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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453조원, GM·포드發 경제위기론

한국, 자본유출▶금리상승▶신용위축▶성장하락 연쇄충격 우려

  • 글: 최공필 한국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gpchoi@kif.re.kr

부실채권 453조원, GM·포드發 경제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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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 확률 GM 63%, 포드 42∼52%
  • 과감한 구조조정이냐 선심성 고용유지냐, 美 의회의 선택은?
  • 두 기업 부실로 헤지펀드 최악 손실, 신용파생상품시장 마비 우려
  • 국내 금융사 1200억대 GM 채권 보유…외국인, 매도 나설까?
  • 한국 등 아시아에 ‘弱달러’ 강요하는 미 정부 음모설도 솔솔
부실채권 453조원, GM·포드發 경제위기론
미국의대표기업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대폭 하락하자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두 회사가 부실해졌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까지 파급효과가 있겠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두 회사의 채권 규모는 자그마치 4531억달러(45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1991년 세계 경제에 충격을 던진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의 투기등급 추락 당시 채권 규모와 비교하면 무려 20배가 넘는다.

만약 미국 의회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두 회사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거나 두 회사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대대적으로 손실을 입는다면 곧바로 세계 금융 불안이 촉발할 것이다. 한국은 자본유출, 금리상승, 신용위축, 성장하락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에스앤피(S&P)는 GM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의 ‘BBB-’로 낮췄고, 올해 4월 무디스(Moody’s)도 ‘Baa3’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P는 지난 5월 또다시 GM의 신용등급을 내려 투기등급인 ‘BB’로 조정했다. GM 채권이 ‘A’급에서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하락하는 데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4년 만에 투기등급 된 ‘추락천사’

포드 채권 역시 지난 5월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됐다.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s·우량채권에서 투기채권으로 급락한 종목)’로 부르는 클럽에서 GM과 포드가 대표격이 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이 이렇게 급락한 것은 무엇보다 고유가, 그리고 경쟁 차종의 대두로 초래된 자동차 수요의 감소 때문이다. 최근 GM과 포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포인트 감소하는 등 매출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연금 및 의료비 지출부담 같은 고비용 임금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은 두 회사가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다.

특히 GM의 경우 경쟁력 없는 제조기반, 근로자 및 퇴직자에 대한 과도한 복지후생 정책으로 수익성 전망이 어두운데도 파생상품 거래에 손을 대 손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경영 합리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소매금융에 치중한 결과,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잠재적 불안요인을 증폭시켰다.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고 미래 수익 전망마저 불투명한 탓에 GM과 금융자회사 GMAC, 그리고 포드와 금융자회사 FMCC의 장기채권이 부실화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자본시장에 커다란 충격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뜻밖에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모두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 등급 하락 당일 GM과 포드의 주가는 각각 5.9%, 4.5% 하락했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0.43%, 나스닥은 0.02%, S&P500은 0.26% 하락한 뒤 반등했고, 금리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처럼 시장충격이 비교적 미미하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건, 골드만삭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당장 GM과 포드의 단기 유동성엔 큰 문제가 없어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세계 금융시장의 발달로 각국의 위험관리 능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상당한 충격을 감내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사정이 달랐다. 우선 국채와 회사채시장의 분리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 40년 이래 최저수준인 최근 3년간의 금리 덕에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 유지돼온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신용등급 사이의 금리격차)는 GM과 포드 사태를 계기로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신용 스프레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우량 회사채와 비우량 회사채간 금리차가 벌어져 도산 기업이 늘어나며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회사채 파산에 대한 일종의 보험인 신용 디폴트 스와프의 가격은 2005년 들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CDS(Credit Default Swap·신용파생상품의 하나로 신용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손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전해주는 계약)나 CDO(자산담보부증권)를 포함한 파생상품 투자비중이 높은 헤지펀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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