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대는 50년 동안 ‘국제관계의 전문 실무자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외대 전체 졸업생의 10%인 1만명 정도가 세계 200여 나라에서 무역을 담당하는 기업인으로, 사업가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어느 땅에도 외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정도다. 요즘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표방하는 세계화·국제화 열풍이 외대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4년으로 건학 50주년을 맞은 외대가 제2의 도약에 나섰다. ‘독특한 개성과 최고의 실력(Unique & Best)’이란 특성화된 컨셉트로 글로벌대학의 전형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외대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학과정원 자동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화의 디딤돌이 될 외국어 교육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재편할 준비도 마쳤다.
‘반짝 특수’ 극복할 자유전공제
외대는 2005년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며 변혁의 신호탄을 쐈다.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에 한해 1년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한 뒤 2학년 진급시 사범대를 제외한 모든 학과 중 전공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2005학년도 입학 전형에선 서울캠퍼스 121명, 용인캠퍼스 175명이 자유전공학부 학생으로 선발된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과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자유전공제가 전폭적인 환영을 받으며 탄생한 건 아니다. 자유전공학부는 각 학과가 5~15%의 정원을 내놓으며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비인기학과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일부 학과 교수들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 그러나 안병만(64) 외대 총장은 자유전공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외대의 전공과목 중에는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이 많습니다. 가령 이라크전이 한창일 땐 아랍어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평상시엔 그렇지 않아요. 다른 특수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결국 대학의 인재 배출은 사회적 수요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일찍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다른 대학들이 수요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전공학부 정원을 끝까지 고집해 실패했지만, 우리는 2년마다 한 번씩 과 정원을 조정하면서 시대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것입니다. 이른바 ‘살아 숨쉬는 체제’로 거듭나겠다는 거죠.”
학사구조 개편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4년 영어학부를 영어대학으로 승격시키는 한편, 신문방송학과와 경영학과를 각각 언론정보학부와 경영학부로 승격시켰다. 국내외 유수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지키기 위한 특성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영어기숙사 설립은 외대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또 하나의 발전계획. 빠르면 2005년 8월부터 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6개월(서울캠퍼스)~1년(용인캠퍼스)간 영어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숙사별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RA(Resident Advisor)가 배치되는데 이들이 방과 후 학생들의 생활회화를 유도하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서울캠퍼스에는 현재의 학생회관과 테니스장 자리에 12층 이상의 건물을 짓고 있으며, 용인캠퍼스에는 기존 기숙사 건물을 대형 기숙사로 증축하는 중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세계적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외대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 중심축이 통역번역대학원이다. 197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통역사·번역사 양성소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통·번역사의 60% 이상이 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거쳤다. 25년간 배출한 1300명의 인재가 88올림픽, 아셈회의(아시아-유럽 정상회의), 한일월드컵 등의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튼튼한 가교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