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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영양덩어리 고흥 유자

웰빙 열풍 타고 부활한 ‘만병통치 藥果’

  • 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황금빛 영양덩어리 고흥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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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영양덩어리 고흥 유자

풍양면 영우식품에서 유자절임을 만들기 위해 유자씨를 빼내는 모습. 이들 제품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유자에는 골격형성을 돕고 골다공증을 막아주는 영양소인 칼슘이 다른 어떤 과일보다 많이 들어 있다. 유자에는 배, 사과, 바나나보다 칼슘이 10배나 더 많다고 한다. 비타민 C도 레몬과 오렌지보다 3배 이상 많아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 피부미용, 감기예방 등에 효험이 있다.

못생겨야 上品 대접

유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과일이다. 씨만 해도 예로부터 티눈이나 사마귀를 치료하는 민간요법의 약재로 쓰여왔다. 태운 유자씨를 갈아서 밥알에 버무려 환부에 붙이면 티눈과 사마귀가 뽑힌다고 한다. 또한 신경통이 있거나 목에 가시가 걸렸을 때에도 유자씨를 빻아 달여 먹었다.

유자는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것이 상품(上品) 대접을 받는다. 그래야 향이 진할 뿐만 아니라 껍질에는 헤스페리딘, 리모넨, 유기산, 섬유소 등의 다양한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유산하거나 출산한 여자가 복통을 앓을 때 유자 껍질을 달여 먹였다고 한다.

유자는 껍질째로 먹기 때문에 어떤 과일보다도 철저한 잔류농약검사를 받는다. 해마다 수확기 직전에 잔류농약검사가 실시되는데, 고흥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004년 10월 말경 고흥읍 고소리 일대의 유자를 대상으로 한 잔류농약검사에서 농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고흥 유자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유자는 향기가 진해서 그런지, 다른 과일보다 병충해가 적은 편입니다. 농약도 꽃필 때부터 한여름까지 서너 번만 쳐주면 돼요. 그러고 나서 수확하기 90일 이내에는 농약을 전혀 뿌리지 않습니다. 그래야만 수확 직전에 받는 잔류농약검사를 통과할 수 있거든요. 사실 요즘에는 농민들이 먼저 조심합니다. 누구네 유자에서 농약이 나왔다는 말이 나돌면 그 집 유자는 내다 팔 생각을 말아야 하거든요.”

유자나무를 심은 지 17년 되었다는 고흥읍 고소리 유동마을 류익진(60) 이장의 말이다.

고소리는 마을 전체가 유자밭에 둘러싸인 ‘유자마을’이다. 한때는 채마밭이었을 농가 주변의 손바닥만한 텃밭조차 남김없이 유자밭으로 탈바꿈했고, 마을 앞의 문전옥답들도 유자나무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마을 안에 유자밭이 있는 게 아니라, 유자밭 한복판에 마을이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유자를 따러 간다는 류익진씨를 만나기 위해 이튿날 새벽에 다시 유동마을을 찾았다. 서늘한 아침공기 속에 스며든 유자향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듯했다. 마치 유자향기로 샤워를 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도 개운하다.

매년 유자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에 접어들면 류씨네를 비롯한 고흥군의 유자 재배농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날마다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유자를 따고 선별해서 포장하는 일이 계속된다. 동네 전체가 유자와 관련된 일로 바쁘기 때문에 일손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유자 재배농가들 중에서는 한해 예상 수확량의 일정 부분은 일찌감치 선금을 받고 유자가공업체나 도매상에 ‘밭뙈기’로 팔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류씨 내외도 11월 초부터 12월 중순, 더 늦으면 크리스마스 때까지 40∼50일을 유자 가공에 매달린다고 했다. 그래도 류씨는 “요즘처럼 유자 값이 괜찮을 때는 힘든 줄 모른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다리에 올라 장대로 조심스럽게 유자를 따고 있던 그의 부인도 “우리는 논농사도 8000평쯤 짓는데, 그것으로는 1000만원도 만들기가 어렵다”면서, “그래도 유자는 따기만 하면 당장 현금을 만질 수 있고 올해같이 작황이 좋고 값도 괜찮을 때는 몇천만 원쯤 손에 쥘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일본엔 가공식품만 250가지

류씨가 재배하는 유자나무는 500그루 가량. 오랫동안 유자농사를 지으면서 쓴맛 단맛 다 봤다는 그는 “유자농사는 도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유자 값이 너무 많이 오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유자 값이 치솟으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가격 폭락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류씨의 유자밭을 찾았던 전날의 유자 수매가는 상품 1kg에 1900원이었는데, 그는 “몇백 원쯤 더 내려가도 수지가 맞는다”고 말했다.

올해 유자 값이 비교적 괜찮게 형성된 것은 ‘웰빙 붐’을 타고 국내 유자 소비량이 늘어난 데다 해외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덕택이다. 10월 말을 기준으로 2004년도 고흥의 유자 수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2.3배가 증가한 330만달러를 기록했다.

고흥 유자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은 역시 일본이다. 일본은 유자 재배 역사가 가장 길고 유자식품을 즐겨먹는 나라답게 현재 유자식품이 250가지 이상 개발돼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유자청(유자차)으로 가공해서 먹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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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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