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호

빌트인 가전 名家’의 꿈, R&D로 다진다

레인지후드 전문업체 (주)하츠‘

  • 글: 최희정 자유기고가 66chj@hanmail.net

    입력2003-02-25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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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하츠는 수입에 의존해온 고급 레인지후드 시장을 국산품으로 대체하며 장악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주요 부품을 국산화한 데 따른 결과다. 하츠는 올 초 코스닥 등록에 이어 빌트인 주방 가전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빌트인 가전 名家’의 꿈, R&D로 다진다

    레인지후드 등 하츠의 빌트인 가전제품들로 채워진 모델하우스

    요즘 굵직굵직한 건설업체들이 시공한 아파트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주방 곳곳에서 ‘하츠(Haatz)’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외국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고급스런 레인지후드 디자인 때문에 하츠를 외국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츠(대표·이수문)는 빌트인(붙박이)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주방에서 조리할 때 나오는 냄새와 연기를 배출시키는 레인지후드 전문 제조업체다. 설립 15년째를 맞은 하츠는 그간 해마다 35%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인정받아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지난 1월 코스닥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국내 레인지후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면서 지난해에만 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하츠의 성장은 이수문(李秀文·55) 사장의 독특한 경영전략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이사장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해 업계 최강자와 거래한다’는 원칙을 고수, 그 동안 저가품 위주였던 국내 레인지후드 시장을 고가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하츠는 현대건설, 한샘 같은 유수의 대기업들과 수주계약을 맺었다. 2∼3년 전부터는 빌트인 가전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하츠’의 전신은 한강상사. 한강상사는 직접 제품을 생산할 만한 규모가 못돼 독일 보쉬사에서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오븐, 후드 등을 수입해 팔면서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당시 수입해 팔던 레인지후드는 국산 제품보다 가격이 10배 정도 비쌌다. 디자인도 국내 제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고 성능도 월등히 뛰어났던 만큼 가격이 비싸도 많이 팔려나갔다. 이사장은 이같은 시장상황에 착안, 국내에서도 고급스럽고 성능이 좋은 레인지후드를 만들면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부품 국산화로 시장 장악



    “독일 보쉬사에 후드 제조 기술 이전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가르쳐줬어요. 몇 가지 부품은 수입해 쓰고, 다른 부품은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쿠치나’(이탈리아어로 ‘부엌’이란 뜻)라는 브랜드로 후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주요 부품을 외국 회사들에 의존한 탓에 부품 회사가 언제 부품값을 올릴지 몰라 불안했습니다. 그랬다간 납품일 맞추기도 어렵게 되거든요. 이래 가지곤 안 되겠다 싶어서 우선 핵심 부품부터 국산화하는 데 매달렸습니다.”

    이사장은 팬과 모터를 국산화하기로 마음먹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열유체공학연구소를 찾아갔다. 처음에 들은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팬이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만들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부품이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수입해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였다. 32개의 날개가 달린 후드 팬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간곡한 설득 끝에 연구가 시작됐고, 그후 18개월 만에 소음을 크게 줄이고 냄새나 분진 등을 거의 완벽하게 흡입하는 기능의 팬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츠는 팬 개발을 계기로 다른 부품들도 하나하나 국산화하면서 레인지후드 가격을 수입제품의 30%대로 낮출 수 있었다.

    부품 개발에 속도가 붙자 하츠는 1996년 자체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츠는 석·박사 출신으로 이뤄진 연구진만 22명에 이르고, 한 해 연구·개발비로 30억원을 투자한다. 중소기업치고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 덕분에 하츠는 일본보다 앞서 두 개짜리 모터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놀라게 했고, 4∼5년 전부터는 연 30억원 규모의 레인지후드를 일본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무역장벽이 워낙 높아 세계 최고의 레인지후드 생산국인 이탈리아도 넘보지 못한 일본시장을 하츠가 뚫은 것이다.

    2000년 말에는 세계시장을 겨냥해 120억원을 투자,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연간 90만대의 레인지후드를 생산할 수 있는 평택공장을 완공해 생산라인을 가동시켰다.

    회사 이름도 한강상사에서 하츠로 바꿨다. 하츠는 ‘Human, Art And Techno Zone’ 의 약자로 ‘인간, 예술, 기술의 조화를 통해 밝은 미래와 쾌적한 환경을 구현한다’는 기업정신을 담고 있다.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레인지후드를 비롯한 빌트인 시스템 전문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도 담았다.

    빌트인 가전 名家’의 꿈, R&D로 다진다

    (주)하츠 이수문 사장

    현재 하츠가 생산하고 있는 후드는 40여 종. 저가품인 보급형, 기능과 규격을 충분하게 갖춘 시스템형, 그리고 기능성에다 디자인을 강화한 데코형 등으로 분류된다. 품질과 디자인에 따라 가격도 4만원대에서 100만원대까지 다양한데, 시장 판매율은 시스템형이 44%, 고급형인 데코 후드가 27%를 차지한다. 평택공장에서는 ‘하츠’ 브랜드로 고가품을, 파주공장에서는 ‘쿠치나’ 상표로 중저가 제품을 생산한다.

    “고급스런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면서 불과 몇만원짜리 후드까지 만드는 것은 ‘틈새’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죠. 고가 제품에 주력한다고 중저가 제품 생산을 외면하면 다른 기업들이 파고들 틈새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저가품은 저가품대로, 고가품은 고가품대로 활로를 넓혀가는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죠.”

    또한 하츠는 한강상사 시절 맺은 인연으로 지금도 프랑스, 미국, 독일 등지에서 커피메이커, 진공청소기, 면도기, 조리기구 등 소형 가전제품을 수입해 주요 백화점이나 할인점,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연 8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고가 레인지후드 업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하츠는 3년 전부터 빌트인 가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 기능성을 강조한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빌트인 가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고조됐기에 제대로만 만들면 분명히 시장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2000년 신규사업으로 진출한 빌트인 가전 부문에서 첫해 매출액이 6억원에 그쳤지만, 2001년에는 8억원, 지난해에는 22억원으로 뛰어올랐다.

    국내 빌트인 가전 부문 시장규모는 4000억원대. 하츠는 레인지후드 영업으로 다져놓은 유통망을 활용,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면서 빌트인 가전 부문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서울에는 두 곳에 직영 매장을 내고 전국 주요 도시의 기존 대리점을 전문매장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5개의 매장을 열기로 했다.

    하츠의 빌트인 사업은 주방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냉장고, 세탁기, 레인지후드,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제품 배치를 함께 고려해 주방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주부의 동선(動線)을 배려해 이들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수문 사장은 “대기업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중소기업인 하츠가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기능성과 실용성 위주의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하츠는 초기 투자비를 절감하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대우전자에게 반찬냉장고, 동양매직에게 가스레인지, 한일전기에겐 식기건조기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빌트인 가전 업체 중에서 분야별로 가장 우수한 기업과 제휴, 하츠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하츠는 고급형 싱크볼 사업에 뛰어들 채비도 갖췄다. 평택공장 옆에 연간 2만5000개의 싱크볼을 생산할 수 있는 5000평 규모의 공장을 올 3월에 착공해 연말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고층 아파트나 오피스텔 시장을 겨냥, 주택 내부를 환기시키는 주택공조 시스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구소에 주택공조팀을 신설해 고층빌딩을 대상으로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설계에서 생산, 시공까지 일괄 수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츠는 레인지후드의 올 시장 점유율을 5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오존 발생, 자동 소화, 높낮이 조절 등이 가능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5년 이내에 레인지후드 분야에서 세계 5위 기업 안에 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위해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는 기업은 드물다. 그 결과에 대해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

    이런 면에서 하츠는 여느 중소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지닌 기업이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하츠가 앞으로는 또 어떤 제품으로 가전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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