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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의 한국경제 직격 진단

사회 대통합으로 ‘디지털 변곡점’ 뛰어넘자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의 한국경제 직격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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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경제정책 주류측은 난데없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루카스 교수의 ‘합리적 기대가설’을 빌려 역습을 가했다. 즉 “경제에서는 ‘펀더멘털(fundamental)’보다 ‘멘털(mental)’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경제가 잘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잘못될 수 있다”는 말을 인용, 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측을 경제불안 조성자로 몰아붙인 것이다. 요즘 새 정부가 경제위기론에 위기 알레르기 현상을 보이면서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당시 경제정책 주류측은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수술요법 대신 재정·금융적 모르핀 주사로 경기를 부양했다. 공적자금 추가 공급, 가계대출 확대, 카드채 장려, 부동산 경기 자극 등 매크로 총수요 관리정책을 총동원했다. 수출 부진을 이러한 거시적 내수 진작으로 타개하려 한 것이다. 그것으로 위기를 뒤로 돌렸다. 그러면서 작은 근거 하나라도 있으면 이를 확대 해석해 “가까운 시일 안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장의 불만과 불안을 무마하기 위해 ‘유사 무지개’라도 띄워야 했던 것이다. 일종의 ‘폭탄 뒤로 돌리기 게임’이었다고 하면 지나칠까. 그 폭탄이 지금 터지려고 하는 것이다.

위기 없이 개혁 없다

노무현 정부는 구조조정 강화에 의한 정면돌파가 아니라 다시 경기 부양 정책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추경예산 4조원 편성과 친(親)재계적 정책조정이 그것이다. 물론 다른 쪽에서는 개혁적인 정책을 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그것이 경기정책 내지 성장정책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엇박자를 이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 가을 혹은 내년 봄 경기 회복설을 슬슬 흘리더니 다시 2/4분기 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경기 침체기인 2001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시 ‘유사 무지개’가 뜨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상승해 조만간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이는 PC 교대기의 PC 수요 증대, 최근의 콜금리 인하 효과, 국제 금융자본의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바이 코리아(Buy Korea)’ 현상 등에 의한 것으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큰 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형 경기가 일어나기에는 27배 수준의 PER가 아직 너무 높고, IT(정보기술) 과잉 투자가 해소되기도 멀었고, 기술혁신의 돌파력도 미약하다. 특히 현재의 불황을 혁신과소에 의한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혁신 개시 및 그 확대기가 와야 대형 경기가 올 것으로 믿는다. 작은 산에 눈이 가리면 큰 산을 못 보게 된다. ‘큰 산’이란 후술하는 전략적 변곡점을 가리킨다.



위기론의 부정이 경기 부양책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뒤집으면 위기론의 긍정이 구조조정 정책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된다. 외환위기 때의 위기의식은 곧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따라서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위기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 없이 개혁 없다’는 논리는 우리의 경험에 비춰봐도 타당하다.

그러나 위기론을 비관론과 혼동하면 안 된다. 위기를 직시하되 소극적으로 뒷걸음질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면돌파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전자를 소극적 위기론, 후자를 적극적 위기론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전자를 비관적 위기론, 후자를 낙관적 위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루카스 교수의 말은 소극적 내지 비관적 위기론을 경계한 것이다. 비겁한 자가 호랑이를 만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용감한 자가 호랑이를 만나는 것은 한 장의 호피(虎皮)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에겐 적극적 위기론이 필요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7조원의 이익을 낸 대기업 총수이면서도 “2∼3년 후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위기를 돌파할 각오가 생기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역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기회는 위기의 문을 통해 이르게 된다. 일본의 도요타사(社)는 이른바 ‘위기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미국은 1980년대의 위기를 정면돌파해 1990년대에 기회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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