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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日王, 일본 우경화 시스템의 축(軸)

‘천황제’는 극우 기득권 방어벽, 정권교체도 허용 않는 ‘유사종교’

  • 글: 장팔현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박사(일본사) jan835@hanmail.net

日王, 일본 우경화 시스템의 축(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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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숭배하는 신도의 사상은 신사의 건축으로 이어졌다. 일반 국민은 신사를 중심으로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일왕가는 조상신을 모시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을 세워 신궁에서 사제의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적 단결을 꾀했다.

일본은 이처럼 일왕과 신도라는 두 축이 국가체제로 형성된 것이다. 일본인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왕제와 신도는 정신적 안정과 단결심을 심어주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 두 제도는 평상시 공기의 존재처럼 느껴지다가도 국가위기 상황에는 구국의 중심점으로 부상하곤 했다.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친 여몽연합군의 일본 공격이 폭풍우 때문에 실패한 바 있다. 일본에서 이 사건은 가미카제(神風·신이 불게 해준 태풍)의 덕택이라 하여 신도와 일왕제를 더욱 신봉하는 계기가 됐다.

“그럼 너희 조상은 아이누냐?”

일왕제는 일본판 ‘중화사상’이다. 이는 일왕제가 근본 적으로 중세식 배타적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기 57년 중국 ‘한서지리지’는 “왜인은 백여 국으로 갈라져, 일부 나라에서는 전한의 낙랑에 조공해왔다”고 서술했다. 고대 중국은 주변국을 멸시하는 ‘춘추필법’에 따라 일본을 ‘왜’로 기록했다.

일본에서 ‘천황(天皇·덴노)’이란 호칭이 사용된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6세기 이후다. 최근 일본학계에선 천무조(재위 672~686) 또는 지통조(690~697) 때부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후자는 일본이라는 국가의식이 나타나 ‘고사기’(712)나 ‘일본서기’(680~720)가 씌어진 시절로 천황 칭호도 비슷한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이른바 일본판 한 화이(華夷)질서 사상이 나타났다. 당시 야마토 정권은 자신들이 있는 지역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천하관(天下觀)을 가졌다.

그러나 일본이 화이질서 사상을 갖고 ‘일본서기’를 쓰면서 일본 역사는 신빙성이 떨어졌고 일왕의 계보조차 불신받게 됐다. 자승자박의 역사 서술은 연대 끌어올리기에서 시작됐다. 초대 일왕인 신무(神武)의 즉위년은 기원전으로 대폭 올라가게 됐다. 어차피 실재하지 않은 신화상의 왕이지만 기원전 660년이면 일본 역사에서는 조몬 시대에 해당한다.

조몬인은 일본 열도의 원주민으로 아이누민족의 직접적인 조상이다. 일본인에게 “신무가 기원전 660년에 즉위했으니 너희 조상은 아이누냐?” 하고 묻는다면 십중 팔구 ‘심히 무례하다’고 느낀다. 이처럼 일본인이 기록한 일본의 일왕사는 모순투성이다. 일본 역사학자인 후지무라 신이치가 구석기시대 유물을 날조해 일본 역사를 끌어올린 행위에 일본 우익과 언론이 일조한 것은 이와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일본에선 또한 “일본 천황가는 기원전 660년부터 2005년 현재까지 한 핏줄”이라는 ‘만세일계’가 통용된다. 상당수 일본인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일본의 극우인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만세일계 사상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백제 역사를 보아도 혈통이 몇 번 바뀌었다는 정황이 나타난다. 즉 백제 고이왕과 비유왕, 문주왕, 삼근왕에 대해선 더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만세일계 사상은 고구려, 백제, 일본의 부여족 계통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안이다.

와세다대의 미즈노 유 교수는 ‘3왕조 교체설’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대부터 9대까지는 가상인물에 지나지 않으며 10대 숭신이 실제로는 1대조 왕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대조 왕조는 인덕이며, 3대조 왕조가 계체라고 주장한다. 계체에서 현 일왕(125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제1대 신무(神武)에서 제14대 중애(仲哀)까지를 실재하지 않은 ‘신화시대의 왕’으로 본다. 14대 이후의 왕들이 단일 혈통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대 증거가 많이 있다. 이 문제는 일본 우익인사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천황이 우주를 지배한다”

임진왜란 때의 일왕제,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왕제, 그리고 현재의 일왕제에 근본적 성격 변화가 없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일왕제는 실권자의 권력을 정당화해주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점, 주변국 침략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됐다는 점, 일왕제에선 실질적 정권 교체는 없다는 점, 일왕제에선 특정 정파가 권력을 독식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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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팔현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박사(일본사) jan8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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