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뉴타운 특별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강남·북 함께 울리고 공기업 배불리는 ‘가시 장미’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5-12-29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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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가지를 광역적으로 개발하는 ‘뉴타운 사업’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가운데 각종 건축규제 완화와 정부의 사업비 지원 등의 항목이 부각되면서 지지부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법안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장미’의 가시가 여간 날카롭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뉴타운 특별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기 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지난 12월8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선 8·31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중 하나인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정비특별법)이 별 이견 없이 통과됐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 14가지의 8·31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을 들고 나왔고, 그 절반인 7가지를 통과시켰다. 그중 하나인 도시재정비특별법은 ‘뉴타운 특별법’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당초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이 발의한 ‘뉴타운 특별법’과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이 발의한 ‘도시구조개선특별법’,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도시광역개발특별법’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이하 건교위)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통합되면서 법명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으로 정해졌는데, 세 의원 모두 뉴타운을 비롯한 구시가지 정비사업을 체계적인 법에 따라 광역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뉴타운→도시재정비촉진지구

    실제 도시재정비특별법은 도로·공원·학교·문화시설 등 생활권 기반시설 확보를 감안해 주거지형의 경우 50만㎡, 중심지형의 경우 20만㎡ 이상 되는 지역에 한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서울시가 고시한 시범 뉴타운 3개 지역과 2차·3차 뉴타운 지구 대부분이 이 기준을 만족시킨다. 따라서 도시재정비특별법이 시행되면 주거지형 면적기준에 못 미치는 천호(41만2000㎡)와 방화(49만㎡)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뉴타운 지구는 모두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이름을 바꾸고 특별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별법의 골자는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개선사업의 형태로 세분화돼 진행되던 구시가지 정비사업을 광역적으로 계획하고, 각종 건축규제를 완화해 사업 진행을 촉진하며 공기업의 참여를 늘려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시·군·구청장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에게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신청해 지정을 받으면 재개발 사업을 할 때 ▲구역지정요건 완화 ▲용적률·층고제한 완화 ▲소형 평형 의무비율 완화 ▲지방세 감면 ▲과밀부담금 면제 ▲특별회계 설치 등 파격적인 특례를 부여하고, 기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용적률 추가 허용 및 층고제한 완화로 자치단체 조례에 관계없이 2종 일반주거지역은 250%, 3종은 300%까지 용적률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중심상업지역은 1000%에서 1500%로 높아진다. 역세권 등 상업지역에선 5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소형 평형 의무비율 완화로 중대형 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 있다. 문화시설, 한방병원, 학원 및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해서는 지방세를 감면해준다. 상업·업무·문화 시설 유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구역지정요건 완화로 노후건축물 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역도 정비사업구역에 편입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건설업계 희색

    서울시는 2006년 7월 도시재정비특별법이 시행되면 뉴타운 사업 진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 최창식 본부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면 제도 미비로 지지부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한꺼번에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법을 적용할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거쳐야 했던 상당수 인허가 절차가 필요 없게 돼 사업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은 또 “자립형 사립고 등을 유치해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도 뉴타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시재정비특별법이 적용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 사립학교를 설립·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지자체 소유의 토지나 재산을 수의계약에 의해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도 도시재정비특별법 제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행자가 공공기관이냐 민간(조합)이냐에 상관없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윤호중 의원이 발의한 도시구조개선특별법은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할 때만 앞서 나열한 각종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발이익의 사유화 방지와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업계는 공공기관 시행시에만 인센티브를 줄 경우 사실상 조합의 해산이 강요됨에 따라 조합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 건설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시해왔다.

    그런데 염려했던 규제는 반영되지 않고,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구역지정요건 완화 등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게 됐으니 건설업계로선 나쁠 게 없다는 이야기다. 동부건설 김경철 상무는 “인센티브 부분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는데, 민간에도 동등하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으니 다행이다”라며 “그간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법적 뒷받침 없이 조례에만 근거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특별법 제정으로 본격적인 뉴타운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촉진법인가 규제법인가

    각종 규제 완화 및 특례 내용만 보면 언뜻 뉴타운 지역 주민도 큰 혜택을 받을 듯하다. 그러나 도시재정비특별법은 꼼꼼히 따져보면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보다 ‘개발이익 환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먼저 특별법이 각종 특례와 규제 완화로 치장하고 있으나 원천적으로 재건축 시장은 그 혜택을 볼 수 없다. 재정비촉진구역 안에 들어 있어도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는 곳은 용적률 및 층고제한 완화 같은 각종 특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 인센티브는 받을 수 없지만 기반시설 설치비용 분담 등의 의무는 다른 사업장과 똑같이 이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도시개발포럼 전연규 대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에 촉각이 곤두선 정부가 강북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저버리고 강북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66곳의 단독주택 예정지 중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10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256개 구역이 강북에 분포해 있다”며 “같은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 재건축사업장에만 특례를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이 없을 뿐더러 광역 개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형평성 논란에 대해 건교부는 “특별법이 구역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있으니 재건축 대상 지역도 일부 재개발 사업으로 흡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군색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개발 지역이라고 해서 대단한 특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부는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철저하게 만들어놓았다. 추가된 용적률의 75%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고, 도로 및 공원 등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금을 내야 한다. 또한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기 때문에 지가(地價) 상승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인데, 이 때문에 오히려 영세한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전국도시재개발조합연합회 임영수 사무국장은 “무조건적인 부동산 거래 제한으로 프리미엄이 없어지면 1가구 1주택의 영세한 조합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도, 재개발 아파트에 입주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원대 박환용 교수(도시계획학)도 “조합원들이 과도한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더라도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재정착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현 시가보다 최소 2배는 올라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 장치로 도시재정비가 촉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에서 기대하는 국고(國庫) 지원 부분 또한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도시재정비특별법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은 원칙적으로 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나 국가가 그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이것이 ‘허울만 좋은 법’임을 금세 알아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정책연구실장은 “법에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해야 한다’와 달리 임의규정일 뿐이어서 사실상 지원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된 이문7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고창욱 위원장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해놓은 것은 ‘지원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이라며 “국가에서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50%를 지원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불분명하게 규정해놓은 이상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낙담했다.

    이렇듯 모호한 특례 규정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민주노동당 심한별 정책연구원은 “국고 지원의 근거만 마련되어 있을 뿐 사업지구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고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 기간에 정치인들이 지자체 주민의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심을 사기 위해 국고 지원 약속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것.

    도시재정비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재정비 사업이 주민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북개발 촉진’과 ‘개발이익 사유화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배제한 채 공공기관 주도로 도시재정비촉진 사업이 진행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연세대 김갑성 교수(도시공학)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요건에 주민 동의절차가 빠져 있어 이권에 따른 갈등 발생의 소지가 높다”며 “추후 시행령에 규정할 수 있겠지만 법령에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정비촉진지구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요건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재정비촉진지구 신청을 하면 되는데, 14일 이상 주민에게 공람하고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뿐 법 어디에도 주민 동의 여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을 배제하는 조항

    ‘뉴타운 특별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04년 은평뉴타운 홍보관에 모인 시민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뉴타운 및 도시재정비촉진지구 지정에 앞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노동당 심한별 정책연구원은 “이해당사자인 주민에게 도시재정비촉진 사업이 시행되면 어떤 이익이 따르고, 어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지자체의 결정에 따르게 하는 것은 주민 스스로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원대 박환용 교수도 “‘주민 참여’가 도시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인데도 불구하고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할 때 이해당사자인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재정비특별법은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민을 직·간접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특별법 14조와 15조를 문제 삼는다.

    특별법 14조는 ‘재정비촉진지구의 사업시행과 총괄관리’에 관한 조항이다. 시·군·구청장이나 도지사가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주택공사 또는 토지공사를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해 재정비촉진사업을 총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 총괄사업관리자는 지자체장을 대행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시 기반시설 설치계획 등에 대해 자문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며, 기반시설 비용분담금과 지원금을 관리하게 된다.

    이 조항은 이런 내용의 도시구조개선특별법안을 발의했던 윤호중 의원측과, 실질적으로 이 법을 만든 건설교통부가 가장 자랑하고 싶어 하는 항목이다. 윤 의원측은 “총괄관리자 제도를 도입해 총괄관리자가 학교나 기반시설을 설치한 다음 블록 단위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진행되도록 했다”며 “주택공사나 토지공사는 그 분야에 숙련된 기관인 만큼 축적된 노하우로 광역개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반시설 설치에 소요된 비용은 “추후 재개발되는 주거지로부터 기반시설부담금으로 회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는 총괄사업관리자 자격을 굳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한정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별법 15조를 보면 그런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문제의 14조, 15조

    도시재정비특별법 15조는 사업시행자에 관한 항목이다.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은 작게는 20만㎡, 넓게는 50만㎡ 이상 대규모 구역에 대해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 사업은 주택재개발·주택재건축·도시환경정비·시장정비·도시개발 사업 각각의 관계법령에 따라 블록 단위로 시행된다. 15조는 사업시행자 또한 각 사업의 관계법령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라 하더라도 재건축이냐 재개발이냐에 따라 조합이나 조합과 건설업자, 혹은 시장·군수·주택공사가 시행자가 될 수 있는 것.

    그런데 15조엔 ‘다만’으로 시작되는 단서가 있다. 주거환경개선·주택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 사업은 관계 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재정비촉진사업을 직접 시행하거나 주택공사, 지방공사, 토지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박환용 교수는 “이 조항으로 인해 조합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견주어 절반의 동의만 얻으면 공공기관을 시행자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당과 건교부측은 “주민 동의율을 낮춰 사업을 촉진하고, 공공기관 참여 확대로 개발이익 사유화를 방지하려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반시설 설치에 대한 부분은 이미 ‘총괄사업관리자’ 조항이 있고,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설치 부담금 부과, 임대주택 건설 의무 조항으로 환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교부나 여당의 해명은 시원치 않은 구석이 있다. 더군다나 18조에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되고 2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직접 시행하거나 총괄사업관리자를 사업시행자로 우선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3년 안에 조합에 의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 총괄사업관리자, 즉 주공이나 토공이 나서 사업을 시행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

    재정비촉진사업 총괄관리를 주공이나 토공이 맡고, 주민 동의율이 2분의 1만 넘으면 주공과 토공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으며, 2∼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가 나지 않는 구역에 대해서도 주공이나 토공이 시행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 조항으로 인해 추후 주공과 토공의 역할 분담 문제가 도시재정비사업의 최대 난점이 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 참여를 위해 이처럼 과도하게 조항을 만들어놓은 것은 이미 지난 11월 건교위 검토 단계에서도 지적 받은 사항이다.

    국회 건교위 안병옥 수석전문위원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도시구조개선특별법’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주택공사 등이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돼 재정비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면서 동시에 시행자로 지정돼 일부 사업을 수행할 경우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될 것인가 의문”이라며 “공공기관이라고는 하나 동일주체가 사업관리자와 사업시행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시행자와 관련해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폭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 공익을 위한 개발이익의 환수 정도, 신속한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아울러 기존 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및 민간조합의 자율적 사업추진을 더욱 폭넓게 인정할 필요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공자 수의계약

    그러나 이러한 지적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도시구조개선특별법안에 있던 내용이 고스란히 도시재정비특별법으로 옮겨졌다. 2005년 5·4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고, 주택공사·지방공사 등 공공부문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한 정부 방침이 굳세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건교부 주거환경팀 서명교 팀장의 설명이다.

    “공공기관의 참여를 확대한 것은 개발이익 환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개발 이익의 70%가 다시 공공사업으로 재활용되지만, 조합이나 건설업체에 돌아간 이익은 20∼40%밖에 회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시계획 수립부터 시행까지 공공기관이 모두 주도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민간 주도로 진행이 잘 안 되는 사업,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 설치에 공공기관이 나서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15조 2항, 지자체 장이나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지정될 경우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5인 이상 15인 이하의 주민대표회의가 추천한 시공자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건교부 서 팀장은 이에 대해 “주민을 생각해서 만들어 넣은 조항”이라고 말한다.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이 시행자가 될 경우 주민이 정말 원하는 브랜드가 있음에도 전혀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주민이 원하는 브랜드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수의계약에 따른 문제는 차후 시행령에서 선정기준을 까다롭게 만들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뉴타운지구 내 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을 재개발 사업의 걸림돌로 여기고, 법을 통해 교묘하게 사업에서 배제하면서 주민을 생각해 ‘수의계약’ 조항을 넣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특별법으로 규정해놓을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지금 언급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잘 안 되고, 진행이 더딘 지역의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장치로 봐야 한다.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하면 시장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법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해져도 시장의 반발이 두려워 수의계약을 맺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그렇게 순수하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은 시장이 반발하더라도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편의상 수의계약을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법대 교수는 “이 규정은 수의계약을 법으로 정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집단이 깊숙이 관여해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재정비특별법이 “특정 공공기관이 깊이 관여해 특정 공공기관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빚투성이 주공과 토공

    민주노동당 심한별 정책연구원은 “주공이나 토공이 공적 기구인 만큼 민간기업보다는 더 엄격한 국민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재정비촉진사업을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일면 다행스럽지만, 국민 복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기업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며 “민간의 영역에 침투해 들어올 것이 아니라 민간과 겹치지 않은 영역에서 공익성이 큰 사업을 찾아 수행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합을 배제하고 주공이나 토공이 주도하더라도 도시재정비만 되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주공이나 토공이 되는 사업, 안 되는 사업을 모두 떠맡을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정책연구실장은 “아무리 뜻이 가상해도 능력이 안 되면 실천이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장 실장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민간과 공공의 택지개발 비율은 64대 36 수준이었으나 지난 2004년 이후 21대 79로 역전됐다. 이에 따라 주공이나 토공 등 공공기관이 공영개발에 필요한 사업비 조달능력 한계로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도심 재개발 사업은 공영개발과 달리 보상금이 커서 은평 뉴타운을 토대로 서울시와 SH공사가 추산한 결과 뉴타운 한 곳에 6조원 이상의 사업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일부가 회수된다고 해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주공과 토공의 부채 규모가 각각 10조원이 넘는다. 국가 예산의 1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이 주공은 현재 100만 가구 국민주택건설과 판교 신도시 개발 등을 주도하고 있고, 토공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기성 시가지 정비사업에까지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정적으로 열악하고, 벌여놓은 일도 많은 상황에서 도시재정비촉진 사업까지 주공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조합과 시공자의 반발로 인한 사업 지연도 문제지만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공기업 고유 업무 수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경원대 박환용 교수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면서 사업 총괄관리 및 시행까지 공공기관이 맡는 것은 도시재정비사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고 했다. 또 장성수 실장은 “재개발 사업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공공이 주도함으로써 개발이익을 국가가 모두 환수하겠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뉴타운 및 낙후된 구시가지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업진행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발이익을 극대화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 정당성에만 집착하다 보니 현실성 없는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전국도시재개발조합연합회 임영수 사무국장은 “특별법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느낌이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고 혹평했다. “주공이 난곡 개발을 밀어붙였을 당시 비난이 빗발치지 않았냐”며 “공공기관이 도시재정비 사업을 주도하면 여론에 대한 부담이 커 사업은 사업대로 안 되고, 잘못할 경우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할 소지가 있다”는 그의 경고는 단순히 조합이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악담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공참여 확대를 빌미로 민간을 인위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도시계획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들은 “도시개발 계획의 주체는 주민이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주민을 소외하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법이 만들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건축행정법 전문가인 중앙대 김종보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법을 제정하게 된 동기와 목적이 선명해야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 특별법을 만들 거라면 강북 주민의 고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은 강북 개발의 목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만들지 않은 것만 못하다. 강북 주민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제 공은 건교부에 넘어갔다. 건교부는 시행령을 만들 때만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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