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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금융계 주름잡는 초우트·앤도버 출신, 효성家는 사촌끼리 세인트폴스 동문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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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 리포트’나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독립 사립고등학교 가이드’를 통해 우수한 보딩스쿨을 꼽아볼 수 있다. 두 매체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학교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필립스 아카데미(앤도버), 세인트폴스 스쿨, 초우트 로즈메리 홀, 그로튼 스쿨, 디어필드 아카데미, 하치키스 스쿨, 콩코드 아카데미, 밀턴 아카데미, 로렌스빌 스쿨이 있다. 이 중 앤도버와 엑시터는 한국인과도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앤도버 동문 왼쪽부터 손명현 전 주스웨덴 대사, 김병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김병표 (주)주원 대표, 김도우 메릴린치 공동대표, 수영선수 장희진.

부시 가문과 앤도버

미국 최초의 사립 기숙학교는 1778년 설립된 필립스 아카데미(앤도버)다. 새무얼 필립스 주니어가 삼촌 존 필립스 박사의 재정지원을 받아 설립한 앤도버는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의 출신고교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에 위치한 앤도버는 500에이커의 대규모 캠퍼스에 160개 동의 건물을 갖고 있다. 학생수도 1000명이 넘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의 고교 시절에 대해 “앤도버는 나의 인생항로를 크게 바꿔놓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고교시절 학업에서도, 야구와 농구 같은 운동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회고한 것을 보면 앤도버에서 경험한 치열한 경쟁이 그의 성장에 값진 자극제가 됐음을 엿볼 수 있다.

앤도버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김병국(46)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동아시아연구원장)가 1981년 자신의 유학 경험담을 담은 책 ‘무서운 아이들’을 발간하면서부터. 훗날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대표는 자신의 저서 ‘7막7장’에서 “‘무서운 아이들’이 미국 유학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회고한다.



김상기 전 동아일보 회장(성곡학술문화재단 감사)의 장남인 그는 동생 김병표(45) (주)주원 대표와 함께 19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두 형제는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나란히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김병국 교수와 김병표 대표는 자녀들도 모두 앤도버에 진학시켰을 만큼 이들 가문의 모교 사랑은 지극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공동대표 김도우(Dow Kim·43) 사장도 앤도버 출신이다. 그는 2005년 7월 뉴욕의 100대 고액연봉 순위에서 26위를 기록했다. 한국 출신 금융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부친인 김동환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이 한국의 기존 통념인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왔더라면 지금처럼 메릴린치의 글로벌헤드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인재들이 모인 앤도버에서 무한경쟁을 경험한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 현재 세계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주요 인사 중 상당수가 명문 사립고와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했다.

2001년엔 여자 자유형 50m 한국기록 보유자 장희진(19)양이 앤도버에 진학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며 태릉선수촌 입촌을 미루다 대표자격을 박탈당한 일화의 주인공. 그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한국에서는 수영과 학교 공부 두 가지를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앤도버에서는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빼먹을 순 없죠. 오히려 운동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하면 선생님이 ‘운동을 포기하라’고 종용할 정도예요.

초등학생 때,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아버지를 따라 1년간 미국에 머문 적이 있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앤도버에서 영어로 과제를 해내려면 네이티브 스피커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곤 했어요. 영어로 수업을 받고, 수영기록도 유지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랐죠.”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 장양은 3년 연속 미국 동부지역고교연합 최우수선수(MVP)와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가 선정하는 ‘올해의 수영선수’로 선정됐다. 이후 그는 여러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러브 콜을 받았으나, 2005년 9월 수영에 특히 강세를 보이는 텍사스대로 진학했다. 학업과 수영의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한 앤도버의 선진 교육환경은 운동선수의 학습권을 박탈하다시피 하는 우리 교육 풍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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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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