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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간 졸업생 취업률 100%’ 한국기술교육대 문형남 총장

“낭만이 없다고요? 철저히 준비해도 벅찬 세상 아닙니까”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10년간 졸업생 취업률 100%’ 한국기술교육대 문형남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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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게 믿을 수 없었다.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위’도 대단한 일인데 10년 동안 졸업생 전원이 취직했다니, ‘청년실업 50만’의 시대에. 소문의 주인공은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틀림없다는,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하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거듭 확인하자 비결이 뭔지 궁금해졌다.
‘10년간 졸업생 취업률 100%’ 한국기술교육대 문형남 총장
날이 추웠다. 먼길이 걱정스러웠다. 왠지 분주한 연말 분위기의 막히는 도로를 뚫고 경부고속도로 목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자 금세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한기대)’ 표지판이 보인다. 서울 광화문에서 1시간30분. 생각보다는 가까운 길이어서 다행스러웠지만, 이번에는 대학가치고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가 낯설다. 주위에는 번잡한 유흥가도, 휘황한 네온사인도 보이지 않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나.’ 별걱정을 다한다.

총장실에 들어서자 이 학교 문형남 총장이 환한 웃음으로 기자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그가 건넨 명함 뒷면이 특이하다. 흔히 영어로 된 직함이 찍히는 자리에는 홍보문구만 가득하다. ‘행복한 입학, 보장된 미래’ ‘공학·경영학 특성화 대학교’ ‘정부가 전액 출연하여 설립’…. “너무 직설적인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첫 질문에 “자랑할 게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몰라주니까 아쉬워서 그런다”는 대답 또한 직설적이다.

궁금한 부분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야 했다. 정말 10년간 졸업생 전원이 취업했느냐고 묻자 “적당히 부풀린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일반 대학들의 취업률 발표는 졸업생 설문조사를 취합한 것이지만, 한기대는 노동부 출연 대학이라 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보험 전산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취업률을 산정한다는 것. 졸업생이 취업한 기업이 납부한 고용보험 실적으로 검증하니 오차가 있을 수 없는 데이터라는 설명이다.

“한기대는 1992년 노동부가 전액 출자해 능력교육개발 전문기관으로 설립한 학교입니다. 지금도 학교 전체 예산의 60~70%가 국고에서 나오지요. 덕분에 등록금도 국립대 수준이고요. 보통 대학의 공학교육이 주로 연구나 이론 중심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니 기업들은 똑똑한 학생들을 데려다 다시 6개월이고 1년이고 가르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낭비를 없애보겠다고 만든 학교입니다. 그러니 다른 곳에 비해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동석한 입학취업본부장 임경화 박사가 “100%도 그냥 100%가 아니다”라고 보탠다. 한기대 졸업생들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노동부 산하기관의 능력개발 훈련교사 등으로 고르게 취업하는데, 특히 메카트로닉스 공학부의 경우 2006년도 졸업정원의 30%가 넘는 25명이 삼성·LG 등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지방대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회사가 강의를 만든다?

-기업마다 실무의 내용이 다르고 기술도 항상 바뀌는데 그걸 대학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대학은 그래도 나름의 기능이 있는 게 아닐까요.

“다른 학교 공학교육의 의미를 부정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외국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현실과 거리가 있는 ‘쏠림 현상’을 우리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거지요. 유교 전통이 강해서인지 한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연구 중심’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 모델과는 거리가 있지요. 연구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공학분야에서는 당장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 아니겠어요? 다른 학교가 연구를 최우선에 놓는다면 우리는 기업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겠다는 거지요.

물론 기업이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교수님들이 3~5년마다 한 학기 이상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매년 열두 분의 교수가 강의를 쉬고 기업을 돌아다녀요. 가서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직접 두 눈으로 살펴보는 겁니다. 원래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3년 이상 일한 경력자들로만 전임교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흐름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 그렇게 보고 느낀 변화를 학교에 돌아와서는 강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지요.

이렇게 변화하는 강의 프로그램에 맞춰 예산도 첨단 실험실습장비 구매에 최우선으로 할당합니다. 2004년의 경우 총 367억원의 예산 중에서 52억원을 시설과 장비 교체비로 썼습니다. 안정적인 재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다른 학교는 쉽게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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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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