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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붓 따라 길 따라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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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사명당 기념비와 그 옆을 지키고 선 향나무

만어사 미륵전에 ‘모셔진’ 불영석은 있는 그대로만 말하면 상체가 앞으로 기운 형태의 너럭바위다. 높이 7.8m. 두꺼비가 머리를 내밀고 좌정한 듯한 이 바위의 신비는 그를 향해 고개를 치켜든 너덜겅의 수만 돌들을 장중하게 굽어보는 압도적 자세에 담겨 있다. 가슴팍에는 은은한 붉은 색이 감돌아 검은 물고기 돌들을 다 포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옛 사람들은 이 불영석과 너덜겅의 돌들을 묶어 “동해의 고기와 용들이 부처님의 설법에 감동해 만어산에 올라와 돌이 되었다. 불영석엔 은은한 부처님 미소가 흐르고 물고기 돌들은 설법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쳐들었다”는 전설을 만들었다. 그럼 돌에서 나는 쇳소리는? 그건 부처님의 말씀과 자비가 몸 안 가득히 찼다는, 그래서 공양하는 종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지 않겠는가.

아랑이 나비되어…

만어산을 내려와 밀양강을 따라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들장미가 화사하다. 비 그친 뒤 나온 해조차 촉촉이 젖은 장미의 아름다움이 눈부신지 구름 속으로 이내 몸을 가린다. 비 온 뒤에는 잠자리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법인데 이곳 밀양에선 어쩐 일인지 나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안내하는 장기자는 “나비들은 바로 아랑의 넋”이라고 설명한다.

풍류가 흐르는 강, 영험이 깃든 산 경남 밀양

만어사 미륵전의 불영석과 검은 물고기 돌

조선 명종 때 고을 부사의 딸 아랑낭자가 유모의 꾐에 빠져 밀양강변에 달구경을 나왔다 치한의 습격을 받았다. 죽음으로 정조를 지켰지만 시신은 유린돼 영남루 밑 울창한 대밭에 버려졌다. 딸을 잃은 부사는 실의에 빠져 자리를 옮겼고 이후 부임하는 부사들마다 첫날밤 의문의 죽임을 당하는 괴변이 벌어졌다.



다른 전설처럼 아랑낭자 전설의 결말도 비슷하다. 담 센 부사가 부임, 낭자의 원혼으로부터 사연을 듣고 범인을 잡아들인다. 낭자의 혼이 나비가 되어 치한의 어깨 위에 앉은 때문이다.

사건 이후 400여 년이 지났다. 낭자의 원혼을 달래려 밀양강변 대밭에 세운 아랑사당엔 언제나 나비들이 날고 있다. 들장미가 아름답다한들 여기선 하늘하늘 나는 나비의 멋에 비하지 못한다. 한을 벗은 아랑이 나비가 되어 풍류와 운치가 흐르는 강변 누각을 노니는데 어떤 아름다움이 그를 당할 수 있겠는가.





신동아 200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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