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도축되는 돼지는 월평균 110만두. 어미 뱃속에서 4개월을 보낸 뒤 태어나서 180일(6개월)이 지나면 도축한다. 이때 몸무게는 110kg. 시세는 마리당 23만원. 사육기술이 발달할수록 육돈의 일생은 짧아져 통상 6개월에 머문다.
-경마 열풍 덕분에 종마(種馬)에 대해선 제법 알려져 있지만 종돈(種豚·씨돼지)은 그렇지 못해 궁금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종돈의 정액을 채취하는데, 1회 채취량으로 평균 암퇘지 12마리를 수정시킬 수 있어요. 암퇘지는 새끼를 평균 10마리쯤 낳죠. 종돈 1마리가 평생 퍼뜨릴 수 있는 종자 수는 무려 2만마리나 됩니다.
요즘은 모두 인공수정을 시키지만, 예전엔 양돈농가 자체에서 종부(교배)를 했어요. 그때 수퇘지를 교미시키러 가면 이놈들이 자기가 뭘 하러 가는 줄 알아요. ‘주인님이 오늘 나를 또 즐겁게 해주는구나’ 싶어서 졸졸 따라와요. 암퇘지가 있는 번식사 문을 열어주면 기다렸다는 듯 딱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기가 집에 돌아갈 때가 언제인지도 알죠. 종부를 시킬 땐 절대로 사료를 먼저 주지 않는데, 그렇게 하면 수퇘지들 머리에 ‘종부를 해야 밥을 먹을 수 있구나’ 하는 기억이 입력돼요. 그러면 돼지 주인이 딴 일을 하고 있어도 번식사에 들어간 수퇘지들은 그 사이에 스스로 알아서 종부를 하고 있어요. ‘일’을 끝내면 대기장소에서 기다리죠. 요즘 가장 고가로 경매되는 종돈은 마리당 1000만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임기 3년의 양돈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같은 해 3월부터 임기 2년의 양돈자조활동자금관리위원회 초대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양돈자조금(이하 ‘자조금’)은 양돈인들이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갹출해 운영하는 제도. 1만1000여 가구에 달하는 국내 양돈농가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으며, 위원회는 관리위원 21명과 대의원 200여 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양돈농가 스스로 자신의 업(業)을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자립의지의 발현인 셈이다.
히트한 ‘웰빙 삼총사’ 광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국내 축산업계에선 최초로 자조금 제도를 운영 중인데, 그 도입 배경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양돈농가들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죠. 돼지값 파동이 몇 년을 주기로 반복되다 보니 농가들이 무척 힘들어해요. 그래서 매번 이런 파동을 되풀이해 겪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양돈인들의 절박함을 수렴해 협회 차원에서 파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려 십수년간 고민해왔어요. 처음엔 1990년대 초부터 임의자조금 제도를 운영했는데, 매번 돈 내는 사람만 내는 폐단이 있는 데다, 양돈농가가 소규모 부업농에서 전업농으로 재편되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국산 돈육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양돈업을 확고한 식량산업으로 자리매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2003년 12월 자조금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의무자조금 제도로 전환했습니다. 자조금 갹출은 2004년 4월부터 시작했고요.”
자조금은 돼지 도축시 1두당 400원씩 갹출한다. 최 회장은 “2005년 상반기 갹출금이 25억원이며 납입률이 92%에 이르러, 올해 갹출 목표액인 60억원과 납입률 95% 달성을 낙관한다”고 밝힌다.
-위원회의 사업성과는 어떻습니까.
“위원회 사업은 크게 돼지고기에 관한 대(對)국민 소비홍보, 교육 및 정보 제공, 조사연구 세 가지예요. 국산 돈육 홍보 사이트인 ‘웰빙포크닷컴(www.wellbeingpork.com)’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웰빙 삼총사’ TV광고도 위원회의 ‘작품’이죠.”
사실 ‘웰빙 삼총사’ 광고는 의외였다. ‘지방 적은 등심, 담백한 안심, 비타민B1이 많은 뒷다리살…우리 돼지 웰빙 삼총사로 골라 먹자’는 모토를 내건 이 광고는 ‘돼지’의 이미지와 정반대인 날씬한 ‘미녀 삼총사’를 내세워 ‘돼지고기도 TV광고를 할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올해 3월까지 방영된 1편에서는 황신혜·변정수·김세아씨가, 현재 방영 중인 2편에서는 황신혜씨 대신 현영씨가 합류했다.
“운도 따랐어요. 모델 중 1명을 현영씨로 바꾼 직후 현씨가 여러 프로그램에서 뜨는 바람에 그 덕을 톡톡히 봅니다. 양돈협회로선 행운이죠. 미녀 연예인이 3명이나 나와 국산 돈육이 좋다고 선전하는 것 자체가 센세이셔널한 일이라 광고업계는 물론 양돈농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어요. 자조금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거죠.”
-현재 양돈농가가 겪는 어려움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선 환경규제가 양돈인의 의욕을 꺾고 있어요. 축사를 지으려 해도 민원 때문에 안 돼요. 그 내용이 뭐냐 하면 막연하게 ‘냄새난다’ ‘분뇨 오염이 우려된다’ ‘동네 땅값 떨어진다’는 식이에요. 축사를 옮길 때도 해당지역 주민의 동의서가 필요해요. 돼지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국민이 국산 돈육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양돈업 발전을 가로막는 악취방지법과 농지법 등 법률적 제약이 하루빨리 현실에 맞게 개선됐으면 합니다.
양돈협회는 친환경 축산을 위한 자구책으로 돼지 분뇨를 토양에 섞어 퇴비로 활용하는 자원순환농업 연구팀을 정부와 함께 만들었어요. 이젠 축사도 농지에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들판 한가운데서 분뇨를 활용한 퇴비를 운반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벼농사에 활용하면 물류비와 생산비를 낮추는 친환경 자원순환농업이 이뤄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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