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우리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남겨진 ‘금쪽 같은 내 새끼’는?

‘종신보험 + 수익자 공증’ 이중 안전장치로 대비

  • 최은성 자유기고가 chic47@naver.com

    입력2005-12-29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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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살이, 생각조차 해보기 싫은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남겨두고 부부가 홀연히 세상을 뜰 수도 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있다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아무런 대책 없이 갑작스럽게 아이만 남겨진다면…. 아이가 받을 정신적 충격도 문제지만 아이가 헤쳐가야 할 현실은 냉혹하다.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재산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우리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남겨진 ‘금쪽 같은 내 새끼’는?
    지난 여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는 남자 주인공 ‘진헌’(현빈 분)의 조카로 ‘미주’라는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미주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실어증에 걸렸다. 진헌은 미주를 위로하기 위해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를 읽어준다.

    “모모는 말을 안 해.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듣는 걸 아주 좋아해. 마을 사람들한테 고민거리가 있으면 다 들어주는 거야. 귀기울여서. 그게 중요한 거야. 귀기울이는 거….”

    곱슬머리 고아 소녀 모모의 이야기는 미주의 마음을 열고 입도 열게 만든다. 부모의 죽음이 일시적으로 말을 빼앗아갔지만, 미주는 호텔을 운영하는 부자 할머니가 있어 돈 걱정 없이 병원 치료를 받고 사랑도 듬뿍 받으며 안정을 되찾는다.

    2년 전 방영된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선 초등생 남매를 둔 영애(김희애 분)가 희귀병으로 투병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다. 극진히 간호하던 연하의 남편 시우(차인표 분)도 그 충격으로 몇 개월 뒤 숨을 거둔다. 두 아이는 졸지에 고아가 된다. 그러나 작가는 충격적인 결말에 대비해 아이들의 큰아버지 부부에게 자식이 없도록 설정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손자들을 끔찍이 여기는 대기업 회장이다.

    친족에게 양육 의무 없어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냉혹하다. 예상치 못한 사고, 갑작스러운 암 선고 등으로 부모가 동시에 또는 연이어 사망할 것에 대비해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사는 이는 드물다. 미성년의 아이들만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산이 전혀 없이 부모가 사망할 경우 친족이 후견인으로 나서지 않으면 보육시설로 보내지거나 소년소녀 가장으로 남는 게 현실이다.

    초등학교 3학년 경호(가명·10)는 2년 사이에 잇달아 부모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2004년 아버지가 당뇨병으로 사망한 데 이어 2005년 10월 초엔 어머니마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11년 전 경호의 어머니 최씨는 아버지 김씨와 결혼했다. 김씨에겐 전처와의 사이에 대학생 아들이 있었다. 당시 최씨는 39세로 초혼이었다. 결혼 1년 만에 경호를 낳은 부부는 경호의 유치원 야외학습에 꼬박꼬박 동행할 만큼 자식 사랑이 지극했다. 하지만 경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김씨가 사업에 실패하고,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자 보금자리였던 아파트를 팔아 치료비를 댔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사망했고 어머니마저 2005년 초 대장암 중기 진단을 받았다. 한 차례 수술을 하고,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결국 온몸으로 암세포가 번져서 사망했다. 유산 한푼 물려받지 못한 경호를 일가친척 중 누구도 돌보려 하지 않았다. 현재 경호는 이모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곧 보육시설로 가야 할 처지다.

    경호처럼 유산 한푼 없이 부모를 잃은 경우 양육비 부담 때문에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선뜻 아이를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경호에겐 장성한 이복형제가 있지만, 그에겐 경호를 양육해야 할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다. 현행법상 부모가 사망했을 때 후견인이 나서지 않으면 아동복지 시설로 보내진다. 주거지와 가까운 시·군·구청 아동복지과에 신청하면 양육이 가능한 아동 보육시설을 선정해 아이를 시설로 보낸다.

    다슬이(가명·12)는 소년 가장이다. 아버지는 2년 전 사업이 망하자 캐나다로 도피한 후 행적이 묘연해졌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법적으로는 사망처리됐다. 그후 피아노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어머니가 빗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다슬이와 담비(가명·10) 남매는 고아 신세가 됐다.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외가 쪽 친척이 아무도 없고, 친할머니가 일흔이 넘은 데다 형편도 넉넉지 않아 어린 남매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어린 남매는 보육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남매는 보육시설에 들어가기를 극력 거부했다. 다행히 불행한 일에 마음 아파하던 이웃의 도움으로 소년소녀 가정으로 지정돼 후원을 받고 있다.

    소년소녀 가정 지원 부족

    SBS ‘솔로몬의 법정’에 출연 중인 김병준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미성년자라도 아이가 시설행을 거부할 경우 독립가정을 꾸리고 소년소녀 가장으로 남을 수 있다. 소년소녀 가정의 지원 대상 및 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가구 중 만 18세 미만(출생일 기준)의 아동이 실질적으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세대, 18세 미만의 아동으로만 구성된 세대, 18세 미만의 아동이 부양능력이 없는 부모와 동거하는 세대로 정해져 있다. 또 15세 미만의 아동으로만 세대를 구성할 경우 소년소녀 가정 지정을 제한하고, 가정위탁이나 시설 입소를 강구하도록 돼 있다. 다만 형제, 자매 등 2인 이상으로 아동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오랫동안 생활해왔고 동거하지는 않으나 주변에 친·인척이 거주해 수시로 보호를 받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소년소녀 가정을 인정하고 있다. 다슬이와 담비 남매는 15세 미만의 아동이지만 2인 이상에, 주변에 할머니가 살고 있어 소년소녀 가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국복지재단의 김석산 회장은 “소년소녀 가정으로 지정되면 만 18세까지 학비 전액과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학습 지도, 정기적인 상담 등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현재 소년소녀 가정에 지원되는 생활비는 월 평균 25만원 선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많아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피를 나눈 형제와 친척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아이를 시설로 보낸다는 것이 비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양육에 대한 책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라 비난할 수만도 없다.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종신보험이다. 국민은행 명동 PB센터 김재욱 재테크팀장은 “종신보험은 사망시 큰 보장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면서 “부모가 사망할 경우 기본 특약에 따라 최소 1억∼2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신보험은 특약에 가입하면 사망시 보장혜택뿐 아니라 암,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가족이 가산을 탕진해가며 수발에 매달릴 위험을 덜어준다.

    증여세 면제되는 어린이 펀드

    현수(가명·12)와 현정(가명·10) 남매는 2004년 6월 어머니 이씨가 숨지면서 세상에 단둘이 남게 됐다. 남매의 비운은 10년 전 시작됐다. 1995년 아버지 장씨가 퇴근길 교통사고로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것. 당시 이씨는 임신 9개월째였다. 중학교 교사이던 이씨는 남편을 잃은 아픔을 딛고 남매를 키우려 안간힘을 썼다. 혼자 생계를 이끌어가느라 건강을 돌보지 못했던 탓일까. 이씨는 2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치료를 포기했다. 이씨는 결국 사망했고, 부모를 잃은 남매는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30∼40대 장년층의 사망원인으로 암이나 교통사고가 수위에 올라 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은 아이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책을 세워두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종신보험에는 일반 종신보험과 변액종신보험 두 종류가 있다. 일반 종신보험은 사망 보험금을 정한 후에 생존시 보장받는 입원비, 암, 교통사고 등의 특약을 결합한 형태. 변액종신보험은 종신보험의 기능에 주식형, 채권형 등 펀드 형태를 가미해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의 액수가 달라진다. 하지만 사망보험금에 대해서는 최저 금액을 보장한다.

    부부가 아이를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도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은행 김재욱 팀장은 “현재 재산을 실물가치로 환산한 후 대학까지 필요한 생활비 및 교육비를 계산하면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필요한 비용보다 부족한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을 종신보험의 사망 보장액으로 정해 가입하면 유리하다”고 했다.

    부모가 3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고,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면 자녀 명의의 유산을 마련하는 적금을 들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김재욱 팀장은 ‘어린이 적립식 펀드’를 추천했다. 어린이 적립식 펀드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만원 이상 매월 불입할 수 있고 기간은 3∼5년, 10년 이상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어린이 적립식 펀드는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 그 가입금액이 15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있다. 단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펀드 만기시점에 맞춰 세무신고를 해야 한다.

    법정 대리인 동의 아래 보험금 수령

    그러나 아무리 큰 액수의 보험과 적금을 들어놓았다 해도 미성년자는 그 돈을 수령할 수 없다. 보험금이나 적금 외에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3촌 이내의 친족이 후견인으로 나서 관리해야 한다.

    우리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남겨진 ‘금쪽 같은 내 새끼’는?
    진희(가명·9)·주희(가명·7)·정희(가명·5) 세 자매는 현재 친할머니 집에서 자라고 있다. 3년 전 대기업 영업과장으로 일하던 아버지 정진우(가명)씨가 육종암 판정을 받고 3개월 만에 숨진 뒤 학습지 교사로 나서 세 딸을 키우던 어머니 김씨마저 지난해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던 김씨는 2004년 1월 잠자면서 숨을 거두었다.

    다행히 세 자매의 부모는 각각 종신보험을 들어놓았고,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도 한 채 있었다. 아이들의 몫으로 남은 유산은 총 4억원. 현재 친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 종신보험과 아파트는 모두 현금화해 관리하고 있다.

    민법의 미성년자 보호 규정에 따르면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유산을 상속 및 관리하는 법률행위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성년자의 법정 대리인은 1차적으로 부모 등 친권자이며 2차적으로는 후견인이다. 정씨 자매처럼 친권자인 부모가 사망한 경우 후견인이 친권을 대신한다. 미성년자의 후견인은 1인이어야 하며, 그 순위는 제 1순위가 지정 후견인, 2순위가 법정 후견인, 3순위가 법원에서 지정한 선임 후견인이다.

    지정 후견인은 친권자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해둔 경우이고 법정 후견인은 직계혈족 3촌 이내로 근친수가 가까운 조부모, 삼촌의 순서로 지정된다. 3촌 이내에서 후견인을 찾지 못할 경우 친족으로 확대되는데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파산자는 후견인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1, 2순위에서 후견인을 찾지 못했을 때는 법원에서 후견인을 지정한다.

    후견인이 미성년 고아의 상속 재산을 관리할 때 종종 재산을 횡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부모를 잃어 큰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친족회 구성해 후견인 견제

    김병준 변호사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친족회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친권자인 부모가 미리 유언장에 믿을 만한 사람을 선정, 미성년 자녀를 위한 후견인으로 지정해놓고, 친족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후견인을 견제할 수 있거든요.”

    유언을 해두지 않은 경우에는 사후에 친족들이 친족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민법에 친족회는 3인 이상 10인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후견인이 아이가 상속받을 재산 목록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전 과정을 친족회가 감시하면 부동산 처분, 적금·보험 등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횡령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후견인이 아이를 양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친족회가 법원에 후견인 재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친족회를 구성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후견인이 친권자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서면 후견인 자격이 있는 사람이 후견인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 민원실에 문의하면 사안에 따라 가사·민사·형사 등으로 분류해 처리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이들에게 큰 짐을 남긴다. 물론 현수·현정 남매, 진희네 세 자매처럼 친인척이 후견인으로 나서면 부모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더욱이 유산도 거의 남기지 못했을 때는 아무도 후견인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공증으로 법적 보호장치

    참교육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주부 김민수(37)씨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5년 전부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김씨는 5년 전 둘째아이가 태어난 뒤 그와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자녀들에게 2억원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자녀 명의로 매월 50만원씩 적금을 붓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뉴스나 신문에서 치명적인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아이들만 남게 되면 재산이라도 있어야 친인척이 돌봐주지, 그렇지 않으면 찬밥 신세밖에 더 되겠어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윤정(36)씨는 지난해부터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하고, 아들 명의의 적금 통장을 만들었다. 어느 날 문득 남편과 자신이 사라지면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종신보험에 펀드 기능을 결합한 상품으로 주식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주식형, 50% 미만인 혼합안정형, 채권이나 기업어음 등에 투자하는 채권형으로 나뉜다. 또 이 상품은 계약자의 재정 상황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변동시키거나 적립된 보험료 중 일부를 인출할 수 있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변액유니버셜 보험은 투자의 성패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상품이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일반 은행 적금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지만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며 “주식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지 말고, 주식과 채권을 반반씩 운영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일찌감치 종신보험이나 적금을 들어둔다고 해도 부부가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미성년인 자녀에게 유산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가이다. 여성·가정 법률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이명숙 변호사(나우리 법률사무소 대표)는 “부모 생전에 자녀 명의의 재산에 대해 수익자 지정과 공증을 활용하면 법률적 방어 기제 구실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변호사 자신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가입한 보험상품에 대해 친인척 3인을 수익자로 지정한 후 공증을 거치는 안전장치를 해뒀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미성년 자녀를 위한 보험이나 신탁상품에 가입할 때 친인척 중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선택해 부모를 포함해 4명을 동시 수익자로 지정하고 이를 공증해둘 것을 권한다. 공증을 거치면 법적 효력이 생겨 수익자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공증 절차는 간단하다. ‘부모가 사망할 경우 20세까지 보험이나 신탁을 보관해두고 이후에는 조카에게 준다’고 명기한 서류, 계약자와 수익자의 신분증과 도장을 갖고 공증사무소에 가면 된다.

    다만 적금이나 예금의 경우는 수익자 지정이 되지 않는다.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는 재산권 행사 권한이 없으므로 2인 이상의 명의로 공동 가입해 공증 서류를 만들어두면 부모 사망시에도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철저한 경제교육 필요

    스스로 자립할 만한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소망이 바로 ‘아이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장애아를 둔 부모는 늘 ‘내가 없어도 아이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슴에 품고 산다. 신체장애와 달리 발달장애를 가졌을 경우 성인이 되어 유산을 물려받는다 해도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새 유명인이 된 자폐아 수영선수 김진호(19·부산체고 2학년)군의 어머니 유현경(45)씨가 진호군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한 것도 돈에 대한 관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저나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엔 진호가 사는 데 별문제가 없을 거예요. 문제는 부모가 사라지고 진호 혼자 남았을 때죠. 진호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재산을 물려줘도 행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이용당하기 쉬워요.”

    유씨는 8년 전부터 진호군에게 주 단위로 용돈을 주고, 용돈기입장을 쓰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함께 은행을 방문해 진호군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수영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받은 상금도 진호군이 직접 관리하게 했다. 유씨의 실질적인 교육 덕분에 진호군은 상금을 받는 대로 은행에 저축하고, 일주일에 1만원씩 받는 용돈을 아껴 저금할 정도로 경제관념이 생겨났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용돈을 관리하는 등 경제교육을 철저히 받으면 성인이 됐을 때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점에서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해 재산을 불리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려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립심과 경제관념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진호군처럼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엔 현실적인 교육과 함께 유산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생전에 후견인을 지정하고 친족회를 구성하는 등 법률적인 절차를 밟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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