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식품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은 끓었다, 식었다를 거듭하는 냄비다. 송홧가루가 그랬고, 비타민C가 그랬다. 석류가 그랬고 클로렐라도 그랬다. 지금은 글루코사민 바람이 불고 있다.
- 이런 와중에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토종 약재 천마를 들고 나온 인물이 있다.
천마의 효능을 널리 알리고 있는 유재인씨.
흥미로운 것은 동양의 기상학은 한 해의 기후나 기상을 예측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를 인체의 건강론에 도입하고 있다는 점. 음양오행과 오운육기 이론을 연구하는 필자는 수년간 동양의 기상이론에 따른 인체 건강론이 정말로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이론적 가설에 지나지 않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해왔다. 그 결과 의외로 적중률이 높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2003년 계미년은 기후가 차고 축축한 해로 예측돼 폐와 관련된 호흡기 질환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봤는데, 실제로 그해는 사스(SARS)와 같은 중증 급성호흡기 질환과 독감이 전세계적으로 번졌다. 필자는 2003년 말 난생 처음 에어컨을 장만했는데, 2004년 갑신년의 경우 오운육기 이론으로 볼 때 비가 적고 습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에어컨 없이는 견뎌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실제로 10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 허약한 사람들을 괴롭혔고, 질환에서도 예측한 대로 위장이나 비장과 같은 소화기 계통의 질환과 신장·방광 질환자가 유독 많이 생겼다.
을유년 올해는 어떠할까. 필자는 올해 초, 하늘은 바람(木)과 더운 기운(火)이 지배하고 땅은 매우 건조한 기운이 지배하는 해여서 봄철에 산불과 황사를 주의해야 할 것이고, 건강 면에서는 여름철까지는 목(木) 기운에 속하는 간을 주의해야 하고, 특히 건조하며 열성(熱性) 체질인 사람은 화(火) 기운에 속하는 심장과 혈관 계통의 질환을 1년 내내 경계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05년 봄에 들어서자 산불과 황사가 계속 발생했다. 또한 필자가 만나본 간 계통의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요즘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잘 모르는 환자들은 ‘내 몸이 왜 이럴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편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 전염성 질환인 수두가 번지고 있는 것도 기후적으로 화(火)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과 연관이 깊다.
‘건강 전도사’의 예언
필자가 이처럼 서두에서 장황하게 동양의 기상이론을 늘어놓은 것은 한 여성 ‘건강식품 전도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에 대한 소문은 이렇다.
그가 앞으로 세상은 날이 갈수록 이름 모를 질환이 유행할 것이며, 특히 체질적으로 심혈관계가 허약하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마치 예언자처럼 이곳저곳에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그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소문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건강식품 전문회사인 ‘고을빛 천마’ 대표 유재인(44)씨. 필자는 강원도 춘천의 ‘고을빛 농장’으로 내려가 유 대표를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4월 말 경춘가도를 달리면서 그가 동양의 오운육기 이론을 배경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지 자못 궁금했다.
사실 동양의 역학 기상이론에 의하면, 올해를 시작으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변화해 면역성이 떨어지는 허약한 사람은 견뎌내기가 무척 어렵고, 특히 화(火) 기운에 속하는 수두, 홍역 등 전염성 질환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된다. 심지어 지구상에서 근절됐다는 천연두도 머잖아 출현할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래서 그의 말마따나 오장육부 중 화(火) 기운에 속하는 심혈관계 질환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기후에 따른 질환의 발병을 예측해내는 것으로 ‘의심이 가는’ 그를 농장에서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지만 민첩하면서도 지혜가 뛰어나 보이는 인상이었다. 필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동양의 오운육기 이론을 알고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무슨 말씀인지요? 전 그런 것 모르는데요.”
유 대표는 이상한 질문도 다 들어본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한 눈치에 오히려 당황스런 쪽은 필자였다.
체험적 깨달음
-유 대표가 앞으로 심혈관계 질환이 유행할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만, 그것이 오운육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의 해명은 이러했다.
“저는 오랜 세월 건강식품 제조·판매업을 해오면서 사람들이 각종 공해물질과 오염된 농산물, 인스턴트 식품, 약물 남용 등에 아무런 방비 없이 노출돼 혈액이 매우 혼탁해져 있고, 이에 따른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어요.
문제는 갈수록 주위 환경이 사람의 혈액을 더욱 오염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혈액이 깨끗하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혈액이 오염되면 인체의 자정능력이 떨어져 그만큼 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것 아니겠어요? 특히 혈액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혈관계가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이 더욱 고통받을 수밖에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구사할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지 않냐는, 필자에 대한 힐난의 뜻도 숨어 있는 듯했다. 어쩌면 유 대표는 오운육기의 인체 건강론을 이론으로는 몰라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액을 맑게 하라”
심혈관계 질환이란 뇌졸중(뇌중풍)과 같은 뇌혈관 질환, 심근경색·협심증·고혈압 등 심장혈관 질환을 가리키는 것으로 남녀에게서 모두 사망률이 매우 높은 병이다. 2003년 한 해에만 5만2000여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도 있다.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의 무서운 질환이다. 게다가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지금도 여러 신약이 개발되고는 있지만, 이른바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고혈압, 심근경색, 중풍, 뇌졸중은 치료하기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자리매김한 지도 오래다.
-혈액을 깨끗이 하라는 것은 말이 쉽지, 구체적으로 실천하기에는 너무 막연하지 않은가요?
“그렇긴 합니다. 그 문제로 수년간 고민해왔습니다만, 우리 한약재인 천마(天麻)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내기에 이르렀고 결국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이쯤에서 유재인 대표의 내력을 밝힐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는 10여 년 전인 30대 초반에 남편 이광복(45)씨와 함께 ‘고을빛생식마을’이라는 생식전문회사를 창립, 우리나라에 생식문화를 본격적으로 보급한 주역이다. ‘생식’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풍토에서 분말생식(정량 40g)을 개발해냈고, 지금도 포장단위나 생산방법, 원료선택 등 생식제품 생산에서 후발업체들의 표준이 될 정도로 생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남편 이씨가 고을빛생식마을을 전적으로 맡아 운영하고 있는데, 3년여의 연구 끝에 복합기능성 대체식인 ‘밀타임’을 개발해 기능성 대체식 시장을 열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물론 생식 붐이 점차 잦아드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기능성 대체식품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조언한 것도 부인인 유 대표라는 게 남편의 귀띔.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내는 건강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타고난 사람 같아요. 이미 10여 년 전에 웰빙 식문화가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생식시장에 뛰어든 것도 그렇고, 생식시장에 이어 기능성 대체식 시장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그렇고요. 아내 말대로 시장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3~4년 전부터 혼자 무얼 그리 열심히 연구하는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찾곤 하더니 갑자기 천마 사업을 하겠다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천마가 뭔지 잘 몰랐지만 아내의 안목을 믿었기 때문에 그리 하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줬습니다.”
천마 재배법을 개발한 한상노씨(왼쪽).
“저는 오랫동안 생식제품을 직접 만들면서 인체를 정화하고 피를 맑게 하는 우리나라 토종 약초에 꾸준히 관심을 둬왔어요. 생식 자체가 인체의 정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쌓아온 정보와 고을빛생식마을의 자연의학연구소 연구위원들과 함께 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우리 토종 약재인 천마가 심혈관계 질환에 가장 유효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非天麻 不能治’
굳이 그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천마의 효능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한 학자들의 논문이 적지 않고, 동양의 고전의학서에도 천마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우선 조선의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 탕액편에서는 ‘허약해서 생긴 어지럼증은 오로지 천마로만 치료가 가능하다(非天麻 不能治)’고 설명하고 있고, 고의약서인 ‘향약집성방’에서는 ‘천마는 맛이 맵고 성질이 평(平)하며 독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풍습으로 생긴 여러 가지 비증(혈액순환 장애로 팔다리가 차고 저리며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과 어린이의 경기, 잘 놀라는 증세 등을 치료하며, 허리와 무릎을 잘 쓰게 하고 근력을 높여주며 장기 복용하면 기운이 나고 몸이 거뜬해진다’고 천마의 효능을 언급했다.
천마를 연구한 동·서양 학자들의 임상 보고에도 그 효능이 자세히 밝혀져 있다. 분당차한방병원 최익선 원장은 “환자의 혈액순환, 두뇌활동 개선, 두통, 뇌졸중을 치료할 때 천마가 유효하다”고 하고, 한림대 실버생물산업연구소장 신현경 교수(식품영양학)는 천마의 성분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천마의 주된 건강 성분은 가스트로딘이라는 항산화 물질이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이 성분은 몸 안에 생긴 유해산소를 없애준다. 따라서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혈액이 잘 돌지 않아 병이 생긴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가스트로딘 등이 혈관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해주는데, 뇌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면 기억력 감퇴를 막고 뇌신경도 보호할 수 있다.”
신현경 소장은 또 “천마에서 추출한 유효 성분을 분석, 확인한 결과 신경세포를 보호해 기억력을 개선하고 중풍 후유증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나타나 치매와 중풍 등 성인병 예방 및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마가 뇌혈관이나 심장혈관 질환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여러 문헌에 나오는데도 왜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연산 천마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천마는 생육상태가 특이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재배가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생장조건상 자연 산출량도 극히 적어서 예로부터 산삼보다 구하기 어려운 귀한 한약재로 인정돼 왔어요. 그래서 이름도 하늘에서 떨어져 마목(痲木·근육이 굳어져 감각이 없고 마비가 되는 증상)을 치료했다 하여 ‘천마’라고 붙였다고 하지요.”
남성 성기능을 닮은 천마
모양이 마치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천마는 시중에서 대량 유통되고 있는 일반 마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라고 한다. 마는 분류상 마과(麻科)에 속하나, 천마는 난초과에 속한다. 천마는 또 잎도 없고, 잔뿌리도 없어 광합성 작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므로 버섯 균사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는 기생식물이다.
출신 배경이 이토록 범상치(?) 않다 보니 약초꾼들 눈에 띄기도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이파리가 없이 땅속에서만 자라는 데다 2년이 지나면서부터는 한 줄기의 대(싹)를 바깥으로 내미는데 이미 이때는 천마의 약 성분이 대 쪽으로 쏠려버려 천마를 채취하더라도 뿌리를 약으로 이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유재인 대표는 천마의 흥미로운 생장 과정을 관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천마가 땅속에서 외줄기로 대를 올리는 기간은 무척 짧습니다. 보통 일주일에서 보름 사이면 대가 다 올라와 키가 30cm에서 어떤 것은 1m까지 뻗어 올라가요. 이 대를 흔히 ‘정풍초(正風草)’라고 해요. 그런데 천마 뿌리에 딱 한 대만 달린 정풍초가 평소에는 누워 있다가 새벽만 되면 꼿꼿하게 일어서는 거예요.”
이 대목에서 유 대표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웃음으로 대신했다. 필자 역시 남성의 성기가 머리에 떠올라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정풍초에 ‘수자해좆’이라는 야한 별칭을 붙여놓았는데, 특히 성생활 과다로 생긴 어지럼증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이름이나 그 효능이 별난 천마는 산림청에서 보호약초 제9호로 지정해 함부로 채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천마는 인공재배법이 아니고서는 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군요.
“그렇지요. 제가 주목한 것은 천마를 재배하는 기술과 대량 생산법을 찾아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제가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실천에 옮겨 재배에 성공했다는 농민을 만나게 됐습니다. 바로 고을빛 천마농장 대표 한상노씨예요. 그분 덕분에 저는 천마 재배라는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고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생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춘천에서 천마농장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한상노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년 전부터 몇몇 농학자와 농민들이 천마 재배법을 연구해왔지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씨는 예전에 상황버섯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얻은 ‘균이 뭉쳐야 강하다’는 노하우를 천마 재배에 응용, 참나무 원목(천마의 영양 공급원)에 천마 종균이 잘 침투되도록 특수가공 처리하는 ‘초밀식 재배법’을 이용함으로써 마침내 인공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 또 한씨는 천마 종균이 잘 자랄 수 있게 약품 처리한 참나무 원목을 40cm 간격으로 토막내 빽빽하게 배치하는 ‘초밀식 천마재배법’에 대해 발명특허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천마 사랑에 빠진 농부와 건강식품 사업가가 만난 이후 발빠르게 사업이 전개됐다. 현재 천마 재배는 한상노씨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고, 유재인 대표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생산 및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농약 묻으면 바로 죽는 천마
-인공재배된 천마도 농약 등과 같은 오염물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천마는 종균을 심은 후 수확할 때까지 거름이나 농약, 잡초를 뽑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농약을 치면 천마가 죽어버려요. 제가 천마에 주목한 두 번째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원료에 예민하기는 비단 소비자뿐만 아니라 저 같은 건강식품 사업가도 마찬가지예요. 원료를 제공하는 쪽이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하면서 납품하면 하루 24시간 내내 원료 식물을 감시하지 않는 한 원료공급업자의 말을 믿어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점에서 천마는 100% 믿을 수 있어요. 천마라는 식물 자체가 농약이나 기타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바로 죽기 때문이지요. 또 천마는 우리 식약청이 식품으로 분류해 다른 어느 약용 식물보다 기능성 식품 제조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고요.”
덧붙여 유 대표는 친환경 식물인 천마는 농가에서 농토를 훼손하지 않고서도 고소득 작목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요즘 한상노 대표는 자신이 발명한 초밀식 천마재배법을 농민에게 전수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 건강식품 시장에는 유행 주기가 있다고 하는데, 천마도 사정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건강식품이 유행을 탄다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그 책임이 건강식품을 주도하는 업자들에게 있는지 아니면 변덕스런 소비자들에게 있는지 명확히 구별할 수는 없지만, 천마가 그런 유행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생명력이 길 것으로 보고 있어요. 세상이 사람들의 피를 혼탁케 할수록 말이지요. 제 느낌으로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안 선생(필자)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천마는 참나무 원목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동양의 운기 이론에 의하면 심혈관계 질환이 앞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천마가 이 질환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널리 알려지면 천마 붐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천마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식품이 되려면 다른 건강식품처럼 만병통치약으로 오인되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해야겠지요.”
유 대표 또한 필자의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술은 항상 앞서가는가 보다. 어느새 중국산 천마들이 속속 들어와 국산 천마로 행세하면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산 천마와 국산 천마를 구별할 방법이 있습니까?
“글쎄, 그게 문제입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천마를 아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그게 뭐냐?’고 되물어요. 간혹 아는 체하는 사람들도 천마가 마의 일종이 아니냐고 하지요. 이름에만 ‘마’가 붙었을 뿐 식품 종(種)이 전혀 다른 데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를 가려낸다는 것은 참 난감한 과제이지요.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내에서 출하되는 천마 원료의 80% 이상은 고을빛천마농장에서 재배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고을빛 마크가 없다면 일단 중국산이라고 의심해볼 수밖에 없겠지요.”
유 대표와 함께 천마를 심은 곳을 둘러봤다. 춘천의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봄 햇볕을 쬐며 천마는 잘 자라나 있었다. 안내를 맡은 한상노씨의 말.
“천마는 해마다 11월과 3~4월 두 차례만 수확이 가능합니다. 이 기간에는 생천마를 구할 수 있지요. 나머지 기간에는 천마를 말린 건천마를 사용합니다.”
천마 제대로 먹는 법
주부인 유재인 대표는 생천마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요리법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듯, 천마 요리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천마는 익히지 말고 날로 먹어야 소화가 잘된다. 갈아서 마시면 효소작용이 원활해지므로 천마즙을 낸 후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 마시는 것이 좋다. 날로 먹기 싫으면 천마 15g을 달여 물처럼 하루에 서너 번씩 나눠 마시면 두통과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 가정에선 쌀로 쑨 흰 죽에 천마를 잘게 썰어넣고 끓이거나, 천마를 믹서로 갈아 소금 간을 한 후 부침가루와 반반씩 섞어 부침개로 만들어 먹는다. 여름철에 즐겨 먹는 삼계탕에 인삼 대신 천마를 넣고 끓이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천마 샐러드와 천마 꼬치구이도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다.
“이런 요리법은 수험생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나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머리를 집중적으로 쓰기 때문에 뇌의 혈액순환으로 생기는 노폐물이 급속하게 쌓이게 돼요. 이때 머리를 맑게 해주고 기억력 또한 높여주는 천마 요리를 먹는다면 아이들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실제로 한의원에서는 천마가 머리를 좋게 해준다는 총명탕의 주원료로 쓰입니다.”
필자는 천마를 복용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천마 예찬론자들이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뇌출혈을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했는데 천마로 완치됐다고 하는 중학교 교사, 동맥경화와 혈액순환 장애로 고통을 받다 천마로 효능을 보았다는 한 교회 목사 사모 L씨, 편두통과 신경성 탈모증으로 장기간 고통을 받다가 천마를 복용한 지 단 며칠 만에 씻은 듯 나았다는 체육관 관장 K씨 등은 천마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외에 중풍,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을 앓다 천마를 먹고 나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천마 예찬론자들의 말을 자세히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말을 듣노라면 천마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오인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천마의 대중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필자의 오운육기에 의한 질병론을 현실세계에서 체득해 그 해법을 구현해내는 ‘동지’를 만난 점이 즐거웠고, 하늘이 우리나라에 천마와 같은 귀하디 귀한 약초식물을 내려준 점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고을빛 천마농장 견학 등 천마에 관한 문의는 02-581-5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