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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공급국그룹 총회에서 논의된 북핵 동향

“北, 4월에도 원심분리기·미사일 부품 도입 시도”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원자력공급국그룹 총회에서 논의된 북핵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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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최근까지도 핵관련 구매활동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NSG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심화되자 예전보다 훨씬 복잡한 방법으로 부품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거래가 적발되고 있다며 일본 대표는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안정화 직류 공급장치(Stabilized DC Suppliers) 세 개가 북한에 수출되려는 것을 발견해 차단했다는 보고. 안정화 직류 공급장치는 탄도미사일의 항법 및 통신장치가 안정적으로 가동하도록 각 부분별로 필요한 전압을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다.

당초 이 물건은 재일교포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도쿄의 한 부품회사가 태국의 통신회사에 납품하는 것으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반출한 제품이었다(태국은 핵개발 우려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 태국회사가 홍콩에 이 물건을 재판매하고, 홍콩에서는 다시 이를 북한으로 보내려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는 것. 이 때문에 일본 관계기관이 미국과 홍콩정부의 협조하에 북한으로의 반출을 막았다는 것이 일본측의 보고 내용이다.

한편 이 수출 건에 대한 정보는 미국 정보기관이 확인하여 일본에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관계기관이 반출저지 작업에 참여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 결국 이 부품은 홍콩항에 들어와 있던 북한행 선박에 선적된 상태에서 홍콩세관에 의해 발견되어 일본으로 회수됐다.

일본은 이와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부품 구매통로로 의심되는 17개 회사 리스트를 공개하고 회원국들의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회사들이 민영기업 신분으로 관련 품목을 간접 수입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 관계기관이 차린 유령 회사거나 이름만 빌린 차명 거래라는 것이 일본측 분석이다. 이들 외에도 어떤 회사들이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북한이 관련부품을 쪼개고 나누어 이중삼중의 간접교역 방식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정밀한 상황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일본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NSG 회원국들은 일단 자국 기업들이 일본이 공개한 이들 17개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금지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은 기존의 NSG 수출통제품목 이외에 재가공을 통해 핵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추가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의심스런 ‘남천강 무역회사’

그런가 하면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부품 공급처’로 의심받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 또한 일본 대표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NSG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NSG의 결정사항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대포동 미사일 등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상당수가 중국 기술을 원용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 없이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일본측의 논지였다.

이러한 일본측 주장은 최종결정에도 반영되어 NSG 총회의 한 페이지짜리 공식 보도문에는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의 허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시도를 막기 위해 일부 비회원국들에 대한 협력활동을 수행하기로 결의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여기서 말하는 ‘일부 비회원국’은 다름아닌 중국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품을 수입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저지한 것은 일본뿐이 아니었다. 또 다른 사례를 공개한 것은 독일과 프랑스 대표. 이들이 밝힌 적발 품목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원심분리기 자재였다. 원심분리기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우라늄 원석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추출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 대개 길이 3m, 지름 22cm 크기의 금속 원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원자력 금수품목이다.

그동안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원심분리기 도입을 시도해왔고, 미 CIA를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반입 여부가 핵개발 징후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판단하고 예의 주시해왔다. 지난해 10월24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파키스탄의 한 핵 연구소로부터 원심분리기 자재를 구입하려고 해 미국과 함께 저지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 대표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원심분리기 제조에 적합한 특수 알루미늄관 22t(원심분리기 300개 분량)이 중국 기업으로 위장한 북한 회사에 의해 대량으로 수입되는 것을 차단했다고 한다. 당초 이 물건을 수입하려 독일 회사에 신용장을 보낸 것은 ‘선양항공’이라는 중국 민간기업이었다. 그러나 독일 관계당국이 추적한 결과, 이 회사는 실체가 없는 회사인 데다 배후에 북한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중국 회사로 위장해 이 물건을 수입하려 했던 북한 기업의 이름이 ‘남천강 무역회사’라는 사실도 정보망에 잡혔다.

문제의 알루미늄관은 4월초 프랑스 화물선에 실려 독일 함부르크 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독일측의 통보를 받은 프랑스 정부가 일주일 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이 선박을 찾아내 관련 물품을 압수했다는 것. 남천강 무역회사는 통일부, KOTRA 등 우리 관계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기업 리스트에서는 확인되지 않아 유령 회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 밝힌 미사일 관련부품 반입저지와 독일 및 프랑스가 전한 원심분리기 부품 도입저지 시점이 모두 올해 4월이라는 점이다. 이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미국·중국이 베이징 3자 회담에 합의하고 협상을 진행하던 시점에도 북한은 계속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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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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