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연아, 너무 보고 싶다”
이 소식을 듣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섬뜩함과 충격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들이 있다.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수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는 미아 부모들이다.
5년 전 동네 놀이터에서 딸 준원이(당시 6세)를 잃은 최용진(44·전국미아실종자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대표)씨는 “우리 준원이도 누군가 몰래 데려가 기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지난 5년간 전국의 수많은 보호시설을 찾아다녔는데 흔적조차 없을 리 없다”며 침통해했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이른 아침부터 나들이 인파로 붐비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엔 두 개의 표정이 공존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각양각색으로 펼쳐지는 행사에 한껏 들떠 있는 한편에서 미아 부모들은 아이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든 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눈길을 애써 피하고 있었다. 서울 동부경찰서가 마련한 ‘미아보호소 설치 및 미아방지용 이름표 달아주기’ 행사에 참석한 ‘전국미아실종자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회장·나주봉, 이하 ‘시민의 모임’) 회원 20여 명은 본 행사가 끝나자 전단지를 나눠주며 미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사랑하는 나의 딸 예지야! 꿈속에서도 만나보고 싶은데, 예지야, 우리 딸아, 제발 엄마 품으로 돌아와다오. 어느 하늘 아래 있는 거니, 예지야!’ ‘도연아, 너무 보고 싶구나. 불쌍한 내 아들아, 꼭 살아 있어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내 인생의 전부인 내 아들 하늘아! 정부는 내 아들을 찾아내라. 선진국에서 미아 실종이 웬 말이냐?’….
피켓에 쓰인 글귀들이다. 행사에 참석한 세 살짜리 여자아이는 언니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사랑해”라고 말해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이후 해마다 3000여 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48시간 이내에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동이 20명 안팎에 이른다. 경찰청 미아찾기센터(센터장·박홍식 경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 해 평균 3300여 명의 미아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발견 미아는 2000년 7명, 2001년 6명, 2002년 9명, 2003년 5명, 2004년 1명으로 줄었다. 한편 2003년부터 집계한 장애 미아(정신지체자, 치매 노인 포함)는 2003년 1809명에서 2004년 5196명으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여태 찾지 못한 장애 미아는 2003년 16명, 2004년 92명에 달했다.
아이들은 깊은 산속에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위탁 운영하는 한국복지재단 산하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소장·정경웅)에 따르면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장기 미아 수는 총 680명에 이른다. 반면 경찰청이 집계한 같은 기간의 장기 미아 수는 126명. 이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 일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금까지 70명의 미아를 발견해 부모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56명은 아직 장기 미아로 남아 있다.
두 기관의 장기 미아 집계수치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미아찾기센터 박홍식 센터장은 “경찰청은 장애 미아를 제외한 정상 미아 기준을 8세 이하 아동으로 규정하는 반면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은 아동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 박은숙 팀장은 “장기 미아 680명 중 현재 부모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경우는 180여 명이다. 나머지 부모는 미아 발생 신고 이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아이 찾기를 포기한 경우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미아 부모들이 추정하는 장기 미아 수는 정부기관 통계와 차이가 크다.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미아 부모들이 전국에 산재한 미인가 보호시설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 아마 3000곳쯤 될 것이다. 그런데 미인가 시설 대부분은 무연고 아동에 대한 신상카드를 센터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파악한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은 130개에 불과하다. 우리가 파악한 수치와 큰 차이가 있다. 파악되지 않은 미신고 시설에 수용된 아동이 얼마나 많겠는가. 깊은 산속의 종교시설 같은 곳에서 보호하는 아동은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