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호

드라마보다 책이 더 재밌다!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5-05-26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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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보다 책이 더 재밌다!

    이순신 관련 책들을 읽으면 드라마를 보며 가졌던 궁금증이 해소된다.

    이순신이칼을 빼들자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시청률이 수직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이순신 함대가 옥포해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둘 땐 3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우리 국민은 드라마를 통해 잠시 후련함을 만끽했을 것이다.

    옥포에서 일본 함선 26척을 격파하며 23전23승의 신화를 쓰기 시작한 이순신 함대는 합포, 적진포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린다. 아군의 손실은 거짓말처럼 거의 없었다. 1차 출동 후 이순신은 “정병 이선지가 왼쪽 팔 한 곳에 화살을 맞아 조금 상한 것 외에는 전상자가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장계를 올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순신 함대의 2차 출동은 임진년 5월29일. 첫 격전지인 사천에서 이순신은 거북선을 처음 투입했고, 이후 네 차례 해전에서 왜선 72척을 격파하는 공을 세웠다. 거북선이 천하무적 전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는 바야흐로 이순신과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격돌로 치달으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와키자카는 용인전투에서 1500여 명의 왜군으로 기습작전을 펴 6만의 조선 대군을 낙엽처럼 쓸어버린 일본의 영웅. 그런 그가 한산도에서 이순신 함대와 정면승부를 펼쳐 치욕적인 패배 끝에 물러난다. 한산해전에서 이순신은 ‘학익진(학이 날개를 벌리듯 적선을 가운데로 몰아넣고 포위하는 진)’으로 적을 섬멸한다. 한산해전과 안골포해전을 통틀어 왜군은 함선 79척을 잃었지만 조선 수군은 단 한 척도 잃지 않았다. 왜군의 사상자는 9000명에 이르렀으나 조선군 피해자는 전사 19명에 부상 119명뿐이었다. 이것이 이순신 함대의 3차 출동이며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불리는 한산해전이다.

    짐작하건대 한산대첩 부분에서 이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이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호쾌한 전투 장면을 마다할 시청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 제작진도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던지 4월 초 옥포해전의 주요 장면을 다음날 방송에서 7분가량 다시 내보냈다가 ‘재탕 편집’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잘 찍은 전투장면은 잠시 속을 후련하게 해줄망정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적군 수백, 수천 명이 수장(水葬)될 때 단 한 명의 아군 사상자도 내지 않은 완벽한 승리를 영상이 담아낼 수는 있어도, 이순신의 치밀한 전략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거북선의 함포가 터지고, 왜군 함대가 무너지고, 왜군의 머리가 베어지는 장면은 전투마다 다를 게 없지만 이순신은 상황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드라마 속 숨은 의미 파악

    그래서 드라마를 본 뒤에는 갈증이 난 것처럼 ‘임진왜란 해전사’(이민웅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이순신의 두 얼굴’(김태훈 지음, 창해 펴냄)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있습니다’(김종대 지음, 북포스 펴냄)와 같은 책을 다시 더듬게 된다. 최근에는 ‘불패의 리더 이순신, 그는 어떻게 이겼을까’(윤영수 지음, 웅진닷컴 펴냄)가 이순신 관련 책 목록에 추가됐다.

    책을 보면 이순신이 옥포해전에 돌입하기 직전 장병들에게 “망동하지 말고 산과 같이 정중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고 한 것이 단순한 명령이 아니었음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올라갈 때마다 이 책들은 얼마나 팔렸을까 궁금해진다. 단언컨대 드라마를 보고 나면 책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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