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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탈(脫)원전을 다시 생각한다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쟁점 분석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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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는 적법한가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절차와 관련한 위법, 불법 논란은 향후 공론화 추진 과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수원 노조는 8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탈원전 대책 TF팀장) 등 여러 야권 의원도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부소장(변호사)의 견해는 다르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다음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 여부를 공론화에 부치는 것은 국무회의 심의 사항을 열거한 헌법 제89조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둘째, 정부가 한수원에 대해 신고리 원전 공사의 일시 중단을 요청한 것은 행정지도인데, 이는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 셋째, 공론화위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 제690호는 행정 사무처리 기준으로 제정된 규범이어서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황형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공론화위의 설치 및 활동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결론적으로 공론화위가 신고리 건설 중단을 권고할 경우 정부가 건설을 중단하게 할 수 있는지 법률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의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국무조정실이 행정명령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내릴 수 있는 법률의 근거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의 권한과 관련해서도 공론화위가 발전소 사업 허가나 건설 허가를 내줄 수 없고, 공론화위는 법률에 의한 위임 규정 없이 국무총리훈령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공론화위의 결정 사항은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 공정성 논란

공정성이 가장 중요 ‘기울어진 운동장’론 경계해야

8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3차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위원들이 회의를 했다.[뉴시스]

정부·여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면서 공론화 과정에 불공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사이 친원전 측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과 한수원 노조가 시위 등을 통해 건설 중단에 반대하고,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언론이 거들고 있는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토론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탈원전 로드맵을 강조한다. 8월 9일에는 장관 직속으로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 TF는 탈원전·석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새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팀으로 국장급 인사가 단장을 맡았다. 공론화에 영향을 미칠 계획으로 만든 TF가 아니라면 공론화 이후에 발족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 산업부의 한 국장은 ‘탈원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또 7월에 두 차례, 8월 초에 한 차례 급전(給電·전력수요 감축) 지시를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급전 지시는 전력수요를 강제로 감축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로, 이에 응한 기업은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이는 산업부가 연례적으로 해오던 조치이긴 하다. 하지만 연이어 세 차례나 급전 지시를 내린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평소 30%의 전력예비율이 유지됐으나 폭염이 이어지면서 8월 7일에는 전력 예비율이 12%로 내려왔다. 이에 정부는 급전 지시를 내렸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원칙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친원전 측은 정부가 전력 수급 논란을 막기 위해, 즉 탈원전 정책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의심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7월의 급전 지시에 대해 ‘전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도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는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여당도 탈원전 논리를 거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최인호 의원은 국회 토론회를 열고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민주당은 8월 9일부터 매주 탈원전 정책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한수원에 공론화 기간 중에는 홍보활동을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원전 측 한 인사는 “이런 상황은 정부가 공론화라는 형식적인 틀만 갖추고 탈원전 분위기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론화 과정의 불공정성 지적에 대해 반(反)원전을 주장하는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는 “공론화위가 기계적인 중립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지난 40여 년간 막대한 물량 공세하에서 조성된 원전 편향적인 지형은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처럼 양측이 ‘게임의 공정성’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공론화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싹틀 수 있다. 윤성복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정부와 공론화위가 중립을 선언한 이상 공론화 과정이나 이후에도 시비가 나오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이런 논란이 발생하면 공론화가 끝나더라도 공정성 시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고 공론 조사 결과의 수용성도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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