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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리포트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끊임없는 몸놀림, 칼 같은 세 끼, 젊은이 앞에서 ‘폼’잡지 않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노화연구가 박상철 교수의 ‘백세인(百歲人)’ 장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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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는 ‘늙으면 쉬이 죽는다’는 상식을 뒤집은 학자로도 유명하다. 의과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그의 전문 연구분야는 암(癌). 고기를 태운 부분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사람도, 그 발암물질을 줄이려면 고기는 야채와 함께 먹으라고 처음 제안한 사람도 박 교수다.

1990년대 초반 암세포의 모양에 관해 연구하던 그는 색다른 연구결과를 만나면서 노화연구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젊은 세포에 비해 늙은 세포가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똑같이 자외선과 강한 자극을 줬더니 젊은 세포는 죽어버렸는데 늙은 세포는 죽지 않은 거예요.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늙은 세포가 더 빨리 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매번 똑같은 실험결과가 나왔지만 2∼3년 동안 이에 대한 논문을 쓰지 못했어요. 실험이 잘못됐다며 애꿎은 연구원들만 야단쳤죠. 그 후에 젊은 쥐와 늙은 쥐에게 독성물질을 주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어요. 젊은 쥐는 죽는데 늙은 쥐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 실험을 토대로 발표한 논문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받아주더군요.”

‘늙으면 쉬이 죽는다’는 상식을 ‘쉬이 죽지 않는다’로 뒤집은 박 교수의 연구결과는 국제학회에도 충격을 던졌다. 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의 커버스토리(2002년 1월호)에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노화연구는 국제노화학회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박 교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화는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노화이론을 정립했다. 노화가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절박한 노력이자 생존전략이라는 것. 이는 노화에 대한 기왕의 발상을 전환하는 파격적인 계기이자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그동안에는 노화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도 없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노화는 운명론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에 반응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입니다.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 거죠. 적응이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만 바꿔준다면 얼마든지 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노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해요.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체조하고, 운동하고, 일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지역은 전남 순창·곡성·구례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호남 장수벨트’다. 박 교수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전남 순창을 꼽는다. 장수지역은 인구 10만에 100세를 넘은 인구가 21명 이상인 지역을 말하는데, 국내에서 이 기준을 넘어선 곳은 순창을 포함해 14곳으로 순창은 백세인이 29명에 달한다. 그 뒤를 전남 보성, 경북 예천, 경남 거창, 전북 곡성이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장수지역 분포도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지역이 고정적이지 않은 것은 1990년대부터 의료보험이 확대실시되면서 산골에도 의료 서비스가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과거엔 교통사정이 나쁜 시골에서는 노인이 아프면 그저 노환이려니 하고 포기하고 말았거든요. 90세, 100세 노인들이 다 감기로 돌아가셨죠. 지금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모시고 가니까 장수지역도 달라질 수밖에요.”

한국의 백세인은 인구 10만명에 4.7명으로 세계 수준인 평균 1명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평균 10명인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장수를 한다고 해도 한국의 노인들은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9세(2000년)지만, 65세 이상 노인 중 80% 이상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이 장수 돕는다

다시 박 교수가 만난 장수 노인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가 만난 백세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나름의 장수비결을 터득해 이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는 흥미로운 백세인 사례를 몇 명 더 소개했다.

“강원도 횡성에 사는 할아버지는 40세부터 50년이 넘게 자신이 개발한 체조를 해오고 있어요. 체조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어요. 그저 팔 올리고 내리는 국민체조 비슷한 것인데, 하루에 열댓 번도 넘게 합니다. 또 관절이 상하지 않도록 관절 오그렸다 펴기를 매일 300번이나 하고 있더라고요. 할아버지는 잠자리에서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주무신다고 해서 그 까닭을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그래야 오래 산다고 했다’며 웃습디다.

강원도 정선의 할아버지 한 분은 올해 아흔여덟인데 지난해에 손수 집을 지었어요. 바로 옆에 좋은 양옥집이 있지만 토담집에서 할머니와 살고 싶어서 직접 지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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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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