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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인터뷰

조순 전 부총리, ‘참여정부’에 쓴소리

“한국판 뉴딜, 재정만 축낼 것 우리 경제, 일본형 불황 각오해야”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조순 전 부총리, ‘참여정부’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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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에서 그걸 바로잡는다고 한 것이 벤처 육성 정책 같은 것 아닙니까.

“벤처만 치켜세운 것부터 잘못된 일입니다. IMF 이후 기업들에게는 부채비율 200%를 맞출 것을 요구하고 은행들에게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8%를 일정기일 안에 맞추라고 하니 그걸 따라가는 통에 성장 동력이 없어진 거예요.”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그러한 현상이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왜곡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말씀이군요. 노무현 정부에서는 어떻습니까.

“무엇보다 경쟁을 되살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쟁은 경제의 자유화와 자율화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정부가 나서서 자꾸 통제하려고 하니까 경쟁이 안 되는 것이죠.”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콜금리를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밝힌 직후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한국은행이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총수와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분으로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중앙은행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정부가 처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지금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은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지 금리가 높기 때문이 아니거든요. 결국 금리를 낮추면 득을 보는 곳은 금융기관밖에 없습니다.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사오정, 오륙도에 직업 잃고서 그나마 돈 몇 푼 쥐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러한 상태가 앞으로 5~6년 더 갈지도 모른다’는 표현을 썼더군요. 이러다가 이른바 ‘L자형’ 장기 불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럴 가능성도 꽤 있다고 봅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제도입니다. 똑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우수한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느냐, 기업가들이 얼마나 활기 있게 기업을 경영하려고 하느냐에 따라 실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에 대한 국민의 통념도 중요하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심리라든지 인센티브가 별로 없는 현행 제도의 특성을 놓고 볼 때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말로만 ‘분배’ 떠들지 말고 중소기업 세금부터 낮춰줘야”

조순 전 부총리의 우리 경제에 대한 진단은 이렇게 예상보다 심각했다. 조 전 부총리를 찾았을 때 당초 취지는 경기 회복을 위한 해법을 몇 가지 얻어가고자 했지만 듣다 보니 대증(對症)요법 자체를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걱정했다.

그러나 조 전 부총리가 이야기하는 ‘양극화’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경제브레인들이 지적하는 ‘계층간 양극화’만은 아니었다. 소득불평등 같은 계층간 양극화 현상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성장의 핵심을 구성하는 수출과 투자, 그리고 내수가 서로 따로 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현상이었다. 말하자면 맞물려 돌아가야 할 톱니바퀴 중 몇 개가 빠져버렸으니 기계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 소비를 이어주는 파이프라인의 단절을 언급했는데, 소득불평등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하나의 경제 시스템 안에 있으면서도 운영원리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겁니다. 하나는 세계화한 환경에서 규모의 경제를 등에 업고 있는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재래식 수요와 공급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산업입니다. 그러니 한쪽에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다른 쪽으로 잘 넘어오질 않습니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융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하루아침에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인가요.

“이 문제는 2005년 하반기라고 해서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오래 간다고 봐야 합니다. 좋은 선례가 바로 일본입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일본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지금도 제로성장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그래도 우리보다는 이러한 양극화가 덜한 편이거든요. 이런 것만 보더라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수출이 잘 되고 성장률이 높아도 결국 그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논란이지요.

“사실 현재 실업률이 3.3%라는 통계는 당치도 않은 수치입니다. 일정 기간동안 얼마나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느냐만 보고 실업자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업상태에 있으면서도 직업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통계에도 아예 잡히질 않습니다. 기죽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이러한 통계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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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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