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툰 부대 요원들이 아르빌 현지시장을 방문한 한국 취재진을 경호경비하고 있다. 이들은 파병 이후 아르빌 시내를 활보한 첫 민간인이다.
이번 자살테러는 쿠르드족이 과도정부에 참여하면서 분리독립을 추구하고 있고, 쿠르드 민병대가 미군의 치안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데 대한 반발로 이슬람 과격 테러조직이 자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정치협상을 통해 상징적 지위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국가원수인 과도정부 대통령을 차지했고 내각 37석 중 9석을 할당받았다.
사건 직후 한국군 자이툰 부대원과 지원인력의 영외활동은 전면 금지됐다. 테러 징후 평가단계도 ‘긴장(amber)’에서 ‘위협(red)’으로 한 단계 격상하고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징후 평가단계는 보통(green), 긴장(amber), 위협(red), 위급(black)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위협’ 단계가 발동된 것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이후 처음이다.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추가 테러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안사르 알 순나’라는 수니파 조직. 이들은 2004년 2월 100명이 넘게 희생된 쿠르드 정당 사무실 두 곳에 대한 동시 테러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쿠르드족 자치지역마저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대한 재건 지원과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와 한국인에 대한 자살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안사르 알 순나는 자이툰 부대 선발대가 주둔지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도착해 활동을 개시한 지난해 8월24일 KBS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겠다”는 내용의 비디오를 공개한 조직 ‘검은 깃발’의 이명(異名)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 12월 자이툰 부대에 대한 차량탑재 폭탄공격 지시가 내려졌다는 첩보에서 거론된 조직이다.
그뿐 아니라 안사르 알 순나는 지난해 12월21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22명의 사망자와 94명의 부상자를 낸 바 있다. 이미 자체적인 정보수집 및 테러 자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이라크 전지역으로 테러전술을 확대함으로써 미군과 연합군의 군사작전 능력 약화를 지속적으로 꾀해온 것이다.
자이툰 부대가 환자 진료 등 성공적인 대민 지원활동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과 쿠르드족 자치지역 간에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를 가진 조직이라는 점도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렇듯 이른바 ‘그린 존(Green Zone)’에서도 자살테러가 발생해 이라크엔 안전한 지역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라크 재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우리 기업들이 이라크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경우 한국이 자살테러의 초점에 놓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최초의 자살테러는 1983년
2003년 이라크전을 계기로 이슬람 과격세력이 이라크를 지하드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삼아 반미·반서방 테러를 강화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988건의 테러가 발생했으며 이중에 이라크(581건)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만 627건이 발생했다.
이라크 내의 테러 발생 추세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은 전쟁이 종결됐는데도 오히려 크고 작은 무장 저항세력의 테러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유입된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현지 저항세력과 연대해 피비린내나는 자살테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