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급 디자이너를 찾아라!”
요즘 한국에서도 디자인 산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 이건희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최고 경영진에서 일반 사원까지 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세계 일류에 올라선 삼성 제품을 명품으로 만들라”고 계열사 사장들에게 당부했다. “천재급 디자이너를 확충하라”는 이 회장의 지시에 삼성 임원들은 인재를 찾느라 분주하게 눈을 번뜩이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촉매제일 뿐 아니라 소비자가 겉모습만 보고도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 수 있도록 기업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은 가히 보배 같은 존재라 할 만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인 그는 한국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美)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디자인한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에서 기조연설을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들고 나오면서 명성을 날렸다. 또 그의 작품인 태극 문양을 새긴 펜과 명함케이스는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그는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숱하게 탔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그와 손잡은 레인콤은 일약 MP3 업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성장했고, 삼성 LG 동양매직 등 국내 유수 기업이 그와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책 ‘이노베이터’(랜덤하우스중앙)를 펴내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김 사장을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얼굴이나 옷 스타일을 보면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지만, 김 사장의 나이는 좀체 짐작하기 힘들었다. 가슴 바로 위까지 단추를 풀어낸 흰 와이셔츠와 짧지만 멋스럽게 세워 올린 머리 스타일은 20대 후반 같고, 얼굴은 40대 초반처럼 보였다.
-나이를 물어보면 실례입니까.
“신문을 보면 꼭 괄호 열고 나이를 적던데. 나이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봅니다. ‘쯩(주민등록증)’ 까면 나오는 나이가 있고, 외모에서 풍기는 나이가 있어요. 마지막이 가라오케 나이예요(그는 말을 하다 말고 두 곡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은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젓가락이라도 두드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내 그는 다른 노래로 옮겨갔다). 좋은 사람 사랑했었다면 헤어져도 슬픈 게 아니야 이별이 내게 준 것은 곁에 있을 때보다 너를 더욱 사랑하는 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면 40~50대로 올라가고, 박효신의 ‘좋은 사람’을 부르면 20대가 돼요. 가라오케 나이로 치면 나는 20대이고, 외모로 보면 ‘변장’을 잘하니까 30대 후반이고, ‘쯩’ 나이는 알아서 생각하세요(참고로 그는 1950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