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호

나이 들수록 주식투자 비중 낮춰라

펀드 포트폴리오 짜기 노하우

  • 글: 이상건 재테크 칼럼니스트 lsggg@dreamwiz.com

    입력2005-05-24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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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활용하는 ‘100의 법칙’도 활용해볼 만하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비율만큼을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40세라면 주식 투자 비중은 60%, 50세라면 50% 정도가 적당하다는 말이다.
    나이 들수록 주식투자 비중 낮춰라

    주가 상승기에는 성장형 펀드에, 증시 침체기에는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펀드200조원’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1999년 7월 증시 호황과 바이코리아 열풍으로 수탁액이 262조원에 이른 지 5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1999년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정보기술(IT) 열풍에 힘입어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 ‘지수 2000포인트 돌파’를 호언장담하는 가운데 수탁액이 200조원을 단숨에 돌파했다.

    이에 견주어 이번 ‘펀드 200조원’ 시대는 선동이나 무분별한 구호 없이 차분하게 열리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를 전제로 한 적립식 펀드의 꾸준한 인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펀드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과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펀드 투자를 마치 주식시장에서 종목 맞추기 게임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는가’에만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돈을 벌어줄 만한 펀드를 찾아내는 데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펀드 투자에서도 ‘족집게’만을 원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펀드 투자는 본질적으로 ‘종목 선택 게임’이 아니라 ‘분산투자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그 펀드가 사들인 여러 종류의 주식을 산다는 의미다. 즉 펀드 투자 자체가 일종의 분산투자인 셈이다. 단지 어떤 방식으로 분산투자에 나서느냐에 따라 펀드의 스타일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서 받은 돈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주식 편입 비중 70% 이상)라면 ‘성장형 펀드’가 되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한다면 ‘배당주 펀드’가 된다. 펀드 투자의 장점은 이처럼 직접 투자와 달리 적은 금액으로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할 때는 그 펀드의 스타일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분산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펀드보다 운용 방식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최근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여러 개의 펀드에 나누어 투자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 관행을 보면 운용 회사만 다를 뿐 비슷한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A운용사의 성장형 펀드에 50만원을 투자하면서 B운용사의 성장형 펀드에도 50만원을 투자하는 식이다.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벤치마크지수는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이기 때문에 지수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성장형 펀드는 증시가 활황일 때는 수익률이 좋지만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수익률도 함께 하락한다. 투자자 자신은 두 개의 펀드에 나눠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 개의 펀드에 투자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최근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배당주 펀드에만 투자하는 이도 많다. 최근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상위 랭킹은 배당주 펀드인 ‘세이에셋 고배당 주식’ ‘신영투신 비과세 고배당 주식’ ‘미래에셋 3억만들기 배당 주식’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수익률만 놓고 보면 배당주 펀드의 약진이 다른 스타일의 펀드보다 눈에 띄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들 펀드가 지속적으로 현재의 랭킹을 유지할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배당주 펀드의 벤치마크 수익률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아닌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시 말해 배당주 펀드는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은행 정기예금+α’를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펀드인 것이다.

    투자 스타일이라는 면에서 보면 배당주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펀드에 비해 지수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이다. 또 배당금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도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하방 경직성이 두드러진 편이다.

    반면 급격한 주가 상승기에는 성장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 배당액이 많은 회사들은 주로 IT분야 같은 성장 기업보다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한 전통형 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증권 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으로부터 시작된 가치투자론자들은 배당을 매우 중시한다. 이들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장기 투자를 하는데,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배당을 줄 수 있는 회사들을 선호한다. 배당을 주식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 4월30일 세계 2위의 부호이자 주식 투자의 달인이라 하는 워런 버핏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헤지펀드 등이 자산 가격을 계속 올리는 바람에 투자할 기업을 찾기 어려워졌다”며 “투자환경이 계속 마땅치 않다면 당분간 배당 투자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핏의 얘기는 현재 마음에 드는 주식이 없으므로 당분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배당금만 받으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배당주 펀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버핏의 이런 사고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배당주 펀드의 투자 포인트는 ‘기간’에 있다. 주가가 오르면 좋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배당금만 챙기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이 바탕을 이룬다.

    성장형이냐, 배당형이냐

    성장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의 스타일을 ‘창과 방패’로 비유할 수 있다. 주가가 강하게 상승할 때는 성장형 펀드가, 반대로 하락할 때는 배당주 펀드가 강점을 갖는다. 성장주 펀드가 창이라면 배당주 펀드는 방패다. 싸움을 할 때는 창과 방패를 동시에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오를 때뿐 아니라 가격 하락에도 대비해야 한다.

    펀드 투자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을 성장형과 배당주 펀드에 적정 비율로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향후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성장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배당주 펀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직접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속편하게 성장주 펀드와 배당형 펀드에 반반씩 나눠 투자해도 좋다.

    이러한 원리는 목돈을 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0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경우 50만원은 성장형 펀드에, 나머지 50만원은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식이다.

    성장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를 활용해 분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당주 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무겁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성장형 펀드는 말 그대로 타이밍만 잘 맞추면 돈을 벌 수 있지만 배당주 펀드는 고배당 저평가 주식에 주로 투자하므로 타이밍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마음으로 투자해야 한다.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자신의 나이를 고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젊을수록 전체 현금 자산 중에서 주식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만약 당장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만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면 젊은층은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여도 무방하다. 반면 단 한 번의 투자 실패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중장년층은 주식 비중을 함부로 높여서는 안 된다.

    미국과 같은 자본시장 선진국에서 나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자주 활용하는 것이 ‘100의 법칙’이다. ‘100의 법칙’이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만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금액은 채권형 펀드나 은행 예금 혹은 채권 등에 투자하면 된다. 만일 자신의 나이가 40세라면 자신이 보유한 현금 자산 중 60%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법칙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주식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100 대신 80이나 90을 기준으로 하여 여기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도 된다.

    어떤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한 후에는 투자 시점을 분산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펀드의 특성상 특정한 시점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 투자 시점을 분산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길이다. 적립식 펀드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되는 것은 이처럼 투자 시점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적립식 펀드를 목돈이 없는 사람이 투자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충분한 여유자금이 있더라도 투자 시점을 분산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돈으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때는 CMA(어음관리계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CMA는 은행 보통예금의 수시입출금, 자동이체, 각종 공과금 납부 등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금리는 훨씬 높다. 현재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는 0.1~1%인데 반해 CMA는 연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MA를 활용하라

    만일 2000만원을 주식형 펀드에 3년간 투자할 경우의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가정해 보자. 목돈을 예치하는 경우라면 성장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 어떤 비율로 할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반면 투자 시점을 분산하고자 한다면 2000만원을 CMA에 가입한 후 이 계좌에서 성장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 각각 달마다 55만원씩 빠져나가도록 하면 된다.

    펀드는 분산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투자 상품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률을 좇기보다 분산투자의 원리를 펀드 투자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지루하지만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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