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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인플레·소득격차 심각, 유통 활성화 겨냥한 금융개혁 단행할 듯

  • 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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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지속적인 공급 불안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의욕을 고취하고 있으나 소득 격차도 발생하고 있다.추가 소득원이 없는 사무직과 일반 노동자들의 고통 또한 커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과감한 추가 개혁과 개방을 통해 산업간 불균형 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7·1 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주소
북한이2002년 7월1일 ‘경제관리개선조치’(이하 ‘7·1조치’)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났다. 북한 경제는 과거와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한쪽에서는 중국식 경제개혁의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계획경제의 근간은 그대로 놓아둔 부분적 변화일 뿐이라는 평가가 엇갈려 나오고 있다.

7·1조치 이후에도 북한 경제가 여전히 어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조치는 실패한 개혁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해 어지간히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2003년 1.8%, 2004년 2.2%로 추정되는 성장률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경제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평양의 통일거리 시장은 영업시간을 연장할 정도로 활기를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일부 도시를 제외한 농촌지역은 7·1조치의 사각지대라 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국정가격과 시장가격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지역간 물가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7·1조치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 효과와 역기능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북한이 앞으로 어떠한 추가적 개혁 조치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7·1조치의 핵심 내용은 임금과 물가의 동시 인상, 배급제의 축소, 그리고 자율성과 분권화의 강화에 있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의 이름으로 공식화됐다. 이러한 시도는 1998년부터 북한 당국이 제시한 ‘실리(實利)’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일련의 경제적 시도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생산력을 확대해 국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국가 능력이 약해지면서 광범위하게 나타난 경제적 난국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조치에 따라 기업과 지방은 확대된 자율성에 입각하여 자체 이윤을 높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고, 개인이나 집단 역시 ‘창발성’을 발휘하여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자율성을 누리게 됐다.

자율성과 분권화

물론 이러한 자율성과 분권화가 정치적 자율성과 분권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북한은 국가적 의의를 지니는 기간산업과 전략물자에 대한 계획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여러 생산단위로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생산품목 및 가격 결정, 판매 및 이윤의 사용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도 기본급에 더해 이윤에 따라 분배하는 이른바 ‘번 수입’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물질적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임금체계의 변화는 북한이 50년 넘게 유지해온 ‘평균주의’를 단번에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그간 북한의 평균주의적 임금체계와 배급체계는 한 달에 3일만 일해도 한 달치 배급량을 지급하는 것으로,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었다.

북한의 자체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공짜’ 임금 지급으로 인한 국가 부담금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나 된다. 그러나 이제 북한에서 국가재정을 통해 주민을 먹여살리는 ‘가부장적 온정주의’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곧 각 개인이 꼼꼼하게 돈 계산을 하여 자신이 번 수입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처럼 북한 경제 개혁조치의 핵심은 국가재정 부담의 완화, 임금과 물가의 현실화, 그리고 자율성과 분권화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물가와 임금의 동시적이며 불균형적인 인상과 더불어 국가 배급제도를 축소함으로써 주민으로 하여금 노동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번 수입에 따른 임금 지급은 한편으로 노동의욕을 고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득 불균형 및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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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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