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1년 7월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 인근의 미군 캠프를 방문해 병사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한국이 이해하는 전략적 유연성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이 높아졌을 때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주한미군)이 대만을 돕기 위해 출동하는 것을 말한다. “주한미군은 오로지 한반도 위기에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주장인데, 미국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한반도 안전만을 위해서 주한미군을 활용하느냐.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위기 상황이 생기면 주한미군을 그 지역으로 출동시켜야 한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들고 나왔다.
기자는 ‘신동아’ 2003년 9월호를 통해 개념계획 5029를 비롯한 미군의 작전계획 대강을 설명하고 미군의 대(對) 한반도 전략이 크게 바뀌었다고 밝혔다(194쪽 ‘미, 대북군사전략 바꿨다’ 참조). 이어 ‘신동아’ 2005년 4월호는 한국과 미국이 개념계획 5029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보도함으로써 개념계획 5029를 둘러싼 지금의 갈등을 수면으로 끌어올렸다(218쪽 ‘한미연합사, 북한 유사시 대비 작전계획 5029-05 추진’ 참조).
미군은 전세계를 책임구역으로 삼는 ‘세계 유일’의 세계군이다. 미국은 세계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세계전략을 구사하는데, 한반도는 사실상 미국의 세계전략 위에 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 한반도가 처한 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 개념계획 5029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빚어진 지금 한국이 국익을 취하는 선택을 하려면, 미국이 구사하는 세계전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냉전의 유산 ‘윈-윈’ 전략
미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미국 본토 방위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저렇듯 야단스럽게 전 공항과 항구의 검색을 강화한 것은, 비록 테러의 형태이지만 본토 방위가 뚫렸기 때문이다. 미군에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전략지역의 방어다. 미국은 본토와 전략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이 전략지역 방어를 위해 채택한 방법은 ‘전진배치’다. 냉전(冷戰) 시절 미군은 동쪽으로는 대서양 건너 서유럽의 최동쪽(동·서독 분단선)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서유럽 국가들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군을 구성했다.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지나 한반도의 중허리에서부터 미국의 국익을 지켰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체제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