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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대 권력승계 공식절차 시작됐다

‘김정철 후계’ 명시한 학습자료,北 최전방부대 배포

북한, 3대 권력승계 공식절차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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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24)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됐음을 알리는 인민군 내부자료가 정보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이는 그간 암시적인 수준이던 ‘김정철 옹립준비’가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2002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진 중앙당에 대한 권력장악이 완료됐음을 시사한다. 향후 3대 권력승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북한, 3대 권력승계 공식절차 시작됐다

김정철이 9년 전 스위스에서 유학할 무렵 찍은 사진. 2004년 12월 일본 후지 TV가 공개한 것이다

지난7월초 조선인민군출판사가 제작한 ‘학습제강’이 국가정보원 대북파트에 입수됐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권력승계의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는 이 문서는 현재까지는 비무장지대를 담당하는 ‘민사행정경찰’ 부대에만 배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제강’이란 인민군 병사들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을 교육하라’는 뜻에서 일선부대에 배포되는 표준화된 강연자료. 제강의 전문은 국정원 안팎의 관계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극소수의 분석요원이 문서를 정밀 검증해 그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만이 국정원 내부 전산망에서 공유됐고, 관계부처에도 극히 제한된 이들에게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강연자료가 이렇듯 엄격하게 처리된 것은, 여기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지목됐음을 확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그대로 빼닮은 김정철의 품성과 자질, 사업 영도에서의 탁월함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이 학습제강은, 특히 김정철을 실명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민군 강연자료에 김정철의 실명이 거론됐다는 것은 2002년 배포된 이른바 ‘고영희(김정철의 생모) 개인숭배’ 관련 제강에서 정작 고영희의 실명이 드러나지 않은 점과 비교해볼 때 매우 의미심장하다.

평양 내부자료 유출 엄격해져

문서의 성격상 중국 등지로 나온 인민군 관계자에게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국정원 내부 보고서는 출처나 입수경위, 정확한 입수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에 걸렸을 시간을 감안하면 입수시점은 대략 지난 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한 관계자는 “제강의 배포시점은 2월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정보당국 내에서도 잠정적인 형태로만 알려졌을 뿐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던 이른바 ‘3세대 후계구도’ 문제는, 김정철로 권력승계가 확정됐으며 이에 대한 공식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향후 인민군 전방부대에 대한 첩보수집 등을 통해 더욱 분명해지겠지만, 더는 ‘후계자 김정철’의 위상에 대해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북한 연구자는 “제강을 통해 공식적으로 거명할 수 있다는 것은 친(親)김정철 세력을 모아 육성하는 작업이 꽤 진행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원로나 군부의 이견이나 반발을 염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미 상황이 진척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제강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앞으로 김정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견해다.

특히 군에 강연자료를 배포하는 단계라면 이미 조선노동당 조직 내에서는 심도 깊은 교육이나 검토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 내부에서는 이미 제강과 같은 내용의 자료가 회람됐으리라는 것.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도 1998년 최전방부대를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2002년부터 학습제강이 전군으로 전파됐음을 감안할 때, 최근의 ‘김정철 제강’ 역시 조만간 전 인민군 부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평양 또한 후계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내부자료가 만들어짐에 따라, 이 자료의 국외 유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관련 연구자는 최근 평양을 방문한 소식통의 말을 전하며 “인민대학습당 등 내부자료를 볼 수 있는 시설에서 자료의 열람 및 복사절차가 매우 엄격해졌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하루 정도면 끝나던 심사나 검토작업이 일주일 이상 걸리는 등, 아예 내부자료가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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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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