나 매설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나머지 10만 발은 버렸거나 기록 없이 매설된 것이다.”

스태로빈 중위는 또 아군의 지뢰피해에 대하여 “나는 최소한 150대의 사용 불가능한 북의 탱크를 보았는데 이들 중 한 대도 지뢰에 의해 파괴된 것은 없었다. 또한 수많은 미군 탱크와 트럭들이 우리측 지뢰에 의하여 파괴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같은 당시 미군 관계자들의 증언은 전쟁중 주한미군이 대인지뢰를 마구잡이로 취급했고, 매설과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특히 당시에 지뢰가 어디에 몇 발이나 묻었는지 정확한 지뢰지도를 작성해 보관하지 않은 것은 오늘날 적잖은 지뢰사고의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필요한 지뢰를 제거하는 일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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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재국 KCBL 집행위원장·안양대 교수 jkcho@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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