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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명

열린우리당 ‘23대 0’ 大재앙 속사정

생뚱 공천, 헐렁 조직, 목 뻣뻣, 민심 깜깜…

  • 글: 문소영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symyn@seoul.co.kr

열린우리당 ‘23대 0’ 大재앙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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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영천을 비롯해 최고 3석 이상 확보한다”고 선전하고 다녔다. 3석은 과반을 회복하지는 못하지만 국회 운영을 다소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이른바 ‘매직넘버’였다.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경북 영천은 한때 15%포인트 이상 한나라당을 앞서 나갔다. 비록 선거 3~4일을 앞두고 양당간 격차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4%포인트 정도의 리드를 지켰다. ‘동진(東進)’을 꿈꾸는 당 지도부가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좌관들의 분석은 달랐다. 선거를 이틀 앞둔 28일부터 보좌관들 사이에선 ‘전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형성했다. 한 재선 의원의 보좌관은 “여섯 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열린우리당이 선두를 달리는 곳이 경북 영천뿐이기 때문에 결국 ‘전패’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천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하루를 묵으면서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할 때마다 지지도가 2~3%씩 올라간다”면서 “박 대표가 영천에 사활을 건 만큼 열린우리당 후보의 승리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영남, 특히 TK(대구·경북)에서 열린우리당이 이길 거라는 보도가 집중되면서 영남 보수파의 표가 결집하지 않겠냐”고 비관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그의 우려는 실제 영남 유권자들의 선거 투표율에 그대로 나타났다. 전체 투표율이 33.6%에 불과했고 돈봉투 파문이 일었던 경기 성남·중원은 29.1%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반면, 경북 영천은 59.1%로 총선에서나 가능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표 결집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영남에서 투표율이 높을 경우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개표 결과와 일치했다. 전병헌 의원은 이날 밤 “간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영천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와 안심했다가 투표율이 60%에 가깝다는 보고를 받고 불길한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재선거 여섯 곳 중 경기 포천·연천과 경남 김해 지역구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한나라당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주된 관심 지역은 경기 성남·중원, 충남 공주·연기, 충남 아산, 경북 영천 네 곳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좋았다. 당 지도부는 재선거가 여당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2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로 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중간에 후보가 바뀐 충청권 두 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이 악화돼 우세에서 혼전양상으로 뒷걸음질쳤다. 또 경기 성남·중원은 선거 막판,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측에서 돈을 뿌린 사실이 드러나자 젊은 유권자들이 돌아섰다. 이 지역 투표율이 가장 낮은 것은 바로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역행’에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이 기권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돈 안 쓰는 선거를 표방하는 한편, 매표행위를 신고할 경우 500배를 포상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선거혁명’을 일궈내던 개혁적인 당의 면모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1년 사이에 오히려 개혁과는 거리가 먼 당이 돼 있는 듯했다.

“원래 수비가 어렵다”

선거 초반 영남지역에서는 해볼 만했다. 당 지도부는 TK 지역인 경북 영천에서 당 지지도가 한나라당보다 15%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자 4·30 재보궐선거를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장으로 삼아보자는 기대와 욕심을 가졌다. 구청장선거가 치러진 부산 강서구도 막판으로 가면서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강세를 보이는 등 영남에서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듯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타났다.

4월25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몇몇 기자와 만나 “경북 영천(영남)과 충남 공주·연기(충청)에서 승리하고 광역단체장인 목포시장(호남)을 확보하면 정치적 의미가 크지 않겠냐”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아주 낙관적”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다. 한명숙 의원도 여러 차례 비슷한 기대를 피력했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는 “경북 영천을 비롯해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우호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지도부가 자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번 재보선 전패는 지역 민심을 체감하지 않고 여론조사에만 기댄 오판이 부른 재앙”이라고 말했다.

진솔한 목소리는 충남 공주·연기와 아산지역을 뛰어다닌 선병렬(대전 동) 의원에게서 나왔다. 투표 당일 TV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선 의원은 충청권에서 한나라당과 무소속에 각각 1등을 내주자 “원래 수비가 어렵다” 하면서도 “이번 선거로 크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 잔재주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언제 숫자로 정치했나. 국회 과반수 안 돼도 문제없다. 과반일 때도 개혁입법 처리 못하지 않았나. 의지가 문제다.” 그의 말에선 자조(自嘲)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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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소영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symy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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